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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참전군인 자살 예방책 논의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 대북 경제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하고 북한의 위협을 재차 강조했다. 연례 조치이나 최근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따라 남북 긴장 수위가 급격히 고조된 시점과 맞물려 다분히 대북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무력도발 움직임에 한미 연합훈련 재개와 전략자산 전개 등 고강도 군사 조치를 요구하는 미 조야의 강경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상ㆍ하원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행정명령 13466호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확대된 13551호 등 대북제재 관련 행정명령 6건의 효력을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대북 행정명령을 연장하려면 근거 법률인 미 국가 비상조치법(NEA)의 일몰 규정에 따라 1년마다 관련 내용을 의회에 통지하고 관보에 게재해야 한다. 13466호가 처음 발동된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매년 6월 말쯤 연장 절차를 밟아왔다. 트럼프도 취임 이후 해마다 명령을 연장했다.

연장 사유도 그대로 유지됐다. 그는 통지문에서 “미군과 역내 동맹 및 교역 상대국을 위험하게 만드는 북한 정권의 도발적이고 억압적인 행동과 조치들이 미국 국가 안보와 대외 정책, 경제에 계속해서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unusual and extraordinary threat)’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표현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사용된 이래 문구가 바뀌지 않았다.

북한의 강경 행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트럼프는 가급적 직접 언급을 삼가고 있다. 대선 국면임을 고려해 상황 관리나 현상 유지에 집중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때문에 제재 명령을 연장하고 북한의 ‘특별한 위협’을 거듭 강조한 것은 김정은 정권을 향한 우회적 경고 카드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미 압박 의중도 깔려 있는 만큼 ‘비핵화 진전 없이는 제재 완화도 없다’는 기존 원칙이 행정명령 연장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행정부 밖에서는 미국이 보다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화상 세미나에서 “더는 북한과 논의하거나 그들이 영향을 미칠 문제가 아니다”라며 올 여름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통상 8월에 시행되다 남북ㆍ북미 해빙 무드에 부응해 2018년부터 2년간 중단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재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핵능력 폭격기와 항공모함, 핵 잠수함 등 전략자산 전개도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덧붙였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세미나에서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군사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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