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대민지원 전락한 ‘DX코리아’...무기 동원 10배 늘어도 한 푼 못 받아[문지방AS]

입력
2022.11.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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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정성호 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서
"배분받은 수익 없고, 지원금도 주지 않았다" 주장

조직위-육군 간 업무협약 "해외 VIP 비용 비례분담"
육군 "초청 해외 VIP·지원 병력 여비 등 집행" 인정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22)이 열린 지난 9월 21일 행사 참석자들이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고양=이한호 기자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22)이 열린 지난 9월 21일 행사 참석자들이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고양=이한호 기자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대한민국육군협회가 주최하고 국방부 등이 후원하는 민간 방산전시회 ‘대한민국방위사업전시회(DX코리아)를 둘러싼 잡음이 한층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8일 한국일보 보도(재주 부린 軍, 뒤에서 웃는 육군협회..'K방산' 축제 DX코리아의 이면) 이후 육군이 이용당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올해 행사에서만 6만5,000명 방문객을 모은 대규모 전시회의 순기능을 인정하지만 불투명한 행정 탓에 의혹만 확산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9월 20일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2022 기동화력시범을 마친 군 장병과 관람객들이 K2전차와 장갑차, 장애물 개척전차 등을 살펴보고 있다. 포천=뉴스1

9월 20일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2022 기동화력시범을 마친 군 장병과 관람객들이 K2전차와 장갑차, 장애물 개척전차 등을 살펴보고 있다. 포천=뉴스1


2년 전 행사 비해 장비 지원 규모 10배 넘게 껑충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국정감사를 위해 육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21일부터 25일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DX코리아와 관련, 육군은 총 17개 부대에서 장비 23종을 지원했습니다. 한국군 최강 기갑 전력인 K2 흑표 전차 20대와 육군 항공 전력의 중추 AH-64 아파치 헬기 7대 등 장비 126대 규모입니다. 이는 육군이 지난 2018년 4개 부대에서 총 12종ㆍ52대, 2020년 4개 부대에서 총 4종ㆍ11대를 지원했던 것에 비해 현격히 증가한 규모입니다.

DX코리아의 부대 행사 격으로 열리는 기동화력시범에 소모된 기간 역시 종전 행사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14일간 전개해 총 4회 연습했으며, 2020년에는 17일 동안 2회 연습을 실시한 반면 올해 행사는 8월 26일부터 9월 26일까지, 총 32일이나 전개했습니다. 연습 횟수는 3회로 예년 행사의 평균 수치지만 전개 기간이 두 배로 껑충 뛴 겁니다.

육군은 "태풍 힌남노와 추석 연휴 등으로 기간이 길어졌다"고 설명했지만 길어진 전개 기간은 사고를 불렀습니다. 2018년과 2020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인명 부상 및 장비 파손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9월 1일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는 KUH-1 수리온 2대가 충돌했습니다. 당시 수리온에 탑승하고 있던 병력 등 18명이 타박상과 찰과상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육군은 이후 기동화력시범에서 수리온 강하 시범을 뺐습니다. 또 지난달 6일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종사들의 부주의에 따른 인적 요인”이라고 원인을 밝혔습니다.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육군의 올해 장비 지원 규모는 1종 더 늘어났을 겁니다.


지난달 1일 경기 포천에 위치한 승진훈련장에서 기동 훈련 중이던 수리온 헬기 2대가 공중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군 관계자들이 훈련장 위병소를 통과하고 있다. 포천=서재훈 기자

지난달 1일 경기 포천에 위치한 승진훈련장에서 기동 훈련 중이던 수리온 헬기 2대가 공중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군 관계자들이 훈련장 위병소를 통과하고 있다. 포천=서재훈 기자


되레 육군 돈 써가며… 얻은 것은 장비파손ㆍ장병부상

육군은 “DX코리아에 육군 지원금은 없었다”고 강변합니다. 정성호 의원실이 입수한 육군과 대한민국방위사업전 간 ‘대한민국방위사업전에 관한 업무협약서’ 5조(비용부담) 1항에 따르면, DX코리아 소요 비용은 DX코리아 조직위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육군도 정성호 의원의 서면질의에 대해 “(DX코리아) 행사에 대한 육군 지원금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하지만 육군의 돈이 DX코리아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은 작지 않습니다. “다음 각호의 업무수행에 소요되는 비용은 육군과 조직위의 초청목적 비율에 따라 비례 분담한다”는 업무협약 내용 때문입니다. 육군과 DX코리아가 체결한 업무협약의 5조 2항은 "초청한 해외 육군 VIP에 대한 항공료ㆍ숙박비ㆍ안내ㆍ통역ㆍ경호 등에 소요되는 초청 및 의전 비용과 참모총장 주관 만찬 지원 비용, 안보견학 및 문화탐방 지원 비용을 육군과 조직위가 비례 분담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육군의 비례분담 비용은 가용 능력과 예산의 범위 내로 한정한다고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육군이 돈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육군 역시 예산 집행을 인정합니다. 분담금은 없지만 "육군이 초청하는 해외 VIP 및 지원 병력 여비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해 육군 예산을 집행했다"고 육군은 설명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성호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육군은 지난 2018년과 2020년 DX코리아 시험훈련에 각각 2억1,809만2,000원과 2억7,081만9,450원을 지출했습니다.

육군은 ‘DX코리아 수익 중 군이 배분받은 것이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배분받은 수익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 의문은 더욱 커집니다. △장기간ㆍ대규모로 육군 병력 및 장비를 지원하고 △해외 육군 VIP 접대 비용을 나눠 내는 구조 속에서 육군이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창설된 민간 단체가 진행하는 수익사업에 육군이 되레 제 돈을 써가며 ‘대민 지원’을 나간 꼴입니다.

수리온 헬기 파손에 대해서도 육군은 DX코리아 주최 측으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육군 자체 훈련 동안에 발생한 인원 부상 및 장비파손"이라며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9월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코리아)에서 참석 내빈들이 개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이헌승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권오성 육군협회장. 고양=연합뉴스

9월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시회(DX코리아)에서 참석 내빈들이 개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이헌승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 이종섭 국방부 장관, 권오성 육군협회장. 고양=연합뉴스


육군 “큰 문제없다”지만… 일선 방산기업은 ‘울분’

육군은 본보의 앞선 보도와 의원실의 질의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입니다. DX코리아 때문이 아니라 원래 해야 하는 훈련이라는 것이죠. 게다가 대한민국 육군의 최신 장비는 물론 우리 군의 용맹함을 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9월 한국일보 보도 이후 기자의 메일함에는 방산업계 관련자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제보 메일이 들어왔습니다. 메일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육군협회가 DX코리아 참가비를 받는 민간회사 IDK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육군에 기업들이 전시회에 참가하도록 독려한다는 것입니다.

또 DX코리아 부스 가격이 킨텍스나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시회 부스 가격의 곱절에 달한다고도 합니다. 제보자는 “기업은 육군의 눈치를 보면서 전시회에 참가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방산원가가 민간기업 수익사업에 반강제로 지불되는 구조”라고 강조했습니다.

육군협회는 지난 9월 본보 관련 기사 게재 이후 기사 정정 요청 또는 항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본보가 올해 DX코리아와 관련, 앞서 추정했던 매출규모 72억여 원, 순수익 약 12억 원이 사실과 가까울 수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됩니다. 매 행사마다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는 DX코리아, 과연 ‘우회’든 ‘직접’이든 육군의 지원 없이 살아날 수 있을까요.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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