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문송'하지 않습니다

입력
2022.12.21 13:00
수정
2022.12.21 13:53
구독

AI 스타트업 딥노이드 체험기 2회


편집자주

한국일보 스타트업랩의 인턴기자 H가 신생기업(스타트업)을 찾아갑니다. 취업준비생과 같은 또래인 H가 다양한 스타트업에 들어가 3일 동안 일하며 취준생들의 눈높이에서 살펴본 스타트업들의 땀과 노력, 기대와 희망을 관찰기에 담아 매주 연재합니다.


딥노이드 직원들이 AI 플랫폼 구축을 위한 데이터 작업을 하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딥노이드 직원들이 AI 플랫폼 구축을 위한 데이터 작업을 하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모르는 문과생도 정보기술(IT) 신생기업(스타트업)에 취직할 수 있을까? 뼛속부터 문과생인 H는 AI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딥노이드에서 3일 동안 일하면서 가능성을 봤습니다.

딥노이드에서 AI를 개발하는 핵심인 플랫폼 본부를 살펴보니 개발자들은 컴퓨터공학과, 전기전자공학과 등 공대생이 대부분이었지만 기획, 디자인 업무를 하는 무역학과나 경영학과 출신 등 비전공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딥노이드는 문과생들의 자학적 표현인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뜻의 '문송'한 사람들도 설 자리가 있었습니다.

플랫폼본부의 서비스 기획자 전민주씨는 문예창작학과 출신입니다. 이전에 다닌 회사에서 응용 소프트웨어(앱) 마케팅을 담당하다가 앱에 필요한 신규 기능 기획안을 쓰는 일을 했고 여기에 흥미를 느껴 서비스 기획자가 됐습니다.

민주씨는 하는 일이 건축가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건축가는 사람들의 편의와 삶의 질을 고려해 건물을 설계하죠. 저도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신규 기능들을 기획하고 있어요."

그는 새로운 기능들을 기획해 선보일 때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물론 전공이 아니어서 어렵고 생소한 IT 용어들을 배우려면 힘이 듭니다. "IT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들을 잘 모르니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래서 관련 도서를 읽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며 용어들을 익혔어요."

딥노이드 개발자들이 의료 AI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흉부 엑스선 촬영 사진을 보며 회의를 하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딥노이드 개발자들이 의료 AI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흉부 엑스선 촬영 사진을 보며 회의를 하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딥노이드는 코딩 없이 AI를 개발할 수 있는 노코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비전공자들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프로그램 설계 방법인 코딩을 모르는 비전공자들의 시각과 접근 방식이 플랫폼을 개발하고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개발자 가운데 문과 출신도 있습니다. 플랫폼 본부에서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성석원씨의 전공은 IT와 관련 없는 비서학과입니다. 그는 유망하다고 생각한 IT 개발자가 되기 위해 자퇴했고, 6개월간 국비로 프로그래밍 학원에서 코딩을 공부했습니다. 국비로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하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컴퓨터공학을 배웠고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코딩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인 '부트 캠프'를 다시 수강했습니다. 이렇게 그는 1년 동안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딥노이드의 개발자가 됐습니다.

석원씨는 비전공자가 개발을 하려면 코딩 학원을 다녀야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어서 학원에 다닌다고 누구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없어요. 관련 교육을 받는 것 못지않게 다른 사람들과 학습 모임을 하거나 스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요."

딥노이드는 개발자들을 위해 이런 시간을 따로 주기도 합니다. "주 1회 2시간에서 4시간 정도 개발자들끼리 모여 각자 개발한 결과물에 대해 의견을 나눠요. 이를 코드 리뷰라고 하는데, 부족한 점을 개선해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죠."

개발자가 됐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이 있을까요. 딥노이드 개발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자율성을 말합니다. 무조건 상사 지시에 따라야 하는 다른 직장인들과 달리 개발자들은 누구의 간섭 없이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또 회사에서 시킨 일 외 각자 개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회사의 뛰어난 시스템을 활용해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죠.

딥노이드는 비전공자나 AI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규 AI 교육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H는 참관한 교육에서 AI 원리와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그것이 딥노이드의 노코드 플랫폼 '딥파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학교 교양 수업을 듣는 것처럼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딥노이드 플랫폼 본부 직원들이 AI 개발자에게 신규 AI 교육을 받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딥노이드 플랫폼 본부 직원들이 AI 개발자에게 신규 AI 교육을 받고 있다. 박세인 인턴기자

오늘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IT 전문인력, 그중에서도 개발자들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개발자 부족을 해소하려고 최소한 코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로코드(Low Code)나 코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프로그램을 만드는 노코드(No Code)가 점차 주요 기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딥노이드의 노코드 플랫폼 딥파이도 그중 하나죠.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한 만큼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개발자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타트업랩 H(박세인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최연진 IT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