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둘러싼 러·유럽의 안보 딜레마

입력
2021.12.19 10:00
수정
2021.12.23 10:43
25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상황과 대응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상황과 대응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의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뉴스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충돌을 야기할 것이라는 서방의 경고와 더불어 유럽에서의 전쟁 발발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바이든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 12월 7일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양측은 자국의 입장만을 반복했을 뿐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서방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약소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대국 러시아의 안보 위협으로부터 야기된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단순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적 야욕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유럽과 러시아의 안보 딜레마 상황을 이해해야만 한다. 안보 딜레마는 무정부 상태에서 자국의 안보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그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방의 불안을 증대시키고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안보 딜레마 개념은 현재의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의심의 여지 없이 유럽의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최대 안보 위협국이다. 러시아의 권위주의 체제 그 자체만으로도 유럽에 위협이 되지만, 군사적 능력 측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구소련의 영광이 지나갔다고는 해도, 러시아는 여전히 핵무기를 포함하여 세계 2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군사 강국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에도 러시아는 제국 시절이나 소련 시절 유럽 및 아시아 지역으로 끊임없이 팽창해나갔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위협감은 굉장히 실재적이다. 특히나 한때 러시아/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해 큰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폴란드를 위시한 구 공산권 중유럽 국가들, 그리고 소련으로부터 떨어져나온 발트 3국이 그러하다. 이들은 자국의 국력과 군사력으로는 러시아에 맞서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들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더 큰 힘에 기댈 수밖에 없고, 이들의 선택은 나토 가입이었다.

그러나 중유럽 국가들의 안보 불안으로부터 야기된 나토의 '동진'은 러시아의 안보 불안감을 증대시켰다. 나토는 냉전 종식 후에 해체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었기에, 이미 상당한 정도로 러시아 국경에 가까워졌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마저 나토에 가입한다면 러시아는 나토 세력을 자국의 코앞에서 접하게 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적극적으로 막고 이에 대한 서구의 약속을 받아내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이러한 행보는 우크라이나의 안보 위협감을 더욱 고조시켰고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고자 하는 서구가 러시아의 위협에 강경대응하게 만들었다. 나토는 러시아를 겨냥해서 흑해 연안국과의 해상 군사훈련인 시브리즈 훈련을 해온 바 있다. 또한 이번 위기를 계기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시아를 국제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등 강력히 제재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국방 물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나토 회원국인 발트 3국이나 폴란드 등에 군사력을 증강시켜 러시아를 더욱 압박할 수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럽, 미국 모두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다.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일단은 러시아나 나토 측 모두 우크라이나 문제로 인한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회피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양측은 안보 딜레마를 벗어나서 공동안보, 협력안보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지난 세기에 핵전쟁 위기를 회피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처럼 해결될 것인지, 아니면 발칸의 위기가 세계대전으로 화한 1차 세계대전처럼 해결될지는 양측의 결단과 협상력에 달려 있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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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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