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파인더

논란 커지는 민주유공자법... 국보법 위반자 못 걸러내나

더불어민주당이 23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당은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민주유공자에 대한 최소한의 명예회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유공자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짚었다. 민주유공자법은 국가가 민주화운동 관련 사망·행방불명자 및 장해등급 판정을 받은 부상자를 유공자로 예우하는 법이다. 현재는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만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등에 따라 유공자로 예우받고 있다. 이 때문에 1987년 민주화 운동에서 희생된 이한열·박종철 열사 등은 유공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최근 별세한 박 열사 모친 정차순 여사 생전 소원도 민주유공자법 제정이었다. 민주유공자법의 가장 큰 논란은 대상이다. 실제 국가보훈부는 민주유공자 인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범위가 없다고 주장한다. 민주유공자법에서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 또는 '부마민주화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부마항쟁보상법)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결정돼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보훈부에 따르면 민주화보상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는 2019년 말 기준 829명이다. 유가족을 포함해도 4,062명이다. 이는 전체 보훈대상자(83만2,161명·지난달 말 기준)의 0.5%에 불과하다. 보훈부 심사도 별도로 거쳐야 한다. 민주유공자법에 따르면 보훈부는 민주유공자 신청자의 등록요건을 확인해 민주유공자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필요할 경우에는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칠 수 있도록 해놨다. 다만 보훈부 관계자는 24일 "보훈부가 자체적으로 심사기준을 정해 민주유공자를 가려낼 경우, 민주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한 분의 극심한 반발과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인정된 민주화운동에 부산 동의대 사태 등 사회적 논란이 큰 사건도 있다. 동의대 사태는 1989년 동의대 학생들이 노태우 정권의 공안통치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전경 5명을 감금하고, 이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경찰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한 사건이다. 정부여당이 "반국가적 행태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민주유공자법에 따르면 동의대 사태 관련자도 민주유공자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이들이 무조건 민주유공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유공자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보훈부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자 포함 여부도 논란이다. 원칙적으로 금고 이상 실형을 받은 국보법 위반자는 민주유공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형 집행이 종료된 지 3년이 경과한 경우엔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더라도 보훈부 심사를 거쳐, 민주유공자로 등록될 수 있다. 국가유공자법에도 동일한 조항이 있다. 민주유공자들이 받는 특혜도 논란거리다. 민주유공자법에서는 국가로부터 의료와 양로·요양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과거 민주유공자법에는 교육과 취업, 주거지원 등이 포함됐지만, '특혜' 비판에 모두 삭제됐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홍성국 의원은 "유가족 특혜 논란이 있었던 교육, 취업, 주택공급 등의 지원들은 대폭 삭제했다"며 "고령이 된 유공자와 유가족의 의료·양로지원 정도만 유지했고 이 부분은 밀린 우리 시대의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훈부가 2020년 추계한 바에 따르면, 민주유공자 의료지원에 따른 재정소요는 연간 15억8,900만 원이었다.

오늘의 1면 사진

휴진 교수의 대자보와 환자들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오는 30일 하루 동안 일반 환자 진료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내 진료실 앞에 한 진료교수가 심경을 밝힌 대자보가 붙어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줄지어 대기 중인 환자들 모습. 최주연 기자·뉴스1

세계·사람·생각

주민 51% "이민 가고파"...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그곳

남아메리카 북서부 에콰도르가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불안한 곳’으로 떠올랐다. 에콰도르는 최근 대선 후보 피살, 방송국 괴한 난입 등 폭력ㆍ살인 사태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갤럽의 2023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밤에 거주지 근처를 홀로 걸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 에콰도르 국민의 2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2019년(45%)과 2020년(49%) 답변에 비해서도 급감한 수치다. 특히 이 나라 서부 해안지역 과야스는 해당 수치가 2020년 55%에서 지난해 11%까지 떨어졌다. 살인 범죄 외에도 “(2023년에) 돈ㆍ재산을 도난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과야스 주민은 39%나 됐고, “물리적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주민도 24%나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야스 주민의 51%는 “다른 국가로 영구 이민하기를 원한다”고 했고, 15%는 “향후 1년 내 다른 도시로 이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갤럽은 “전쟁 지역을 제외하면 과야스는 세계 최악의 치안 불안 지역”이라며 “과야스 주민의 상당수는 ‘폭동 테러 살인이 일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에콰도르는 마약 밀매 갱단의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끼어 있는 에콰도르는 유럽과 북미로 가는 ‘마약 거래 통로’로 이용됐는데, 세력을 확대하려는 갱단 간 분쟁이 극심해졌다. 특히 과야스 지역에서는 지난해 8월 야당 대선 후보였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가 선거 직전 피살됐고, 갱단이 방송국에 난입하는 등 초유의 폭력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독일 통계업체 Statista도 같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에콰도르 인구 10만 명당 피살자 수도 2019년 7명에서 2021년 14.0명, 2022년 25.9명, 2023년 44.5명으로 급증했다. 갤럽은 “치안 문제를 책임진 법 집행 기관(사법부, 경찰력)이 국민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라고 해석했다. 갤럽의 2023년 조사에서도 에콰도르 국민은 사법부(72%)와 경찰(56%)을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야스 지역(사법부 78%ㆍ경찰 67%)은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다. 한편 에콰도르 정부도 21일 헌법ㆍ법률 개정안과 관련한 국민투표를 시행, '범죄와의 전쟁'에 나섰다. 전체 인구 1,800만 명 중 만 18~64세 1,300만 명이 참여한 이번 투표에는 △마약 밀매ㆍ갱단 등 '범죄와의 전쟁'에 군병력 지원 및 장병 거리 배치 허용 △외국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에콰도르 국민을 해당국 요청에 따라 외국으로 인도 △압수된 무기의 군ㆍ경 인도 및 즉각 사용 △살인범 등 형량 강화 및 만기 복역 명문화 등에 대한 찬반 의사를 유권자들에게 물었다. 갤럽은 “36세의 젊은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강력한 범죄 억제책을 시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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