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노견 입양한 이유요? 그들도 행복할 권리 있으니까요."

입력
2022.12.16 11:00
수정
2022.12.1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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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가족을 소개합니다]
<10> 보호소에서만 9년 지낸 노견 입양한 임윤아씨

편집자주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유실∙유기동물이 발생합니다. 이 가운데 가족에게 돌아가거나 새 가족을 만나는 경우는 10마리 중 4마리에 불과합니다. 특히 품종이 없거나 나이 든 경우, 중대형견과 동네 고양이는 입양처를 찾기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사랑받을 자격은 충분합니다. ‘유가소’는 유기동물을 입양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구조 전 극심한 피부병을 앓으며 인천 부평구 전통시장을 떠돌던 봉봉이(왼쪽 사진)의 모습. 임윤아씨가 지난해 입양하면서 봉봉이는 9년간의 보호소 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임윤아씨 제공

구조 전 극심한 피부병을 앓으며 인천 부평구 전통시장을 떠돌던 봉봉이(왼쪽 사진)의 모습. 임윤아씨가 지난해 입양하면서 봉봉이는 9년간의 보호소 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임윤아씨 제공

2012년 인천 부평구 한 전통시장에 온몸의 털이 빠지고 피부가 벌겋게 된 채 돌아다니던 개가 발견됐다. 개는 극심한 피부병으로 인한 가려움으로 시멘트 바닥에 몸을 비비고 피가 날 정도로 긁어댔다. 개를 발견한 시민이 수소문해 보호자를 찾아줬지만 개는 또다시 시장을 배회했다. 시민은 다시 보호자에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결국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동자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구조된 개가 '봉봉이'(13세 추정∙암컷)다. 하지만 봉봉이가 힘든 치료를 마치고 새 가족을 만나는 데는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믹스견이라는 이유로, 다른 개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봉봉이는 매번 입양순위에서 밀렸다. 그 사이 강아지였던 봉봉이는 어느덧 노견이 됐다. 기나긴 봉봉이의 보호소 생활은 임윤아(50)씨를 만나고서야 끝났다.

"스무 살까지 키우겠다는 다짐으로 데려와"

동물자유연대 입양센터 시절 봉봉이. 봉봉이는 다른 개들과 잘 지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 입양센터 시절 봉봉이. 봉봉이는 다른 개들과 잘 지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노견은 국내 입양이 어려워 해외로 가야 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동물자유연대 입양센터에 있던 노견 중 하나가 봉봉이었고 봉봉이를 본 순간 입양해야겠다 결심했어요."

임윤아씨는 지난해 2월 봉봉이 입양 당시 열일곱 살 노견 '삼순이'를 키우고 있었다. 또 다른 노견을 입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국내 입양이 어려워 해외로 입양을 준비하는 개들의 사연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동자연 입양 홈페이지에서 입양하고 싶은 개가 있었지만, 그 개는 이미 다른 입양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었다. 임씨는 "동자연을 찾아가 입양 상담을 했다. 나이가 있어도 괜찮으니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봉봉이를 추천받았다"며 "처음 본 봉봉이는 사람에게 다가오는 대신 창밖만 봤다. 그 모습이 더 짠해 데려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순이(앞쪽)와 봉봉이. 둘은 사이좋게 지냈지만 면역질환을 앓던 삼순이는 봉봉이 입양 5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임윤아씨 제공

삼순이(앞쪽)와 봉봉이. 둘은 사이좋게 지냈지만 면역질환을 앓던 삼순이는 봉봉이 입양 5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임윤아씨 제공

임씨가 봉봉이 입양을 앞두고 가장 고민한 건 키우던 반려견 삼순이다. 나이 들어 아프기 시작한 삼순이에게 스트레스가 클 수도 있어서였다. 봉봉이는 모든 개들과 잘 지내는 성격도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이 움직일 때, 기회가 될 때 입양하는 게 낫겠다는 마음이 컸다. 삼순이는 다행히 봉봉이를 받아들여줬고, 봉봉이도 삼순이에게 짖거나 공격하지 않아 함께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둘의 시간도 그렇게 오래가진 못했다. 삼순이는 심장 종양으로 봉봉이가 온 지 5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 이때 임씨를 붙잡아준 것은 봉봉이다. "봉봉이가 없었으면 슬픔이 더 오래갔을 거예요. 봉봉이 밥도 챙겨주고 산책도 시키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봉봉이가 너무 든든하게 느껴졌어요." 봉봉이와의 이별도 힘들겠지만 스무 살까지 키우겠다는 다짐으로 데려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본인 생활습관 고려하고 입양해야"

임윤아씨와 산책을 즐기는 봉봉이. 임윤아씨 제공

임윤아씨와 산책을 즐기는 봉봉이. 임윤아씨 제공

봉봉이는 나이는 많지만 건강한 편이다. 다만 구강질환으로 모두 발치한 상태라 항상 혀가 나와 있다. 임씨는 "산책시키면 봉봉이 혀가 너무 많이 나와서인지 마주보고 오는 분들이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웃었다. 혀가 항상 나와 있어 건조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임씨는 봉봉이 입양 후 노령동물, 또 보호소 내 오랫동안 입양 가지 못한 동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는 "예전에는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봉봉이를 만난 후 노령동물 관련 기사나 방송, 정보를 많이 찾게 됐다"며 "특히 보호소 내 노령동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며, 그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열두 살의 나이에 입양된 봉봉이는 임윤아씨에게 든든한 존재다. 임윤아씨 제공

열두 살의 나이에 입양된 봉봉이는 임윤아씨에게 든든한 존재다. 임윤아씨 제공

마지막으로 유기동물 또는 노령동물 입양을 고려하는 이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임씨는 "동자연에서 입양을 보냈는데 털이 많이 빠진다고 베란다에서만 키우다 다시 데려온 사례가 있다고 들었다"며 "자신의 생활습관과 맞는지 고민하고 데려오길 권한다"고 했다. 이어 "노령동물은 앞으로 아플 일밖에 없다"며 "치료를 해줄 마음이 있고 경제적 여건이 되는 분, 또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낼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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