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부산 엑스포’ 유치 라이벌, 빈살만의 사우디 틈새는...[문지방]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전, 강적 빈살만의 사우디 틈새는? [문지방]

입력
2022.12.25 13:00
수정
2022.12.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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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엑스포' SWOT 분석
●강점(S)?국제행사 유치 경험, 첨단 기술력
●약점(W)-늦은 출발과 사우디의 오일머니
●기회(O)-무기명 투표, "개표 전까지 몰라"
●위협(T)-사우디 지지 선언 70여개 국가들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 및 오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 및 오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와 사우디 네옴시티 사업권을 맞바꿨다.”


야권에서 흘러나오는 이른바 ‘2030 엑스포 빅딜설’의 골자입니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방한할 당시 정부가 부산 엑스포 유치를 포기하는 대신 막대한 사업권을 따내는 거래를 했다는 겁니다. 정부가 사우디와 체결한 양해각서(MOU)는 총 26건. 금액으로는 3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0조 원에 달합니다. 2020년 두바이 엑스포의 경제효과(330억 달러)와 맞먹는 액수입니다.

정부는 “0.1㎜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며 “매국이고 망언”이라고 펄쩍 뛰었습니다. 빅딜설이 나오는 배경엔 우리가 세계 최고 갑부 무함마드 왕세자의 사우디를 무슨 수로 이길 것이냐는 의구심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의 별명은 돈이 하도 많아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미스터 에브리띵(Mr. Everything)’이니까요.

그러나 한때 무기력해 보였던 정부 기류가 최근 들어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입니다.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죠.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데, 사우디를 뛰어넘을 우리의 무기는 무엇일까요. 내년 11월 프랑스 소재 국제박람회기구(BIE)에서 열리는 본투표를 1년 앞둔 시점에서 우리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기(Threat)는 무엇인지 'SWOT' 분석을 통해 짚어보겠습니다.(가독성을 위해 4가지 포인트의 순서는 바꿨습니다.)

●약점(W)-늦은 출발과 사우디의 오일머니

지난 8일 사우디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가운데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수도 리야드의 알 야마마궁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리야드=AP 뉴시스

지난 8일 사우디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가운데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수도 리야드의 알 야마마궁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리야드=AP 뉴시스

사우디는 우리보다 일찍 선거전에 뛰어들었습니다. 1년 전부터 170개 BIE 회원국을 상대로 움직였습니다. 우리 정부가 2030 엑스포 유치에 공식 출사표를 던진 건 지난해 6월, 하지만 선거운동은 올 9월에야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늦게 출발할 건 아닙니다. 유치계획서를 제출하고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이 일종의 룰인데 제출 시점이 올 9월이었던 겁니다. 사우디가 휘슬도 불기 전에 부정출발을 한 셈입니다. 사정이 어쨌든 현재 선거판은 일찍 움직인 사우디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건 사실입니다.

사우디의 막대한 오일머니도 무시 못 할 요소입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추정 재산은 2조 달러, 한화로 2,800조 원이 넘습니다. 중동 부호로 알려진 두바이 왕자 만수르보다 10배 많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막대한 현금을 굴릴 여력이 있습니다. 경쟁 상대인 우리나라에서조차 그의 투자액에 놀라 포기설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여담으로 사우디 유치단 인사들은 전용 비행기로 이동한다고 합니다.

●강점(S)–국제행사 유치 경험과 첨단 기술력

2012년 5월 1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여수엑스포 행사장에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2년 5월 1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여수엑스포 행사장에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리가 내세울 대표 무기는 굵직한 국제행사 유치 경험과 개발도상국에 전수할 다양한 최첨단 기술력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부산의 유리한 입지와 그간 각종 국제행사 유치 경험 등 객관적 능력에서 사우디보다 우위에 있다”며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행사 잘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1993년 대전엑스포, 2012년 여수엑스포 등 두 차례 인정 박람회(간이엑스포)를 개최한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부산은 2002년 아시안게임과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곳입니다.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메가 이벤트'로 불리는데요. 3대 행사를 모두 개최한 국가는 현재 프랑스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6개국에 불과한데 부산 유치가 성사되면 우리나라는 7번째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도 강조합니다. 막대한 현금을 가진 사우디가 일회성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우리는 반도체와 원전,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각종 기술 협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겁니다. 실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엑스포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삼성과 현대차, SK 등 대기업 총수들은 투자를 많이 한 국가 위주로 홍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국가라는 점도 공략 포인트입니다. 2018년 사우디 왕실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써오던 유명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가 지목된 것도 곱씹을 필요가 있습니다.

●위협(T)-사우디 지지 선언한 70여개 국가들

지난해 12월 4일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악수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서방 국가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날 사우디를 방문했다. 사우디 왕실 제공. 제다=EPA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4일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악수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서방 국가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날 사우디를 방문했다. 사우디 왕실 제공. 제다=EPA 연합뉴스

물론 먼저 표밭을 누비며 움직인 사우디의 선점 효과를 무시할 순 없습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는 57개국이 가입한 이슬람협력기구(OIC)를 포함해 프랑스,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모로코 등 60~70여 개국이 공개 지지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5개국이 속한 아프리카도 사우디에 우호적인 것으로 전해졌고요. 그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국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정부는 한국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한 동남아나 유럽, 중남미 국가들이 우호적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회(O)-무기명 투표라 "개표 전까지 모른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 세계박람회 유치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 세계박람회 유치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무기명 투표 방식도 우리에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밀투표이다 보니 사우디를 찍겠다고 장담한 나라들이 실제 투표장에서 한국을 찍어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이른바 '이탈표'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더구나 공식 선거전이 이제 막 시작한 만큼, 사우디를 공개 지지한 국가들이 그간 진지하게 의사를 밝혀온 것인지도 재차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파고들 여지가 충분한 겁니다.

사우디가 최근 공개 투표 방식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사우디로부터 지원은 받을 대로 받고, 투표장에서는 마음을 바꾸는 이른바 ‘먹튀’를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실사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쇼핑으로 치면 회원국들이 물건을 보기 전인 건데, 그 상태에서 지지를 선언했다는 건 안전하지 않은 표로 봐야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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