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라바바람~" 시작하던 '수사반장'...이제훈이 '젊은 최불암'으로 돌아온다

"여보,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어." 1974년 어느 일요일 집에서 쉬던 배우 최불암은 아내이자 배우인 김민자에게서 전화 수화기를 건네받았다. "나, 육영수예요." 발신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놀란 최불암은 수화기를 든 채로 앉은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육 여사가 MBC 드라마) '수사반장'을 보신 모양이더라고요. '(드라마에서) 담배 몇 대를 태우세요?'라고 하셔서 '네, 넉 대를 태웁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아이고 두 대로만 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네?' 했더니 '수사반장' 보면서 (박 전 대통령이) 꼭 (담배) 넉 대를 따라 태우신다고 하더라고요." 최불암의 말이다. 당시 그는 '수사반장'에서 주인공 박 반장 역을 맡고 있었다. 드라마 주인공이 영부인에게 전화를 받을 만큼 '수사반장'은 인기였다. "빠라바바람, 빠라바라밤~" 하고 웅장하게 주제곡이 울려 퍼지면 사람들은 TV 앞에 모여 앉았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18년간 전파를 타는 동안 최고 시청률이 70%를 찍었다. 실제 범죄를 소재로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드라마에 녹여 시청자의 공감을 산 덕분이다. 최불암은 "방송사로 범인 잡아달라고 찾아오는 분들도 있었다"며 "(촬영 스튜디오에서 나와) 그분들 얘기 듣고 돌려보내곤 했다"고 옛일을 들려줬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1989년 10월 12일 마지막 회에서 최불암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도 길어진다"고 말한 뒤 경찰서를 떠난다. 고도성장으로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생긴 사회적 갈등이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시대의 그늘을 계속 살펴야 한다는 박 반장의 마지막 당부였다. 서민의 아픔을 함께 아파한 '전설의 박 반장'이 35년 만에 돌아온다. 오는 19일 첫 방송될 MBC '수사반장 1958'을 통해서다. 박 반장이 형사 때인 1958년으로 돌아가 '청년 박영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중년의 박영한이 카리스마가 넘쳤다면, 청년 박영한은 경기도 소도둑 검거율 1위를 차지한 패기 가득한 형사다. 이제훈이 청년 박영한 역을 맡았다. 최불암과 이제훈은 '수사반장 1958'에서 만났다. 이제훈이 박 반장의 손자와 청년 박영한을 동시에 연기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드라마에서 최불암은 서울 종남경찰서로 떡을 들고 찾아간다. 손자를 보기 위해서다. "다녀올게요, 할아버지." 출동 지시를 받은 이제훈은 최불암을 꼭 껴안고 경찰서를 나간다. 대본엔 없는 내용을 이제훈이 애드리브로 연기했다. "나도 모르게 너무 안아드리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 이 장면 촬영을 위해 최불암은 35년 만에 박 반장의 트레이드마크인 '바바리코트'를 챙겨 나왔다. "촬영하면서 옛 생각이 나 (울컥해) 몇 번이나 몰래 침을 삼켰죠." 최불암이 17일 한국일보에 들려준 오랜만의 촬영 소감이다. 이제훈은 '수사반장' 속 김상순(이동휘), 조경환(최우성), 서호정(윤현수) 등과 함께 1950년대로 돌아가 과거의 실제 범죄 사건을 파헤친다. 영화 '파수꾼'을 시작으로 '건축학개론', '박열' 그리고 드라마 '시그널'까지, 이제훈은 과거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유독 존재감을 발휘했다. 청춘 트렌디 드라마에 집중해 인기를 얻은 또래 배우들과 반대의 방식으로 입지를 쌓았다. '시대극의 아이콘'이 된 비결이 뭘까. '수사반장 1958'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이제훈의 얼굴엔 클래식함과 모던함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이제훈은 순수함과 진지한 이미지를 동시에 지녀 시대극에서 울림이 크다"며 "생존자들이 있어 어찌 보면 사극보다 재현이 어려운 시대극 속 인물과 정서를 면밀하게 포착해 연기하는 게 돋보인다"고 평했다.

수천 권 읽은 애서가 손웅정 "손흥민에 독서 강요 안한다" 이유는?

"책을 읽기 전보다 책을 읽은 후에 조금은 나아진 사람이 된 것도 같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이자 은퇴한 축구선수인 손웅정(62)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책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난다)를 냈다. 지난 15년간 책을 읽고 기록한 독서노트를 바탕으로 생각을 엮은 인터뷰집이다. 가정, 노후, 품격, 리더, 코치, 부모, 청소, 운동, 독서, 사색, 통찰, 행복 등을 주제로 한 김민정 시인의 재치 있는 질문과 손 감독 특유의 명쾌한 답변으로 구성됐다. 독서 궤적을 따라 인생철학을 풀어낸 책은 '손웅정 인생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 감독은 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누구도 인생 안내서를 갖고 태어나지 않지만 (내게는) 책이 그 역할을 해주었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어려서부터 판에 박힌 학교 교육에 반감을 가졌지만, 책의 힘은 일찍이 간파했다. 책을 읽으며 보낸 성장기는 인생의 기본기를 키우는 동시에 성인이 돼서도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단초가 됐다. 독서를 취미가 아닌 습관이라고 단언하는 까닭도 '삼상지학'(三上之學)' 독서를 지금까지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송나라 문인 구양수가 누워서, 화장실에서도, 이동할 때도 책을 읽는다고 했잖아요.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만들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제가 부족해서인지 세 번씩은 읽어야 겨우 내 것이 되더라고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가능하면 성장하는 데 투자하는 것뿐이에요." 그렇게 읽은 책이 연간 200~300권, 15년이면 족히 수천 권이다. 읽은 책만 모아도 '장서가' 소리를 듣기에 충분하지만 노트까지 쓰고 나면 주저 없이 책을 버렸다. "제 생활은 워낙 단순해요. 책에 쌓인 먼지를 청소하는 게 거추장스러웠어요. '내가 이만큼 읽었다'고 자랑하는 느낌이 들어 영 싫기도 했고요." 그런 이유로 서가에 책 한 권 남아있지 않지만 십 수년 동안 그 자신이 격하게 반응했던 문장들은 기록으로 남아 책에 녹아들었다. 이를테면 그는 지금의 인생 페이지를 묻는 질문에 미국 신학자 피터 라이브스가 남긴 문구를 소환한다. "돈으로 집을 살 수 있지만 가정을 살 순 없다. 침대를 살 수 있지만 잠을 살 수 없다. 시계를 살 수 있으나 시간을 사지는 못한다. 돈으로 책을 살 수 있어도 지혜를 살 수는 없다. 지위를 살 수 있어도 존경을 살 수는 없다." 이어지는 손 감독의 말. "인생에서 제가 핵심이라 생각하는 단어들이에요. 가정, 잠, 시간, 지혜, 존경, 건강, 죽음. 타격감이 있잖아요. 누군가 리더가 어떤 사람이냐 물으면 여기서 답을 찾아 말해주고 싶어요." 손 감독이 축구뿐 아니라 매사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원천도 '독서력'이었다. "삶의 지혜는 학교 공부가 아닌 책에서 나옵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도, 운동을 하는 데도, 인간이 살아가는 순간마다 막강한 힘을 발휘하죠. 책 두 권 읽은 사람이 한 권 읽은 사람들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거라고 확신해요." 애서가이자 누구보다 자녀교육에 열성적인 아버지이지만 흥민·흥윤 형제에게는 한 번도 책 읽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의 모든 모습은 대물림된다'는 신념대로 늘 책을 읽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었다. "책을 읽는 부모가 사람과 사람의 선을 지키고 배려와 존중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면 언젠가 필요한 순간엔 (아이들도 책을) 읽지 않을까 생각해요. 도저히 책 읽을 시간이 나지 않을 때에는 독서 노트 기록 중 정말 좋았던 부분을 적어서 자고 있는 흥민이 머리맡에 놓아두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손 감독은 평생 '다섯 수레의 책'을 읽으며 터득한 지혜의 정수로 '겸손'을 꼽았다. 그가 손흥민 선수에게 강조하는 것도 '자존감을 지키면서도 자신을 낮추고 숙이는 겸양의 자세'라고. "공 하나 잘 찬다고 해서 월클(월드클래스)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인품이 따라줘야 하지요. (흥민이는) 실력도 인품도 더 성장할 때입니다. 아직 월클 아닙니다.(웃음)"

김건희 여사가 요청한 '보스턴 박물관 사리' 넘겨받았다

김건희 여사가 반환협상에 나서 관심을 끌었던 미국 보스턴박물관 소장 부처의 진신사리 등이 한국에 온다. 대한불교조계종과 미국 보스턴박물관은 17일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사리들을 기증 형식으로 한국이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18일 돌아오는 사리는 19일 전통 고불식을 통해 국내 봉환 사실을 알린 뒤 원래 소장처인 경기 양주 회암사로 옮겨진다. 준비 작업을 거쳐 부처님오신날 이후 대중에게 공개하는 공식 법회도 연다. 봉선사 주지 호산 스님은 "부처님 진신사리와 역대 조사의 사리가 양주 회암사로 환지본처(원래의 처소도 돌아온다)한다는 점에서 회암사의 교구 본사인 봉선사 주지로서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러운 심정”이라며 “이후 진신사리의 역사적, 종교적 위상과 가치에 맞게 여법하게 예경(경건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림)의 대상으로 봉안하여 모실 것”이라 말했다. 돌려받은 사리는 가섭불, 정광불, 석가불의 진신사리에다 여말선초 지공선사와 나옹선사의 사리다. 존재가 확인된 뒤 2009년 반환 논의가 시작됐으나 지지부진하다가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김 여사의 요청으로 반환 논의가 재개됐고, 사리는 반환하되 사리를 담은 사리구는 대여 형식으로 내주기로 했다. 사리구 대여 일정은 계속 협의 중이다. 조계종은 돌려받은 사리를 담을 사리구를 별도로 제작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 스님은 "사리 이운(옮겨서 모심)은 불교 전통 의례에 따라 엄숙하게 진행됐다"며 "보스턴박물관 측의 배려와 협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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