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이후의 삶 빛낼 보물, 독서로 찾아보세요"

입력
2023.01.10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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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른의 인생 수업' 펴낸 성지연씨

20년 동안 주부로 살며 세상과 단절된 채 맞이한 50대. 후회와 막막함과 맞닥뜨렸을 때, 자신을 위로한 건 책이었다. 50대에 들어 읽은 책 50권을 뽑아 삶의 의미를 성찰한 책 '어른의 인생 수업'을 펴낸 성지연씨. 성지연씨 제공

학창시절,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던 문학도였다. 대학에서 시인 김수영 연구로 석사학위를, 소설가 최인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간강사로 잠시 일했다. 육아와 살림에 매진하면서 2003년 생업을 떠났다. 딸아이가 어느덧 어른이 되고, 살림이 손에 익어버렸을 때 쉰을 맞이했다. 공허감이 엄습했다. '이대로 살아도 될 것인가.'

최근 출간된 에세이 '어른의 인생 수업(인물과사상사)'은 그런 삶의 빈 자리에서 나왔다. 저자 성지연(53)씨는 이를테면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 "나름 열심히 살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사회에서 일찌감치 퇴장했다는 단절감이 컸죠." 백세시대라 치면 이제 겨우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지만, 텅 빈 마음이 들었다. 그때 만난 것이 미국의 사회활동가 파커 파머가 쓴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의 한 구절이다.

"'우리가 닫힌 문 두드리기를 그만두고 돌아서기만 하면 뒤쪽에 있는 다른 문에 다다른다. 그러면 넓은 인생이 우리 영혼 앞에 활짝 열려 있다'는 문장을 보고, 과거에 대한 후회에 머물기보다 지금 현재에서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때부터 '오십 이후의 삶'이라는 주제에 맞춰 읽고 썼다. 20년 동안 세상에서 한 발자국 물러선 주부로 살던 그에게 독서와 글쓰기는 끊어진 절벽에 길을 내는 다리였다. 그 다리가 닿는 곳은 역시 인생의 반환점에서 삶을 돌아보는 이들일 터였다.

고전 '파우스트(1831)'에서 현대 여성 작가의 에세이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2018)'까지 50권의 책을 골라 인생 후반부를 빛낼 수 있는 사유와 위로를 담담하고 다채롭게 풀었다.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삶의 태도를 읽고, 사회학자 울리히 벡과 엘리자베트 벡게른스하임 부부가 쓴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에서 사랑의 본질과 가족 제도를 고찰한다.

과거에 읽었을 때와 감상이 달라진 책도 있다. 1952년 발표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예전에 읽었을 때는 결국 물고기를 잡지 못하고 돌아오는 노인을 '패배'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은 승패와 무관한 삶의 태도로 읽힌다. "나이 들어 보니 노인이 바다를 사랑했던 것처럼, 성공이나 실패와 무관하게 내 삶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길어내야겠다 싶더군요."

각종 쇼트폼 영상 콘텐츠나 OTT 신작 시청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시대다. 여전히 책이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인생 후반부의 의미를 책에서 찾은 그가 말했다. "삶이 보물 찾기 과정이라면 보물을 찾는 건 자신의 몫이에요. 스스로 주체가 돼 나의 이야기를 찾는 데 독서만큼 유용한 게 없다고 자부합니다."

성지연 지음ㆍ인물과사상사 발행ㆍ336쪽ㆍ1만8,000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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