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자 이름 호명한 정의구현사제단 "패륜? 사제들 몫"

이태원 추모 미사 주례사제 "호명이 패륜이라면 그 또한 사제들의 몫"

입력
2022.11.15 08:24
수정
2022.11.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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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14일 추모 미사, 희생자 호명
김영식 신부 "희생자들 하느님 품에서 안식 기원"

14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 미사'에서 사제단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14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 미사'에서 사제단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이 지난 14일 '용산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미사'를 열고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름을 호명하며 안식을 비는 기도를 올렸다. 같은 날 진보 온라인 매체 '시민언론 민들레'에 이어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이름을 공개한 셈이다.

이 행사의 주례사제를 맡은 김영식 대표신부는 1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마음껏 슬퍼하지 못하는 유가족이나 아픈 희생을 보며 위로를 전하고 싶지만 전할 도리가 없었던 시민들에게 이웃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연민을 가지고 공감하는 시민들이 많으니까 힘내시라고, 마음껏 애도하시라고 추모미사를 드리면서 하느님께 기도드렸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추모 미사에서 희생자 호명을 하게 된 이유를 "가톨릭 교회에선 모든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연도(위령 기도)가 있는데, 살아 있는 사람이 성인들과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면서 드리는 호칭 기도"라면서 "10·29 참사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영혼도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라고 한 분 한 분 이름을 정성껏 불렀다"고 설명했다.

김 신부는 국민의힘에서 희생자 명단 공개를 "패륜적 정치 기획"이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면 패륜이라는데, 그렇다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패륜하는 기도를 해야 하고, 기도함으로써 패륜하는 사람들의 길동무가 되는 것이 기도해야 할 사제들의 몫이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를 호명하는 것을 정치적 프레임에 가둬서 이리저리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이런 프레임 속에 시민들의 자유를 옭아매지 말라, 그리고 가능하면 다 같이 내일로 걸어가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향후 추모 미사를 지속할지 여부는 확정하지 않았다. 김 신부는 "정부와 여당이 강제된 침묵 속에 애도를 하도록 하고 원인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책임자 처벌 대신 꼬리 자르기를 하겠다면 앞으로도 추모 미사를 지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민언론 민들레'는 14일 웹사이트를 통해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155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이 명단을 전한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사제단에 모두 넘겼으며 이를 추모 미사에서 공개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대응 TF는 성명을 통해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으로서 희생자 유가족의 진정한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하거나 공개하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트라우마를 겪는 유가족의 돌이킬 수 없는 권리 침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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