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세계·사람·생각

"너희 고향으로 돌아가!"... 미국 내 '아시아 차별' 여전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인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인종 차별은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에서 태어났는데도 아시아계 미국인 10명 중 8명은 ‘외국인 취급’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내 아시아인의 57%는 “인종 차별이 중요한 문제(major problem)”라고 답했다. 또 “인종 차별을 당해도 가족에게 얘기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비율은 무려 68%나 됐고,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너무 적다’(63%)고 본 아시안도 많았다. 이번 결과는 한국계ㆍ중국계ㆍ인도계ㆍ베트남계ㆍ필리핀계 미국인 7,006명을 대상으로 2022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조사해 얻은 내용을 분석한 것이다. 또 응답자의 78%는 “미국에서 출생했지만, 외국인 취급을 당하는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외국인 취급을 당한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내 이름을 일부러 잘못 발음해 부른다(68%) △내가 영어를 못할 것으로 간주한다(37%) △내가 모국어(혹은 부모님 출신국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비난한다(20%) 등의 사례가 집계됐다. 심지어 △‘너희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33%) △식당ㆍ상점 등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질 낮은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40%)고 답한 응답자도 상당수에 달했다. 퓨리서치센터는 또 “아시아인에 대한 범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급증했고, 이런 기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코로나19 진원지가 중국 우한 지역으로 지목되면서 아시아 혐오 범죄가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 성인의 32%는 ‘코로나19 이후 인종ㆍ민족 문제로 공격ㆍ위협을 받은 미국 내 또 다른 아시아인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태어나 성장(이민 2세대)했거나 어린 시절 미국에 온 아시아인(1.5세대)은 절반 이상이 ‘낯선 사람에게 (인종 차별적인) 모욕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변, 성인이 돼서 미국에 온 이민자(1세대)의 같은 답변(20%)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퓨리서치센터는 “이는 미국 거주 기간이 길수록 차별을 당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또 나이 어린 청소년기에 인종 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라고 설명했다.

오늘의 1면 사진

요소수 제한 판매 시작

중국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자국의 요소 공급 차질을 우려해 수출을 제한하면서 일부 주유소에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경고등 점등 시에만 판매'를 알리는 요소수 제한 판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중국산 요소 의존도가 92%에 달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사나운 바다 위 일엽편주

힘찬 새벽을 여는 어부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어둠이 가시지 않은 강원 동해시 묵호항을 찾았다. 그곳에는 벌써부터 출항을 위해 많은 어부들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오전 중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될 것 같아 대부분 출항을 미루고 기상예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사이 서너 척의 배는 출항을 위해 배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그중 한 선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배를 탔다. 새벽 일찍 그물을 걷고 돌아올 것이라는 선장의 말에 안심이 되었지만 항구를 떠난 배를 맞이한 것은 거친 파도와 매서운 바람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우리 배 뒤로 여러 척의 배들이 줄지어 따라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배들이 높은 파도에 사라졌다 나타나니 마치 물 위를 헤엄치는 날치처럼 보였고 보는 이의 마음을 졸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풍랑 위로 일엽편주(一葉片舟)에 몸을 맡기며 의연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어부를 보니 감동이 밀려왔다. 육지는 점점 멀어지고 바다는 더욱 거칠어지기만 하는데 그를 위로하는 것은 저 멀리 육지의 아려한 등대 불빛과 언덕배기 마을의 환한 야경뿐이었다. 동해안의 명물 명태가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다. 요즘에는 명맥을 이어오던 오징어마저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어 부두 인근 횟집에서도 구경하기 힘들다. 동해안 어부들은 “겨울에 접어든 요즘이 다양한 수산물들이 올라와 만선을 기대할 수 있는 성어기”라고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어족자원이 점점 줄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어부들은 오늘도 거친 바다로 나선다. 언젠가 올 만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더 알고 싶은 이야기

한국일보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