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백세] 생활체육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추억의 주먹야구 '베이스볼5'

[건강 백세] 생활체육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추억의 주먹야구 '베이스볼5'

입력
2022.11.18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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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맨손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개량 야구

'베이스볼5' 국가대표 김소원(왼쪽)이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2022 세계야구소프트볼총연맹(WBSC) 베이스볼5 월드컵’ 대회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 '주먹야구'와 비슷한 형태의 베이스볼5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생활스포츠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잃어버렸던 일상이 차츰 돌아오고 있다. 완전한 코로나 종식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테지만 계속 움츠려들 수는 없는 일. 국민 건강에 중요한 생활스포츠도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에 맞게 기지개를 켰다. 방역 수칙에 따라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다르게 적용되지만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려는 마음은 다 똑같다. 다시 뛰는 생활스포츠, 그 현장을 돌아봤다.

“1, 2루로 빠지는 공 가요! 잡으면 바로 송구!”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야외 농구장에서 10여 명의 사람들이 큰 소리를 외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언뜻 보기엔 야구 수비 연습과 비슷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이들의 손에는 글러브도 방망이도 들려 있지 않았다. 맨손으로 야구공이 아닌 고무공을 치고, 야수들은 이를 맨손으로 잡아 1루로 송구했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오창화(20)씨는 “‘짬뽕’ 또는 ‘주먹야구’라 불렸던 놀이와 유사한 스포츠”라면서도 “그보다는 체계적인 규칙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이 훈련하고 있는 스포츠는 ‘베이스볼5’라고 불리는 개량 야구다. 세계야구소프트볼 총연맹(WBSC)이 2017년 개발했다. 투수와 포수가 따로 없고, 외야수 대신 2루와 유격수 사이에 미드필더가 위치한다. 투수가 없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볼, 도루도 없고, 주자가 타격 이전에 베이스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아웃 처리된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김소원(24)씨는 “타격을 하는 순간 모든 선수가 긴박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수비 집중력이 특히 요구되는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베이스볼5의 가장 큰 장점은 간소함과 유연함이다. 야구와 소프트볼은 규격화된 경기장, 다양한 장비, 각 팀 최소 9명의 인원이 있어야만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베이스볼5는 공 이외에는 별다른 장비가 필요 없고, 각 팀 5명의 인원만 있으면 경기가 성립된다. 공식 경기장 규격은 WBSC가 18m*18m(베이스 간 간격 13m)로 정하고 있지만, 비공식 경기에서는 편의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이처럼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베이스볼5의 매력을 누구보다 실감하는 이가 바로 김소원씨다. 그는 “평소 야구를 좋아했는데 정식 여자 야구팀이 없어서 사회인 야구나 소프트볼을 했다”며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것에 늘 아쉬움이 컸는데, 베이스볼5는 야구와 비슷하면서도 여성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스볼5' 국가대표 김성재가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송구 연습을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베이스볼5의 저변 확대를 위해 2018년 9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0곳에서 9차례에 걸쳐 강습회를 진행했다. 같은 해 12월 15일에는 세종시민체육관에서 국내 최초로 베이스볼5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내년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함께 '찾아가는 베이스볼5 교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년간 저변 확대에 제한이 있었지만, 향후 꾸준한 전파가 이어진다면 야구 동호회처럼 2030청년부터 5060중장년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스포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스볼5는 국제적으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18년 10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18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 하계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선보였고, 2026년 세네갈에서 열릴 예정인 다카르 대회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도 국제무대 출전을 위해 대표팀을 구성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8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2022 베이스볼5 아시아컵’에서 3위에 입상, 이달 7~13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2022 WBSC 베이스볼5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다.

'베이스볼5' 국가대표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재 이한별 김소원 오창화 송선용 김동영 홍성욱 김서현 김수빈 장명화. 대표팀은 7~13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2022 세계야구소프트볼총연맹(WBSC) 베이스볼5 월드컵'에서 10위를 기록했다. 대한체육회 제공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당시 월드컵 참가를 위해 대표팀 선발전을 개최해 8명(남녀 각 4명)의 대표팀 명단을 꾸렸다. 단 엘리트스포츠 위주로 채워지는 여타 종목과는 달리, 베이스볼5 대표팀 중 절반은 사회인 야구 또는 소프트볼 팀에서 활동하는 생활체육인들로 구성했다. 오창화씨 역시 사회인 야구팀인 페르소나 야구단 소속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예선 5경기(프랑스, 케냐, 홍콩, 튀니지, 베네수엘라)를 모두 패했지만, 순위 결정전에서 홍콩과 리투아니아를 꺾고 12개 참가팀 중 10위에 자리했다. 비록 화려한 결과물을 내지는 못했지만 이들은 한국 베이스볼5 역사의 첫 페이지를 연 주인공들이 됐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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