‘코로나 보험’ 안 나오는 이유

입력
2020.06.18 22:00
한 시민이 18일 서울 종로구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을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한 시민이 18일 서울 종로구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을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을 일부 보험사가 검토했지만, 실제 ‘코로나 보험’은 상품으로 등장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 코로나19의 위험을 명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관련 상품이 나오게 되면 자칫 코로나로 인한 위험이 "관리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과 6개 보험사는 코로나19만 보장하는 특화 상품을 개발하거나 관련 마케팅을 자제하자는 취지의 회의를 가졌다.

앞서 실제 한 보험사는 코로나19 진단 시 보험금을 주는 보험 상품 출시까지 추진했으나 질병관리본부 등의 의견을 청취한 금융당국이 상품 인가를 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작부터 보험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염두에 둔 보험 상품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별도 상품보다 기존 보험을 통한 보상이 더 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내 보험사들은 이미 코로나19가 법정감염병 가운데 제1종 신종감염증후군에 준한다는 발표에 따라,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재해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코로나19 보험의 등장은 공익에 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방역에 성공한 나라에 속하지만, 급격한 재확산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특화 보험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 자체만으로, 코로나19가 관리 가능한 위험이란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이는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회 목표와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국가별로 감염 확산, 사망률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코로나19 피해 발생 확률, 즉 위험률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실제 세계적으로도 ‘코로나 전용 보험’은 거의 나오지 않은 상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대만의 보험사들이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 대상자에게 보조ㆍ위로금을 지급하는 건강보험 및 개인손해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정도다. 중국은 코로나19 특화 상품 개발을 금지하고 기존 보험 상품에 보장을 포함하도록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세계 대부분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난 후에는 이를 포함해 감염병 위험 보장을 강화한 상품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때도 코로나19가 영업 전면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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