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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7 뉴잼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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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20.5.27
뉴;잼

이슈레터

지난해 이맘때 유럽연합(EU) 28개국에서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를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유럽의회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동물당들의 활약입니다.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독일, 핀란드, 스웨덴,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에 있는 11개 동물당은 선거에 앞서 역사상 처음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지요. 이들은 강자의 힘으로부터 가장 약한 자들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기본 원칙을 공유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이익을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유럽의회 내 동물을 위한 정치적 힘은 동물의 권리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지요.

이는 실제 성공적인 결과로도 이어졌습니다. 네덜란드 동물당(PvdD)에 따르면 PvdD는 유럽 의회 내 3석을 확보했고, 포르투갈의 사람-동물-자연당(PAN)과 독일의 동물보호당(Tierschutzpartei)도 각각 1석씩을 얻었다고 합니다. 지금 전 세계에 동물당은 유럽 국가들 외에도 미국, 브라질 등 총 19개국에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을 넘었다는 국내의 상황은 어떨까요. 지금까지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동물당 창당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국내에도 동물당이 필요하다고?

동물해방물결 제공

16일 서울 종로구 한 서점에서는 동물단체 관계자들, 전문가, 시민들이 모여 ‘지금, 동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 동물당의 필요성과 해외 동물당 사례의 시사점을 얘기하는 자리였는데요.

이들은 왜 국내에서도 동물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할까요. 이날 발제를 한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동물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사명이라면, 지금은 우리나라 어느 정당도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 근거로 20대 국회에서 동물 관련 89개 법안 중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5건밖에 안 된다는 점을 들었는데요. 이마저도 △유기 또는 반려동물 관리나 △동물 학대의 범위 확대와 처벌 강화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동물 번식이나 이용 산업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는 건데요. 실제 개 식용을 막기 위해 동물의 임의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개를 가축에서 삭제하는 축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심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폐기됐고요. 강아지 공장 같은 번식업의 경우에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지만 충족해야 할 기준이 낮은 상황입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동물 문제는 결정적 순간에 경제나 안보 등에 밀리고, 국회의원들 역시 동물은 표를 잡기 위한 선거 마케팅 소재로만 취급하고 있다”며 동물당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가 동물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동물 관련 법률은 축산법부터 해양생태계 보전법까지 생각보다 많고 관심을 갖는 국회의원 1,2명이 해결하기에는 벅차기 때문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정당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동물 학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대중이 분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도적 성과로 이어내기 위해서도 동물당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동물권 단체 ‘디렉트 액션 에브리웨어’(DxE) 은영 활동가는 “사람들을 화나게 만드는 사건들은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물의 법적 지위를 바꾸진 못한다”며 “제도적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도 동물당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동물당은 동물만 위해서 일하나?

영국 동물당 홈페이지 캡처

동물의 권리와 복지를 논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람 먹고 살기도 힘든데 동물까지 신경 써야 하냐는 겁니다. 그렇다면 동물당은 사람이 아닌 동물만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물당의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동물 복지는 결국 지속 가능한 경제··복지 정책, 안전한 환경과 먹거리 보장 등 다양한 의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11개 동물당들이 내놓은 성명서만 봐도 ‘동물의 도덕적, 법적 지위를 높여라’라는 것을 시작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에 세금을 물리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면서 기후 변화에 대처하라’, ‘대체 교통수단 개발로 효과적이며 접근하기 쉬운 대중교통을 실현하라’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16일 열린 토론회에서도 동물당을 창당할 경우 어떤 분야까지 포함시켜야 할지를 논의했습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모임에 있는 김도희 변호사는 “동물당 정강에는 탈육식, 비건(채식) 등을 넣을 수 있겠다”라며 “살처분 농가 보상은 악순환 반복을 막기 위해 보상금이 아닌 전업지원금 대체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약자의 입장에서 정당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인문사회서점 풀무질의 전범선 대표는 “동물당이 동물 문제만 다루는 단일의제 정당이 아니라면 다른 정책은 어떤 입장을 내세울지 구성원 사이에 합의도 필요하다”며 “경제, 안보, 복지 등의 현안에 대한 입장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직까지 초기 단계이지만 동물의 복지가 결국 인간의 복지로 이어진다는 유럽 동물당들의 목표와 같은 맥락이죠.

해외 동물당이 이룬 성과는 뭔데?

부르고스=AFP 연합뉴스

먼저 2002년 창당한 네덜란드 동물당(PvdD)은 처음으로 ‘동물권리’ 의제를 정치 영역에 들여놓은 정당으로 꼽힙니다. PvdD의 경우 2014년 모피 생산을 위한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2015년엔 서커스에 동물 출연을 막고 재미 삼아 동물을 사냥하는 ‘트로피 헌팅’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PvdD가 내세우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2014년 정부가 육류 소비 감소를 최우선 의제로 삼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지요.

투우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는 스페인에서는 동물보호당(PACMA)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내에서도 투우를 전통문화라며 인정하는 쪽과 동물 학대로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고 있는데, 주 정부와 대법원의 판결도 엇갈리면서 혼란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2010년 카탈루냐주는 동물보호를 위해 투우금지법을 제정했는데요, 2016년 대법원이 투우는 국가의 문화유산이라며 주 정부의 투우금지법은 무효라고 판결했지요. 2017년 7월에는 발레아레스제도의 지역 자치정부가 투우를 금지하며 소를 잔인하게 죽이지 않는 쪽으로 경기 내용을 바꿨는데 2018년 스페인 대법원은 이러한 금지법을 또 뒤집었습니다. 스페인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 속에서 PACMA는 “투우는 잔인하며 국가적 수치”라고 주장하며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실질적 성과도 있습니다. 2016년 카스티야 이레온 주는 스페인 최대 투우 축제 ‘토로 데 라베가’를 금지했는데, 토르데시야스 시의회가 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스페인 대법원은 토르데시야스 시의회의 항소를 기각하고 축제 금지 결정을 확정했는데요, 여기엔 PACMA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전범선 풀무질 대표의 조사에 따르면 호주 동물당은 캥거루, 코알라, 오리너구리, 왈라비 등 야생동물 종에 따라 자세하게 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 대장암을 유발하는 가공육을 담배와 같이 공중보건을 저해하는 상품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고, 경고 딱지를 상품에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동물당 창당,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어?

PAN 홈페이지 캡처

해외의 경우 동물당은 초기 의원을 배출하기도 했지만 이보다는 다른 당과 의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데 의의를 뒀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다당제 속에서 동물당은 새로운 정책 의제를 던지고 설득하면서 실제 의석 수보다 훨씬 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외에도 다른 당들이 동물친화적인 법안을 내도록 영향을 미치고, 유권자에게 이슈를 던지면서 영향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국내의 경우 동물단체와 전문가들은 21대 총선 때부터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동물당의 국회 진입 가능성을 높인다고 보았습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이제는 소수 정당도 3%(70만표)만 얻으면 국회에 5석 내외의 진입이 가능해졌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창당을 시도해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더해 △기본소득당이 연합정당을 통해 국회 진입에 성공했고 △여성의당처럼 신생 소수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진 점을 고려하면 동물당도 국회 진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들은 또 개 식용과 동물학대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끌어모으면 동물당 창당에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2019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서 44.2%가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 응답한 점, 또 2018년 19세 이상 국민의 44.2%가 개 도살 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를 감안하면 동물당 창당 취지에 찬성하는 이들도 많다는 겁니다.

아직 아시아에 동물당이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일본도 반려동물 정책을 중심으로 동물당 창당이 논의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첫 동물당이 생기는 나라가 될까요. 여느 때보다 동물당 창당에 한발 다가선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논의에 그칠지 실질적 창당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시시콜콜 what

“‘정신대’와 ‘위안부’가 다르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두 용어가 같은 건 줄로만 알고 살았네요”

26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입니다. 글쓴이는 그간 정신대와 위안부 차이를 몰랐다며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할머니 기자회견으로 두 용어가 엄연히 다른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이 적지 않은 모습입니다.

이 할머니는 전날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신대는 공장에 갔다 온 할머니들”이라며 “공장에 갔다 온 할머니하고 위안부하고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두고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위안부를 이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대협은) 정신대 문제만 하지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모금의 대상으로 사용했나, 이걸 생각하니 자다가도 일어나서 운다”고 덧붙였죠. 정신대와 위안부의 성격이 어떻게 다르길래 이 할머니가 이렇게 격분한 걸까요.

같은 듯 다른 정신대·위안부

홍인기 기자

정신대(挺身隊)는 ‘일본 국가(천황)를 위해 솔선해서 몸을 바치는 부대’라는 뜻으로 일제가 노동력 동원을 위해 만든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 남성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일제가 국내 미혼여성을 군수공장에 강제 취역시킨 건데요. 노동부대에 가깝습니다.

위안부(慰安婦)는 ‘일본군 위안부’가 정식 명칭입니다. 일본이 만주사변 이후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할 때까지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돼 일본군의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했던 여성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일부에서는 이 위안부라는 용어에 작은 따옴표를 붙여 쓰곤 하는데요. 용어에 담긴 ‘군인을 위로하는 여성’이라는 의미가 일본 입장에서 서술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다’라는 강조 표현으로 작은 따옴표를 붙이는 겁니다. 또 위안부라는 용어는 강제 동원이라는 부정적 성격을 감춘다는 지적도 있어 작은 따옴표를 붙여 쓰곤 하죠.

1990년대 초에는 두 단어를 섞어 썼다는데

서재훈 기자

정신대와 위안부, 이 두 용어는 1990년대 초반에는 의미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섞여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정신대에 동원된 여성이 다시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대협이 위안부와 정신대 사용이 명확히 구분되기 이전에 결성됐기 때문에, 정신대 피해자만을 위한 단체라는 이 할머니 주장은 오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는 26일 오전 방송에서 “30년간 위안부 문제만 집중한 단체(정대협)에 왜 정신대 문제만 신경 쓰지 위안부를 끌어다가 이용했냐는 건 뜬금없는 이야기”라며 “누군가 자신들 입장을 반영한 왜곡된 정보를 할머니께 드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이 결성된 건 1990년이었는데요. 정대협은 애초 국내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하기 위해 결성됐지만 결성 초기 위안부 대신 정신대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때가 1990년대 초반, 정신대와 위안부 용어가 섞여서 사용되던 시기인 것이죠.

정의연은 이 할머니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내고 “1990년대 초 정대협 활동 당시 위안부 피해 실상이 알려지지 않아 정신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정대협은 처음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활동해온 단체”라고 밝혔습니다.

할머니가 발끈한 ‘성노예’는?

이후 2018년 이 단체의 후신인 정의연이 결성됐고, 기존 정신대라는 용어를 단체명에서 삭제했는데요. 정신대 대신 사용한 공식 용어는 위안부가 아닌 성노예(sexual slavery) 입니다. 간혹 용어 설명 등에서 위안부라는 표현을 사용하긴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거죠.

이 할머니는 정의연이 공식적으로 사용 중인 성노예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표했는데요. 기자회견에서 “내가 왜 성노예냐”라며 “(정의연에) ‘그 더러운 성노예 소리를 왜 하냐’ 하니까 ‘미국에 들으라고, 미국사람들 겁내라고’ 하더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정의연은 입장문을 내고 “성노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실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개념으로 국제사회에서 정립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 널리 사용되는 성노예, 실제 국내에서 자주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이 할머니 지적처럼 용어 자체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인데요. 그럼 국제사회에서는 성노예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가 뭘까요? 유엔(UN)에서 성노예를 공식 용어로 쓰는 건 군·국가권력에 의한 전시 성폭력이라는 위안부 문제의 본질적 성격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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