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출금' 이광철 비서관 기소...조국 조사로 이끌어냈다

입력
2021.07.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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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이광철 비서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
차규근·이규원과 김학의 권리행사 방해한 혐의
수사팀, 이광철 김학의 불법출금의 주범 판단
대검 '조국 조사 미비' 이유로 이광철 기소 보류
수사팀 조국 참고인 조사하자...결국 기소 승인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2020년 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2020년 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과정 전반을 지휘한 혐의로 1일 재판에 넘겼다. 수사팀이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를 결정하고 대검찰청에 보고한 지 약 50일 만이다.

그 동안 불법 출금 과정의 핵심으로 꼽혀 왔던 이 비서관을 이날 기소함에 따라 6개월 가량 이어졌던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또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의 핵심 3명을 전날 기소했던 검찰은 청와대 핵심인사인 이 비서관까지 사법처리에 성공하면서 ‘용두사미 정권 수사’에 대한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수사팀, 이광철 '김학의 불법 출금 전반을 장악한 주범'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해 온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은 이날 이광철 비서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 이 부장검사 등은 지난 25일 인사로 보직 이동이 결정돼, 현 수사팀으로선 이날이 마지막 근무일이다.

수사팀은 그간 이 비서관을 2019년 3월 22~23일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과정의 핵심으로 지목해 왔다.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및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검사를 조율하는 등 김 전 차관 출국을 막는 데 있어 전체 과정을 ‘장악’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불법 출금에서 파생된 수사 무마 사건의 주범이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라면 불법 출금에 대해선 이 비서관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수사팀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는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에 대한 공소사실과 재판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비서관은 2019년 3월 22일 오후 10시58분쯤 김 전 차관이 출국심사대를 통과한 뒤 '차 본부장→이용구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조국 전 민정수석'의 경로를 통해 출금 조치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이 검사에게 '김 전 차관을 출금하기로 이야기가 돼 있으니 출금 요청서를 보내 달라'고 한 것도 이 비서관이었다. 수사팀은 이를 토대로 5월 12일 “이 비서관의 기소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대검에 보고했다.

시각물_수정 검찰이 재구성한 ‘김학의 출국금지’

시각물_수정 검찰이 재구성한 ‘김학의 출국금지’


조사 미비 이유로 이광철 기소 신중하던 대검, 조국 조사 결과에 승복

대검 수뇌부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이광철 비서관의 범의(犯意)가 뚜렷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이 강했다고 한다. 긴급 출금 요청서를 공유하는 등 이 비서관과 이규원 검사가 사실상 한몸으로 움직였다는 점, 김 전 차관이 당시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을 강조했지만, “수사를 좀 더 진행하고 판단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검 입장이 뒤집힌 데는 조국 전 수석에 대한 조사 결과가 결정적이었다고 전해졌다. 수사팀은 지난달 22일 조 전 수석을 참고인으로 불러 약 9시간 가량 조사를 했는데, 조 전 수석이 김 전 차관 출금 당시 상황을 적극적으로 진술함으로써 이 비서관 기소 근거가 탄탄하게 마련됐다는 것이다. 수사에 정통한 한 검찰 간부는 “조 전 장관 조사로 김오수 당시 법무부 차관, 봉욱 당시 대검 차장 등 불법 출금에 관여된 윗선 전원의 진술을 빠짐없이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검도 더 이상은 수사팀 판단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 총장은 사건 당일 차규근 본부장으로부터 “김 전 차관을 출금하겠다”는 보고를 승인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면 조사를 받았다. 때문에 수사에 대한 보고는 물론 이 비서관 기소 승인 역시 박성진 대검 차장에게 일임을 한 상황이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검이 무리하게 이 비서관 기소를 막았다면 김 총장으로서도 괜한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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