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다" 무심코 산 우산... 분리배출하면 운명이 바뀐다

"비 온다" 무심코 산 우산... 분리배출하면 운명이 바뀐다

입력
2022.08.17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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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쓰레記]

편집자주

우리는 하루에 약 1㎏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립니다. 분리배출을 잘 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쓰레기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폐기물은 어떤 경로로 처리되고, 또 어떻게 재활용될까요. 쓰레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소나기가 내린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삼거리도로에서 한 시민이 가방으로 비를 피하고 있다. 뉴스1

소나기가 내린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삼거리도로에서 한 시민이 가방으로 비를 피하고 있다. 뉴스1

툭, 투둑, 후두둑.

마른하늘에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내립니다. '이러다 그칠 소나기일 거야'라며 잠시 기다려보지만, 빗줄기는 야속하게도 굵어져만 갑니다. 결국 근처 편의점에서 5,000원짜리 비닐우산을 하나 삽니다. 이렇게 산 우산만 올해 세 개째입니다. 하나는 현관에서 잠자고 있고, 하나는 실종 상태죠.

저 같은 사람이 많은지, 한 해에 판매되는 우산 개수는 전체 인구 수와 맞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산은 한 번 혹은 1년만 쓰고 버리는 게 아닌데 말이죠. 그렇다면 잃어버린, 혹은 망가져 버려진 헌 우산들은 어떻게 될까요? 지금부터 우리 손을 떠난 우산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분리배출이냐 종량제봉투행(行)이냐... 갈리는 우산의 운명

KBS와 환경부가 함께 제작한 '타일러의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제안' 속 우산 분리배출 관련 장면. 환경부 홈페이지 캡처

KBS와 환경부가 함께 제작한 '타일러의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제안' 속 우산 분리배출 관련 장면. 환경부 홈페이지 캡처

우산은 비닐이나 방수천으로 만들어진 우산 천, 쇠로 된 우산살,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손잡이 등 여러가지가 섞인 물건입니다. 내가 산 우산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 어떻게 이용돼왔든지 간에 버려질 땐 크게 두 가지 과정밖에 없습니다. 이걸 다 뜯어서 재질별로 나눠 분리배출 하느냐, 아니면 우산 그대로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버리느냐에 따라 우산의 운명이 갈리게 됩니다.

우선 분리배출되는 경우부터 따라가보겠습니다. 환경부의 '분리수거 대상 재활용 가능 자원 분리배출 요령 지침'에 따르면 재활용 가능 여부에 따라 부품들을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로 나눠 버려야 합니다. 이때 일반쓰레기는 소각·매립되고, 재활용이 가능한 비닐·고철·플라스틱 등은 재질별로 정해진 재활용 과정을 거치게 되는 거죠.

우산 천과 분리된 우산살이 12일 서울 중랑구의 한 고물상에 다른 고철들과 함께 쌓여있다. 오지혜 기자

우산 천과 분리된 우산살이 12일 서울 중랑구의 한 고물상에 다른 고철들과 함께 쌓여있다. 오지혜 기자

하지만 손으로 우산 손잡이와 우산대를 잡아 뽑기 어렵듯 실제로 완벽한 분리배출은 어렵습니다. 보통 우산 천과 우산살 정도만 분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다음 과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우산 천은 비닐이 아니면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소각·매립됩니다. 만약 비닐이라면 다른 비닐들과 섞여 분쇄된 뒤 녹여져 재생원료나 재생제품이 됩니다.

우산살은 다른 고철들과 뒤섞여 제강소로 향합니다. 플라스틱이나 나무가 달려있어도 괜찮습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우산살은) 다른 고철들과 함께 전기로 녹여진 뒤 철근이나 H형강 등 철강 제품으로 만들어지게 된다"면서 "녹인 뒤에 불순물을 거르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다른 것과 섞여있어도) 괜찮다"고 설명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분리배출 없이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릴 경우 상대적으로 과정이 간단합니다. 통째로 소각장이나 매립지로 가서 태워지거나 묻히기 때문입니다. 소각장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쓰레기는 매립지로 가게 되는 것이라, 대부분 소각장으로 가서 태워진다고 보면 됩니다. 일례로 우산에 달린 플라스틱만 해도 태우면 이산화탄소와 독성물질이 나오는데, 매립되면 썩어 사라지는 동안 지하수나 토양으로 스며들 수 있으니 환경에는 무엇이든 좋지 않습니다.

수도권의 한 소각장 관계자는 "종량제 봉투를 통째로 소각하기 때문에 천이나 플라스틱 등은 녹아버린다"면서 "금속류는 중간상에 판매하고, 소각하고 남은 찌꺼기인 슬래그는 건축자재로도 활용되는데 이도 저도 안 되면 매립된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환경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종량제봉투를 열어(파봉) 재활용 가능한 것들을 분리하는 시설을 만들기로 했는데, 내년에 시작할 예정이라 실현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 상황입니다.

우산살 팔기부터 업사이클링도

한 시민이 12일 서울 중랑구의 한 고물상에 버려진 우산을 들고와 분리하고 있다. 오지혜 기자

한 시민이 12일 서울 중랑구의 한 고물상에 버려진 우산을 들고와 분리하고 있다. 오지혜 기자

이렇듯 버리는 방법에 따라 돌아오는 결과가 확연히 다르다 보니 환경부나 관련 시설들은 우산을 버릴 때 분리배출을 강조합니다. 집에서 버리는 우산이야 분리배출 한다 해도, 길거리에 버려진 주인 잃은 우산들은 어떻게 분리배출하는지 궁금해집니다. 놀랍게도 누군가의 손이 닿습니다. 파지나 고물을 줍는 사람들입니다. 고물상에서 1㎏에 100~150원 정도를 주고 우산살을 사들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름철에는 파지나 고물을 줍는 이들이 고물상에 우산살만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환경에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발 더 나아가 재활용이 어려운 우산 천을 다른 물건으로 탈바꿈하는 '업사이클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산 천은 방수가 되고 천이 질겨 직접 장바구니로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업사이클링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에서는 이를 가방이나 악기 등 더 다양한 물품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초구청 우산수리센터 모습. 오지혜 기자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초구청 우산수리센터 모습. 오지혜 기자

우산을 수리해 오랫동안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우산수리센터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2003년 운영을 시작한 서울 서초구청이 대표적입니다. 이곳에 우산을 가져가면 상태를 확인한 뒤 고쳐주고, 고치기 어려운 경우 우산을 기증받아 다른 우산을 고치는 데 부품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리 비용은 공짜입니다. 이렇게 고친 우산이 10년간 15만여 개에 달합니다. 경기 여주시 등 먼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또 서울 송파구처럼 수리센터 직원들이 동·주민센터를 순회하며 우산을 고쳐주는 곳도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쓰레기 감량이 최종 목표이기 때문에 업사이클링을 하거나, 수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그다음이 재활용, 매립·소각 순서라고 이해하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무심코 산 우산이 망가졌을땐 고쳐서 쓰거나 다른 물건으로 업사이클링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울 서초구 우산수리센터 수리공이 12일 우산을 고치고 있다. 오지혜 기자

서울 서초구 우산수리센터 수리공이 12일 우산을 고치고 있다. 오지혜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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