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위, '최고금리' 최대 27.9% 인상 추진... 금리 역설 조정

입력
2023.01.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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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법 시행령 고쳐 한번에 높이거나
한은 기준금리에 연동시키는 방안 고려
"시장 되살려 불법 사금융 확대 막아야"

금융당국이 20%까지 낮아진 법정 최고금리를 최대 27.9%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시했던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최근 되레 서민의 돈줄을 막는 주요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인상하기 위해 국회 설득에 나선다. 원론상 법정 최고금리는 법 개정 사항이 아닌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국회 의결이 필요하진 않지만, 전 국민에 영향을 주는 민감한 사항인 만큼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게다가 현재 국회에 최고금리 '인상'이 아닌 다수의 '인하' 법안이 발의된 상황도 감안했다.

금융위가 국회에 제시할 카드는 두 장이다. 우선 대부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최고 금리를 상향하는 카드다. 현행 대부업 시행령 5조와 9조는 각각 등록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이 받을 수 있는 최고금리를 20%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최고금리를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상태지만, 금융권에선 직전 최고금리였던 24%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고금리연동제, 탄력적 대응 가능

두 번째 카드는 '연동제'다. 현행처럼 최고금리 상한을 시장금리 변동과 상관없이 고정하는 방식이 아닌 특정 지표금리를 설정하고 그 변동에 맞춰 법정 최고금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방안이다. 이는 첫 번째 카드와 마찬가지로 대부업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금융위는 연동제 방식이 지표금리가 오르고 내릴 때마다 탄력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첫 번째 카드보다 더 나은 대안으로 보고 있다. 독일·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법정 최고금리를 정할 때 연동제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연동제의 기준이 될 지표금리로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를 고려 중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등 시장금리로 설정할 경우 향후 해당 금리 산출 기준 등이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변동성이 가장 적은 한은 기준금리를 지표금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기준금리가 0%일 때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금리 하한선을 20%로 설정할 계획이다. 기준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법정 최고금리는 20%에서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그 이상은 받을 수 없는 법정 최고금리 상한선도 설정된다. 금융위는 현행 대부업법에서 규정한 27.9%를 최대치로 설정한 후 설득에 돌입할 방침이다.

당국 계획대로 연동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대출의 금리가 곧장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법정 최고금리를 낮췄을 때처럼 기존 대출의 계약기간까지는 종전 금리가 유지되고, 대출을 갱신하거나 신규로 받을 때 새로운 법정 최고금리가 고려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법정 최고금리 인상은 2·3금융권을 이용한 저신용 대출자에게 직접적 영향을 줄 뿐 1금융권을 이용하는 고신용 대출자와는 무관하다.

정책금융으론 부족, 시장 기능 되살려야

당국은 최고금리 인상을 통해 돈줄이 막힌 취약계층의 자금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카드사·대부업계는 대출 원가가 현행 법정 최고금리를 넘어서면서 속속 '대출 중단'을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금융을 통해 취약계층의 신용경색을 일정 부분 해소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장 기능을 보완하는 차원"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의 본래 기능을 되살려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는 것을 방지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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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기자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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