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오피스·포토샵 해지 누르니… '환불 불가 또는 절반만'

입력
2022.11.30 12:00
수정
2022.11.30 13:5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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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MS·어도비, 불공정 약관 적용
소송 1년 제한·단체 소송 금지 조항도
"환불 권리, 구독서비스의 핵심"

10월 17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연례행사 '어도비 맥스 2022' 전시관에서 방문객들이 어도비 제품들을 체험하고 있다. 뉴시스

10월 17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연례행사 '어도비 맥스 2022' 전시관에서 방문객들이 어도비 제품들을 체험하고 있다. 뉴시스

한글과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시스템즈 등 소프트웨어 공급 업체들이 대다수 컴퓨터 이용자가 쓰는 소프트웨어를 월 또는 연간 단위로 팔면서 중도 환불을 차단하는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갑질 약관'을 적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업체의 약관을 심사한 결과 7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과거 세 회사는 한 번 구매하면 영구적으로 쓸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다가, 최근 들어 구독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 달 또는 1년 단위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식이다.

한글과컴퓨터는 한컴오피스를 포함한 '한컴독스', 마이크로소프트는 워드·엑셀·파워포인트를 담은 '마이크로소프트 365', 어도비시스템즈는 포토샵·프리미어 프로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를 대표 상품으로 앞세우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의 요금은 1년 치를 선결제하면 42만2,400원, 1년 약정 후 매달 결제 시 월 6만2,000원이다.

공정위는 특히 환불 제한 조항을 문제 삼았다. 한글과컴퓨터는 한 번 결제하면 환불을 아예 막았다. 어도비시스템즈는 1년 요금을 한꺼번에 납부한 경우 2주 이내에 환불 요청을 해야만 돌려줬다. 또 1년 약정 후 월별 결제하는 소비자가 중도 해지하면 남은 기간 동안 내야 할 구독료의 절반을 떼어 갔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고객에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시스템즈는 문제 발생 시 소송 제기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고 집단 소송 금지 조항을 두기도 했다. 소비자의 소송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한 약관이다.

한글과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정위 심사 후 문제 약관을 모두 자진 시정했다. 예컨대 환불 제한 조항은 구독서비스를 취소하면 남은 기간만큼 일할 계산해 요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다만 어도비시스템즈는 환불 제한 등 일부 약관을 시정하겠다는 의사만 밝히고 아직 개선하지 않고 있다. 어도비시스템즈가 60일 내에 불공정 약관을 수정·삭제하지 않으면 공정위는 시정명령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의 해지권 및 환불에 대한 권리는 구독서비스의 핵심"이라며 "이번 조치는 국경을 초월해 소프트웨어 구독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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