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 112 신고 녹취록 공개에 온라인 부글부글

"이게 나라냐" 112신고 녹취록 공개에 온라인 부글부글

입력
2022.11.02 12:00
수정
2022.11.0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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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4시간 전 112 녹취록 공개에 경찰책임론 부각
"일선 경찰 근무 태만' vs "수뇌부 책임"
'이태원 참사 시작은 마약 단속' 음모론도 확산 중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대국민 사과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의 112신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경찰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사고 4시간 전부터 112신고 전화가 빗발쳤지만,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지 않거나 출동해서도 일부 시민만 통제하는 데 그쳐 막을 수 있는 사고를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어떤 경찰'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를 두고는 온라인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일 경찰은 이태원 참사 직전 경찰청에 접수된 112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11건의 녹취록을 보면 6건에는 '압사'라는 말이 직접 언급됐고, 나머지 신고에서도 "죽을 것 같다"는 등 급박한 상황을 전하며 통제를 요청했다. 경찰은 자체 규정에 따라 꼭 출동해야 하는 '코드0'과 '코드1'로 분류했지만 4건의 신고에만 현장 출동을 했고, 나머지 7건은 전화로 안내만 한 뒤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미흡한 대응이 끔찍한 인명 피해를 낳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녹취록이 공개된 직후 온라인에서는 경찰의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왔다.

영화감독 이송희일씨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오늘 이상민, 오세훈이 줄줄이 사과를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라며 "오늘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 사고 이전에 이미 11번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무려 4시간 전부터 신고가 들어갔는데 아무 조치가 없었던 것이다. 이게 나라냐"라고 성토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2일 '경찰은 참사 당일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 "교통 통제가 필요하다"는 112신고가 쇄도했지만 묵살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이 해야 할 일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블라인드서 "이태원파출소 기동대 요청 지방청이 묵살" 주장 나와

1일 경찰청이 공개한 당시 112신고 내용에 따르면, 사고가 있기 전인 오후 6시 34분부터 오후 10시 11분까지 총 11차례의 신고가 접수됐다. 뉴시스

우선 112신고를 접수한 담당 경찰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인천교통공사 직원은 관련 보도 유튜브 동영상을 게재하며 "6시부터 신고 들어왔는데 압사 사고 일어날 때까지 뭐한 거냐"고 질타했다. 이 글에 한 누리꾼은 "동일한 위치를 특정해서 11건이나 접수되었는데도 무시할 거면 애초에 신고접수는 왜 받았냐"고 댓글을 달았고, 한국전력공사 한 직원도 "그럴 거면 경찰이 왜 필요하나, 국가가 지켜줘야 할 상황도 있다"고 호응했다.

다만 일선 경찰보다는 경찰 수뇌부를 향한 질타가 거세다. 건축 유튜브채널 '바르싸 가선생'를 운영하는 이병기씨는 당시 상황을 "소총을 주고 탱크를 막으라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2일 페이스북에 "일선 경찰관들의 문제는 당연히 아니다. 한정된 자원의 배분문제"라며 "탱크를 막으려면 지휘부가 미리 그 자리에 탱크를 가져다 놨어야 한다. 10만 명이 올 줄 몰랐나? 지휘부의 준비는 충분했나? 자원과 인력의 배분은 결국 말단이 아니라 최상부의 과제"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112신고 녹취록 공개가 사고 책임을 물을 희생양 찾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청 직원은 블라인드에 "사전에 이태원파출 소장님은 약도 그리면서 며칠 내내 자체 대비했다. 20명이서 뭐라도 해보려고"라며 "지방청에 기동대 지원 요청했는데 묵살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차피 지금 상태가 정치적 판단이 끝나고 나온 건데 누군간 책임지고 목 날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 삼성전자 직원은 "이러나저러나 경찰을 탓해야 오세훈 탓 대통령 탓 행정안전부 장관 탓 안 한다고 생각하는 듯"이라고 꼬집었다.

녹취록 속 '감사합니다'가 남긴 여운...두고두고 회자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골목 인근이 통제돼 있는 가운데 경찰들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특히 참사 당일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상당수가 마약 단속을 위한 인력에 그쳤다는 점이 입방아에 오르며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도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마약단속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태원에 기동대를 일부러 배치하지 않았다'는 요지의 음모론도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10월 초 국면 전환을 위해 마약 검거 실적을 올리기로 했고, 핼러윈데이 이태원을 그 실적 올릴 시기로 잡았고, 통제하면 검거율 떨어질까 봐 경찰 배치를 안 했다'는 주장이다. 해당 주장은 사고 당일 경찰이 밤 10시쯤 '30분 뒤부터 이태원 일대에서 마약 단속을 하겠다'는 내용을 기자단에 공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12신고 녹취록 속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다.

사고 당일 오후 8시 9분 두 번째 112 녹취록에서 신고자는 경찰에 이태원역 3번출구 맞은편에 사람이 많다며 단속을 요청한 뒤 '한번 확인해보겠다'는 답변에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전화를 끊는다. 누리꾼들은 "신고자들은 무엇에 감사했을까. 적어도 이들은 공적 시스템의 작동을 믿었기에 '감사합니다'라며 전화를 끊었을 것. 경찰이 어서 와서,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해 줄 것으로 믿었을 것"이라며 "신고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공적 시스템에 알렸다"고 짚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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