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길원옥 할머니 보조금, 간병비로 사용”

입력
2020.06.19 07:29

 쉼터 소장의 보조금 부정관리 의혹 일축 

 “고인과 길 할머니 명예훼손 보도 중단하라”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4차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4차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최근 숨진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고(故) 손모 소장이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의 돈을 부정관리 했다는 의혹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정의연은 길 할머니 양아들의 가족에 “더 이상 손 소장의 삶을 폄훼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고 관련 언론 보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의연은 18일 밤 입장문을 내고 길 할머니의 양자 부부 주장을 근거로 한 일부 언론 보도를 향해 “고인과 길원옥 인권운동가, 정의기억연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일부 언론은 길 할머니의 양자인 황선희(61) 목사와 부인 조모씨의 주장을 인용해 길 할머니가 매달 받던 정부 지원금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으며 이를 알게 된 조씨가 소장 손씨에게 해명을 요구한 끝에 손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손씨는 2004년부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근무하며 약 16년간 길 할머니와 생활했다.

정의연은 길 할머니가 쉼터에서 요양보호사 4명의 돌봄을 받았으며 길 할머니에게 지급된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은 대부분 간병비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정의연 측은 “매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급되는 보조금만으로는 모자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추가 보조금을 지원했다”며 “2019년 한해만 (요양보호사들에게) 총 1,545만6,000원을 정대협 계좌에서 지급했다”고도 밝혔다.

정의연은 그러면서 오히려 황 목사 부부가 오랜 기간 길 할머니로부터 정기적으로 금전 지원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정의연은 “요양보호사들에 따르면 길 할머니는 양아들에게 정기적으로, 방문 시 혹은 특별한 요청에 따라 현금을 제공했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직접 방문이 어려워지자 손 소장이 양아들 은행 계좌로 송금하기도 했다. 6월 1일에는 두 차례에 걸쳐 3,000만원이 양아들에게 지급됐다”고 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한 길 할머니의 치매설도 반박했다. 정의연은 “일부 언론 보도대로 길 할머니가 이미 치매 상태라면 지난 5월 길 할머니의 도장과 주민등록증을 가져가 양자 등록을 한 황 목사의 행위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입장문에서 정의연은 길 할머니의 인권운동가로서 면모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의연은 “적극적인 기부활동으로 인권의 가치를 널리 퍼트리셨다”며 “할머니의 기부금은 공시에 별도로 표시되지 않았을 뿐 기부금 전체 금액에 포함돼 있고, 결산서류에 정확히 반영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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