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선생님

입력
2022.12.16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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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영국, 미국과의 연이은 통상조약 체결 이후 서구문화는 조선의 지식인층에 큰 자극제가 되었다. 정부는 폐쇄적인 외교 정책을 벗어나 사회 변혁과 발전을 이루고자 외국어 교육, 특히 영어 교육에 눈을 돌렸다. 국가 주도로 1883년 통역관 양성소인 동문학을 설립했고, 1886년에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인 육영공원을, 1898년에는 육영공원의 명맥을 잇는 외국어학교를 설립했다.

고관대작 자제에게만 허용된 신식 교육은 갑오개혁으로 신분 제한 없이 개방되었다. 신분제도 철폐 이후 조선 청년들은 서양 문물에 대한 동경뿐 아니라 출세의 수단으로 영어 공부에 더욱 매진했다. 개항 후 외국인을 통한 영어 교육, 유학생 파견 등 그간 들인 노력은 우수한 영어 인재의 배출로 이어졌고, 외국어학교에서도 유능한 한국인 영어 교사가 채용되기에 이르렀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우리는 한류의 세계화라는 새 국면을 맞는다. 한류 콘텐츠,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 등 경제 문화적인 이유로 한국어 교육 수요가 급증했다. 현지인 한국어 교원 수도 늘면서 체계적인 한국어 교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전문성 향상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국립국어원은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현지인 한국어 교원을 대상으로 'K-티처' 인증 프로그램을 내년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풍부한 문화콘텐츠로 구성된 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일정 시험을 통과한 현지인 한국어 교원은 교원의 전문성을 갖추며 'K-티처' 자격 인증을 받게 된다. 한국어의 진정한 세계화는 각국에서 역량 있는 현지인 선생님들이 자생적으로 한국어 교육을 이루어 갈 때 가능하다.

최혜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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