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카카오 계속 문제 터질 것... 외부 인사 영입 필요"

전문가 "카카오 계속 문제 터질 것... 외부 인사 영입 필요"

입력
2022.10.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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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홍은택 대표, 조직 장악력·비전 부족"
"김범수 빠진 자율경영, 내부 구조 그대로"
"카카오 신뢰회복 쉽지 않아"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카카오 먹통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남궁훈 카카오 대표 사퇴는 늦었지만 현명한 선택이다. 현재 홍은택 대표가 남았지만 그도 카카오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역량과 비전은 없다."

이른바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카카오가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19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로 알려진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전화위복 다짐과 함께 나온 카카오 수습책을 바라본 냉정한 평가로 보였다.

위 교수는 대신 "(글로벌 시장 공략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는 조직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의 센터장인) 김범수(창업자)가 돌아오던지 아니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김 창업자는 24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창업자로서 지금 (카카오)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한다"면서도 "경영에 나설 생각은 없다"고 딱 잘라 선을 그었다. 위 교수의 기대와 달리 당분간 홍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위 교수는 26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 창업자가) 진흙탕 속으로 뛰어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 대표가 이끄는 향후 카카오의 미래에 대해서도 "카카오 내부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사한 문제가 계속 터질 것"이라며 "단기간에 개혁하려 한다면 외부 인사를 영입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김 창업자와 카카오의 핵심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 초기 개발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 2018년 성공사례집을 펴낸 바 있다. 지난해 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카카오페이 류영준 당시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의 대량 주식 매도(이른바 '먹튀' 사건)로 카카오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당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대국민 사과와 사태 수습,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진 사퇴를 앞장 서서 주장하는 등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위 교수는 현재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 한국게임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위 교수에게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관련, 구체적인 원인과 배경 및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 창업자 빠지며 자율경영 무너져"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 사용이 일시중단되었다. 사진은 포털사이트 다음 사이트. 성남=뉴시스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에 이어 이번 먹통사태까지 악재가 연이어 터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누적된 문제가 작년부터 반복적으로 터지고 있다. 형태는 다른데 본질적으로 동일한 문제다. 바로 김 창업자의 경영 스타일에서 비롯됐다. 카카오는 김 창업자를 구심점으로 하는 자율경영을 강조해 왔는데, 김 창업자가 빠지면서 원심력이 작용해 자율경영이 무너졌다."

김 의장은 카카오를 설립할 때 "100인의 최고경영자(CEO) 육성"을 경영 철학으로 삼았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여러 기업을 인수합병(M&A)해 사세를 확장하면서도 자신이 계열사들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CEO들이 각사를 스타트업처럼 독립적으로 경영하도록 자율에 맡겼다. 국내 계열사만 134개(22년 8월 1일 기준)를 거느린 카카오가 '그룹'이나 '계열사' 같은 용어를 쓰지 않고 '공동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자율경영은 독이 됐다. 무분별한 확장으로 꽃집 미용실 등 골목상권 침해 문제가 커졌을 때도, 자회사(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상장 및 카카오페이 임원진 먹튀 논란에도, 그는 일단 한발 물러서 지켜봤다. 그러다 타이밍을 놓쳤다. 이번 먹통 사태도 사세를 확장하느라 '본질'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는 국정감사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위 교수는 지난 1월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가 벌어졌던 당시 인터뷰 때도 "부하들에게 자율성과 결정권을 위임하는 김 창업자의 경영스타일은 리더가 믿고 보상해주니까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게끔 동기를 유발하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하는 반면 각 사가 선을 넘나들거나 잡음이 생겨도 내버려두고 볼 수밖에 없어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신뢰 회복은 어려운 건가?

"저는 김 창업자 복귀가 열쇠라고 봤는데, 본인이 선을 그어서 (쉽지 않다). 카카오의 수습에 뛰어들어 머리 아프거나 돌아오기 싫은 거다. 그게 김 창업자가 가진 인간적인 약점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나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 다른 IT업계 창업자의 냉정하고 집요한 것과 대비된다. 그러다 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뒷심이 부족하다."

"김 창업자의 '사회 기여' 경영철학, 아무도 관심없어"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 상장 기념식. 그러나 류영준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회사 상장 약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10일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 878억 원어치를 현금화해 '먹튀' 논란을 불러왔다. 연합뉴스

-최근 카카오의 여러 위기와 대처를 돌이켜볼 때 가장 아쉬웠던 장면을 꼽자면?

"김 창업자가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내부 주요 직책을 모두 사퇴한 것이 아쉽다. 카카오 내부가 정비되지 않으니까 올해도 쪼개기 상장 논란, 먹통 사고 등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 않나. 전부 내부의 누적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 창업자는 지난 3월 "글로벌 확장에 힘을 쏟겠다"며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골목상권 문제, 쪼개기 상장, 카카오페이 '먹튀' 등 여러 논란으로 여론이 안 좋았을 때다. "잡음을 어느 정도 수습하느라 사임 시기를 미뤘다"는 얘기와, 카카오 같은 대기업 이사회 의장이 갑자기 사임하는 일은 이례적이라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위 교수의 말대로 김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카카오는 134개 계열사를 장악할 수 있는 리더십이 여전히 부재했다. 지난 6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이 나왔다가 직원들의 강력 반발로 매각이 무산되는 오락가락 행보가 대표적 사례다. 또 카카오는 다시 자회사 쪼개기 상장을 추진해 투자자들의 분노를 유발시켰다. 이미 상장된 카카오게임즈의 매출 절반을 담당하는 핵심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를 별도로 상장하려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최근 철회했다.

위 교수는 "상장된 계열사의 임원진과 직원들이 인생이 바뀔 정도로 큰 보상받는 것을 본 다른 계열사는 모두 그 욕구 실현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김 창업자의 경영철학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게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대로 놔두면 카카오가 더 어려워질 텐데.

"지금은 창업할 때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다. 본인 손으로 수습하려 해도 정말 힘든 과정이다. 그러니까 진흙탕 속에 들어가기 싫은 거다."

"단기간 개혁하려면 외부인사 영입을"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방법이 없는 건가?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어 카카오가 이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 (내부통제나 리더십) 구조가 안 바뀌었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앞으로 문제가 계속 터질 것이다.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김 창업자의 창업 목적을 카카오 내부에서 공유하고, 계열사를 정리하는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작업은 김 창업자가 빠진 상태에서는 그 누구도 할 수가 없다. 김 창업자도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그건 희망사항에 불과하고 실제로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위 교수는 페이스북에 카카오의 새로운 리더십을 주문하면서 3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①기존의 카카오 사업에서 탁월한 실적을 쌓은 자 ②김 창업자 철학과 카카오의 사명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자 ③카카오의 조직 장악력이 있는 자를 꼽았다.

-제시한 3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있을까?

"일단 홍 대표 체제로 (신뢰회복은) 가능하지 않다. 내부 계열사 대표 중에서도 몇몇 후보가 있으니 적임자를 찾아봐야 한다."

-외부 인사 영입은 어떤가?

"그럴 타이밍이 됐다고 본다. 만약 내부에서 안 된다면 전격적으로 외부에서 끌어들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단기간에 개혁할 수 있는 욕심 없는 사람이 필요해서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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