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겐 고통인 무명 생활, 박성웅은 왜 "감사하다" 했나 [인터뷰]

남들에겐 고통인 무명 생활, 박성웅은 왜 "감사하다" 했나 [인터뷰]

입력
2023.01.01 11:49
박성웅이 '젠틀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박성웅이 '젠틀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대를 견뎌라"는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에 나오는 말이다. 배우 박성웅에게 인기는 곧 왕관이다. 그는 10년 동안의 무명 생활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 시간 동안 박성웅은 무게를 버틸 목 힘을 키웠다.

박성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젠틀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젠틀맨은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 행세를 하며 불법, 합법 따지지 않고 나쁜 놈들을 쫓는 모습을 담은 범죄 오락 영화다. 박성웅은 귀족 검사 출신의 대형 로펌 대표 권도훈을 연기했다. 권도훈은 매너 있는 행동과 말투 속에 악한 본성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박성웅이 얻은 자신감

박성웅이 '젠틀맨' 권도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박성웅이 '젠틀맨' 권도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또 악역이었다. '신세계' 등에서의 빌런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박성웅은 '젠틀맨' 권도훈 역을 제안받고 고민에 빠졌다. 배우라면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이미지 소모에 대한 걱정도 컸다. '신세계'에서 연기했던 이중구를 넘어서는 게 박성웅의 숙제였다. 박성웅은 "'권도훈도 이중구처럼 표현하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은 안 했다. 계속 '이중구를 넘어서야지' '깨우쳐야지'라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고 밝혔다.

권도훈에게 가까워지는 동안 그가 결이 다른 빌런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단다. 박성웅은 "권도훈은 고품격의 브레인이다. 돈도 많다. 이러한 모습들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권도훈을 연기하며 더 큰 자신감을 얻게 되기도 했다. "'젠틀맨'을 보고 '빌런이지만 다르게 할 수 있구나. 다른 빌런이 들어와도 자신감을 가져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게 박성웅의 설명이다.

주지훈·김경원 감독 향한 깊은 신뢰

박성웅이 과거를 회상했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박성웅이 과거를 회상했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지현수를 연기한 주지훈은 박성웅이 '젠틀맨' 출연을 결정하도록 그의 옆에서 설득했다. "대본을 읽는데 권도훈이 아니라 박성웅으로 보였다"는 게 주지훈이 박성웅에게 했던 이야기다. 주지훈이 설득하며 한 말에서는 작품을 향한 그의 애정이 듬뿍 묻어났단다. '젠틀맨'을 통해 호흡을 맞춘 김경원 감독도 신뢰를 높이는 사람이었다. 박성웅의 스타일을 존중해 주다가 한 번씩 디렉션을 줬는데 감독의 의견은 전체적인 영화 흐름과 잘 맞아떨어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박성웅은 권도훈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갔다.

그는 완성된 '젠틀맨'이 신경 쓴 티가 많이 나는 작품이라고 했다. 주지훈 또한 만족감을 드러냈단다. 박성웅은 "난 영화를 언론배급시사 때 처음 봤다. 지훈이는 기술 시사 때 관람했는데 당시 내게 작품을 보면 자신감이 생길 거라고 했다. 언론배급시사로 보고 나니 지훈이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겠더라"고 이야기했다. 영화를 본 날 이후로 계속 기분이 좋다고도 했다. 신인인 김 감독에게는 "두 번째 작품을 하실 수 있겠다"는 말을 했단다.

정우성·이정재에 고마운 마음 품고 있는 이유

박성웅이 연기 열정을 내비쳤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박성웅이 연기 열정을 내비쳤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이러한 박성웅은 연기를 향한 갈증을 다작으로 푼다고 했다. 후배들의 실력에 감탄한다는 그는 '젠틀맨'으로 호흡을 맞춘 최성은을 보며 '저 나이에 난 어땠지'라는 반성을 했다고 전했다. 박성웅은 후배들을 통해 많이 배우면서 '노력하고 운동하고 몸도 관리해야겠구나. 뒤처지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도 했다. 그는 '테이큰' 같은 영화를 대역 없이 찍어보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대중이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박성웅의 무명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는 25년 연기해왔는데 그중 10년 동안 무명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많은 배우들이 무명 시절을 힘들었던 때로 회상하지만 박성웅은 달랐다. 그는 "내가 10년 동안 무명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예전에 내게 왕관을 씌워주려 했다면 버틸 힘이 없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른 나이부터 왕관을 쓰고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온 정우성 이정재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예능에서 활약해온 박성웅

박성웅이 예능에 출연했을 때를 떠올렸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박성웅이 예능에 출연했을 때를 떠올렸다. 콘텐츠웨이브 제공

박성웅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예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그는 예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출연하면 잘 한다"고 했다. 예능을 찾았을 때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일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배우는 심각하게 신비주의면 안 되지만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은 들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능 출연에 극 중 역할에 대한 몰입을 깰 정도로 무게를 싣고 싶지는 않다는 게 박성웅의 가치관이다.

박성웅이 최근 대중을 만나게 도왔던 ENA·채널A 예능 '배우는 캠핑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는 "나도 많이 힐링했다. 우시는 분들도, 고민 해결을 제대로 하신 분들도 있었다. 날 안으면서 '형님, 사랑합니다'라고 했던 분은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내가 힐링해 주는 게 아니라 힐링 받으러 왔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연기로 대중에게 다양한 감정을 선물했던 일에 대한 보답을 받은 기분이었다고도 전했다. 팬을 향한 박성웅의 진심은 앞으로 그가 보여줄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젠틀맨'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