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모공 없는 송중기 피부... 드라마 보정의 세계

입력
2022.12.08 08:23

연기 구멍 없는 '재벌집 막내아들', 보정에 관심 쏠린 까닭
안방극장·스크린에 찾아온 젊은 배우 기근 현상
"얼굴 보정 시도 자주 이뤄진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작품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가 재벌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회귀물이다. JTBC 제공

'재벌집 막내아들'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작품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가 재벌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회귀물이다. JTBC 제공

최근 모공, 잡티, 작은 주름 하나하나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안방극장 주인공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꾸준한 관리를 받긴 하지만 그 이유를 단순히 '피부가 좋아서'라고 설명하긴 어렵다. 보정은 많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도자기 같은 피부를 선보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많은 관계자들은 안방극장, 스크린에서 젊은 배우 기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병헌 현빈 이정재 손예진 이영애 등 소위 '톱'이라고 불릴 만한 대부분의 연기자들 나이는 40대, 혹은 50대다. 송강 로운 여진구 한소희 김태리 등이 청춘을 연기하고 있으나 20대에서 30대 초반의 배우들은 여전히 부족하고 기존 톱배우들처럼 연기력과 화제성을 모두 갖춘 이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실제 나이가 40대, 혹은 50대인 많은 연기자들이 여전히 타이틀롤로 극을 이끄는 중이다. 30~40대부터 주인공의 부모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많았던 과거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린 캐릭터를 맡은 이들이 대부분인데 피부 보정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는 장치다.

한 방송 관계자는 본지에 "많은 드라마가 얼굴 보정을 시도한다. 드라마 화질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지도 높은 톱배우들에게 주인공 역할을 맡기고 피부 보정을 사용한다면 화제성, 연기력을 모두 잡는 동시에 시청자들의 이입까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송중기가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활약 중이다. 실제 나이가 30대 후반인 그는 대학생 캐릭터까지 소화했다. JTBC 제공

송중기가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활약 중이다. 실제 나이가 30대 후반인 그는 대학생 캐릭터까지 소화했다. JTBC 제공

'재벌집 막내아들' 송중기는 진도준과 윤현우 캐릭터를 동시에 소화하며 다양한 나이대를 표현했다. 그는 제작발표회를 찾았을 때 "내가 연기한 진도준 캐릭터의 시작은 고등학교 때부터다. 학력고사를 보고 20대 초반에 대학교 생활을 지나서 졸업을 한다. 30대 초반 정도까지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윤현우에 대해서는 "사회초년생은 벗어난, 사회생활에 조금 더 적응한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을 설정하고 연기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송중기는 1985년생으로 37세다.

대학에 갓 입학한 진도준의 모습까지 연기해야 하는 만큼 송중기가 어떻게 표현될지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송중기는 보정으로 한층 어려 보이게 됐고 대학생 역할까지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송중기가) 대학생인데 너무 생얼은 집중도 안 될 거 같다"며 보정에 대한 글을 게재했다. 과한 필터로 피부결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몰입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필터로 관심을 모은 '재벌집 막내아들'은 호평 속에서 방영을 이어가는 중이다. 윤현우로 살았을 당시의 정보들과 새로운 삶을 통해 얻은 배경, 의지를 바탕으로 거물이 돼 가는 진도준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짜릿함을 안겼다. 진도준과 진양철(이성민)이 수 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솟구쳤다. 조한철과 김신록은 각각 진동기 진화영 역을 맡아 진도준을 경계하는 모습으로 이어질 내용들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이 외에도 신현빈 윤제문 김정난 박지현 서재희 등 섬세한 표현력을 지닌 배우들이 힘을 모아 '재벌집 막내아들'의 매력을 높였다. 이 드라마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레 상승했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8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전국 19.4%, 수도권 21.8%, 분당 최고 23.7%를 기록하며 전 채널 1위에 올랐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사례는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력만 안정적이라면 필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준이 한층 느슨해진다는 점을 증명한다. 연기력과 화제성을 모두 갖춘 젊은 배우가 많이 등장하거나 동안 비주얼을 보여줘야 한다는 배우의 압박감이 사라질 만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보정에 대한 잡음도 줄어들겠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정한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