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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9일 오후 늦게 제프리 버먼 미 뉴욕 남부지검장의 교체 사실을 발표했다. 이에 버먼 지검장은 즉각 ‘사임한 적도, 사임 의사도 없다’며 반발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10월 워싱턴 법무부에서 언론 브리핑에 나선 버먼 지검장.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비리 수사를 진행 중인 뉴욕 남부지검의 수장 교체 문제를 놓고 미 법무부와 검찰이 정면충돌했다. 미 법무부가 19일(현지시간) 오후 늦게 뉴욕 남부지검장을 교체 시도를 기습 발표하자, 해당 지검장은 즉각 “사임한 적도, 사임 의사도 없다”며 맞받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습적인 이번 해임 발표 역시 공교롭게도 지난 몇 달간 정부 내 ‘눈엣가시’들이 줄줄이 잘려 나갔던 금요일 밤에 나왔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은 이날 오후 늦게 보도자료를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 변호사 출신인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지검장 후임으로 지명하려 한다”고 기습 발표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버먼 검사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수사를 지휘해 온 인물이다.

법무부의 기습 발표 후 수 시간 만에 버먼 검사는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해 공개적인 항의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오늘 밤 법무장관 보도 자료를 통해서야 내가 연방검사직에서 ‘물러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나는 사임한 적이 없고, 사임할 의사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지명자가 상원에서 확정되기 전까지는 “수사는 지체나 중단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NYT는 “버먼 검사가 이끄는 수사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한 부패 혐의 수사의 최전선에 서왔다”며 이미 수감 중인 트럼프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과 줄리아니 현직 변호사 등이 그 대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충돌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최측근들이 자신들에게 ‘충분히 충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행정부 내 관료들을 없애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바 법무장관이 먼저 버먼 검사에게 자진 사임을 요구했으나, 그가 이를 거절하자 법무부가 해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NYT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규모 자문단과 그를 없앨 방안을 논의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남부연방검찰청이 코언 전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이후 내내 버먼 검사에게 화가 나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몇 달 새 백악관은 ‘금요일 밤’에 기습 발표를 통해 정부 내 감찰관들을 연달아 해임한 바 있다. 지난 4월 3일 오후 10시쯤 마이클 앳킨슨 정보기관 감찰관을 해임한다고 나온 발표가 시작이었다. 앳킨슨 감찰관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내부고발자 보고서가 믿을 만하고 긴급하다며 의회에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된 인물이다.

이어 5월 1일 오후 8시쯤에는 보건복지부 감찰관 크리스티 그림이, 2주 뒤인 15일 오후 10시에는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의 해임 발표가 갑작스럽게 나왔다. 이들은 각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진단도구 부족 문제를 지적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인사권 남용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등의 일로 대통령 눈 밖에 났다.

NYT는 이번 버먼 검사 해임 시도 역시 ‘금요일 밤 학살’의 연장선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직자 숙청은 그의 탄핵심판이 무위로 돌아간 이후 수개월 사이 더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백악관이 언론 기사화가 쉽지 않고, 시민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덜한 시점을 노린 데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금요일 밤의 뉴스 투척은 선례가 많은 정치적인 속임수이며, 트럼프 행정부도 상당히 노골적으로 이 전략을 쓰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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