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김정은 밀착과 한반도 핵위기

푸틴·김정은 밀착과 한반도 핵위기

입력
2022.10.24 00:00
26면

3대 걸쳐 완성한 북한의 핵무력 체계
'미치광이' 전술로 이익 얻으려는 북한
북·중·러 동향, 안보당국 예의주시해야

푸틴(왼쪽사진)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로이터 연합뉴스

1950년 3월 모스크바에 도착한 김일성은 스탈린과의 회담에서 무력남침 허락과 함께 T34-탱크 300대를 요구했다. 스탈린은 5월까지 남침을 최종 승인하지 않았다. 미국이 한반도를 극동 방어선에서 제외한다는 애치슨 선언의 진의를 파악하는 한편 미군이 참전한다면 모택동의 중국이 참전한다는 조건하에서 남침을 승인하였다. 하지만 스탈린은 김일성의 서울 침공을 허락한 후 소련 대표 말리크는 유엔안보리 참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했다. 남침 일주일 이후에는 소련군사지원단이 탱크와 군수 보급 등에 소극적이었다. 스탈린은 남침에는 동의했지만 전쟁의 조기 종결보다는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계속 싸우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소모전 전략을 구상했다. 1953년 휴전협정 이후 김일성은 소련의 모호한 행태에 대해 분을 삭이지 못했고 강대국 불신의 계기가 됐다.

1954년 김일성은 인민군 내에 핵무기 방위 부문과 원산 물리학 도서관을 설치하고 소련에 연수 인력을 파견했다. 1959년 체결된 조소(朝蘇)원자력 협정은 북한 핵 정책의 공식적인 출범이었다. 이어 영변에 원자력연구소,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과대학에 핵 연구 부문을 창설해 인력 육성에 나섰다. 1965년 소련으로부터 IRT-2000 원자로 도입를 도입하고 본격적인 핵 개발에 착수했다. 이 무렵부터 김일성은 조총련 대표단 등에게 10년 안에 핵보유 구상을 언급했다. 마침내 52년 만인 2006년 1차 핵실험에 성공했다. 북한 핵무기 개발의 역사를 상세하게 검토하는 이유는 핵 개발이 정권 수립의 기원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함의 때문이다. 할아버지 김일성이 디자인하고 추진체계를 구축했다. 아버지 김정일 핵실험 2회, 손자 김정은 집권 4회 핵실험 이후 실전 배치 단계 진입으로 3대에 걸쳐 북핵 개발을 완성했다.

선군정치의 기치하에서 인민경제를 희생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감내하며 손에 넣은 핵무기가 김정은의 보검이 될지 자멸의 단초가 될지는 현재로써 불확실하다. 다만 기승전핵(核)이라는 명제는 김정은 체제 유지에 최우선 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핵보유에 따른 투자(cost) 대비 이득(benefit)을 극대화하려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핵무기 선제사용 가능성을 선언했다. 핵무기 사용의 5대 조건은 김정은이 결심하면 사실상 선제 사용(first use)할 수 있는 고무줄 기준으로 '광인이론전략(madman theory strategy)'을 전개할 토대가 마련되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와 흐루쇼프의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 60년 만에 재연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구상에 동시다발로 위기가 조성되었다. 당사자는 북한과 러시아다.

김정은의 미치광이 전략 구사는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의 행태를 벤치마킹할 것이다. 푸틴이 전술핵 사용으로 아마겟돈(amageddon)이라는 인류평화의 마지노선을 넘는다면 북핵의 미래는 재앙으로 비화할 것이다. 평양은 북핵 개발부터 모스크바의 지원을 받더니 이제 핵 위협도 푸틴을 주시하고 있다. 북·러의 밀착이 한반도 핵 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지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유엔 안보리의 기능 마비로 북한은 대북 제재 대신 크렘린과의 밀월 관계에 따른 혜택을 극대화하고 있다. 서울이 평양의 도발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모스크바를 주시해야 하는 외교 안보의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황제 대관식을 마친 시진핑 중국 주석 역시 핵안보를 강조하는 국제정치의 혼돈 상황에서 한반도 위기의 분수령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될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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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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