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1% 뛴 물가, 외환위기 후 최고… 경제 위축 초래

입력
2022.12.30 13:00
수정
2022.12.30 13:4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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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기름값 뛰면서 24년 만에 최고
금리 급속 인상, 물가 잡았지만 경제 하강
대중교통·전기요금 인상 등 복병도 곳곳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12월과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12월과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5.1%로 집계됐다. 한국 경제를 짓누른 고물가는 기준금리를 높여 경기 위축의 단초를 제공했다. 내년 물가는 다소 내려갈 전망이나 지하철·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올해 물가 상승률은 1998년 7.5% 이후 24년 만에 최고다. 불과 2년 전인 2020년만 해도 0.5%에 그쳤던 물가는 지난해 2.5%에 이어 올해 5.1%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조짐을 보이던 고물가는 올해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현실로 닥쳤다. 유가·곡물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전쟁 충격으로 뛰자 기름, 먹거리 등 실생활에 밀접한 거의 모든 상품 가격이 덩달아 상승했다. 실제 460개 소비자물가 품목 가운데 올해 가격이 오른 건 88.7%인 408개에 달했다.

전년 대비 22.2% 오른 석유류가 고물가 주범이었다. 석유류 중에선 등유(56.2%), 경유(31.9%) 가격이 급등했고, 하반기 들어 안정세를 보인 휘발유(13.6%)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전기·도시가스 요금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부채 해소 등을 반영해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 물가도 12.6% 높아졌다.

외식 물가도 식자재, 운영비,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1992년(10.3%) 이후 가장 높은 7.7% 상승했다. 반면 농축수산물 물가 오름폭은 3.8%로 전년 8.7%보다 내려갔다. 돼지고기(8.1%), 배추 (35.7%) 등이 올랐으나 쌀(-11.3%), 사과(-13.6%) 등은 떨어졌다.

고물가는 고강도 통화 긴축으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연초 1.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달 3.25%까지 끌어올렸다. 고물가를 방어하기 위해 올해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단숨에 0.5%포인트씩 높이는 등 공격적 통화 정책을 펼치면서다.

기준금리 급속 인상은 7월 6.3%까지 뛰었던 물가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고금리 충격이 내년에 예고되고 있다. 통화 긴축이 특히 내년 상반기 실물 경기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률이 외환·금융위기 때 이후 가장 낮은 1.6%에 머물 것이란 게 정부 공식 진단이다. 급한 불을 껐더니 더 큰 불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물가가 다 잡혔다고 낙관하기도 어렵다. 이달 물가 상승률은 2개월 연속 5.0%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각종 공공요금 인상 등 복병도 수두룩하다. 서울 지하철·시내버스 요금은 내년 4월부터 300원 오른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역시 역대 최대폭인 월 4,000원(4인 가구 기준) 오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도 악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불안 등이 나타나며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크게 확대됐고 우리나라도 유례없는 고물가를 겪었다"며 "물가는 최근 둔화하고 있으나 내년 초 제품 가격 조정, 설 성수품 수요 집중 등 물가 불안 요소가 여전히 잠재돼 있어 총력 대응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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