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아닌 눈으로 확인했나... 北 무인기 침투에 '두루미' 발령 늦은 이유

입력
2023.01.08 19:00
수정
2023.01.08 19:4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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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 상황서
1군단-수방사 상황 공유 문제 있었다" 인정
사건 당일 공군 KA-1 긴급출격·추락 맞물려
레이더·TOD 대신 '육안 식별' 가능성도 제기

5일 경기 양주시 일대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대응 방공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양주=뉴스1

5일 경기 양주시 일대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대응 방공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양주=뉴스1

지난달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범할 당시 군 당국이 대비태세인 '두루미'를 30분 이상 늦게 발령했다고 뒤늦게 실토했다. 레이더는 미상의 항적을 추적만 했을 뿐 무인기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KA-1 공중통제공격기를 띄워 조종사가 육안으로 무인기를 직접 확인하고서야 군이 제대로 비상을 걸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처럼 탐지장비가 제 역할을 못하는 사이, 무인기를 최초로 발견한 전방 1군단과 서울 방위를 책임지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는 상황을 적시에 공유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참모본부는 8일 "수방사와 1군단 간 북한 무인기 침범 상황 공유와 협조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1군단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19분 북한 지역에서 '미상 항적'을 최초 포착했다. 이후에도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 남으로 계속 이동하자 6분 뒤인 10시 25분 ‘특이 항적’으로 다시 보고했다.

하지만 수방사가 서울 상공 비행금지구역(P-73)을 스쳐 지나가는 미상 항적을 포착한 건 10시 50분쯤이었다. 수방사는 30분이 지난 11시 20분에야 북한 무인기로 판단했고, 11시 27분 대응 작전에 돌입하며 합참에 보고했다. 이때까지 1군단이 앞서 추적한 상황은 전혀 알지 못했다.

합참도 뜸을 들였다. 북한 무인기 대비태세인 두루미를 신속하게 발령하지 않았다. 대신 “두루미 발령 이전부터 미상 항적을 북한 무인기로 판단하고 대공감시 강화, 공중전력 긴급투입, 지상방공무기 전투대기 등 필요한 작전 조치를 시행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북 무인기 침투 ‘P-73’ 공역. 그래픽=송정근 기자

북 무인기 침투 ‘P-73’ 공역. 그래픽=송정근 기자

결국 우리 군이 두루미를 발령한 건 낮 12시 전후로 전해졌다. 1군단이 최초 포착한 이후 1시간 40분, 수방사 대응조치 이후로는 30분가량 늦은 시점이다. 군 관계자는 "합참 전비태세 검열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시간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왜 이처럼 대응이 늦었을까. 군이 레이더로는 북한 무인기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시 국지방공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TOD)로 무인기를 탐지했다고 밝혔지만 그랬다면 정오까지 두루미 발령을 미룰 이유가 없다.

군이 우왕좌왕하던 오전 11시 39분쯤 KA-1이 공군 원주기지에서 출격했다. 두루미를 발령하기 20분 전 상황이다. 이륙 도중 한 대가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 공군은 사고 항공기 외에 KA-1 여러 대를 서울로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 일부는 무인기 위로 비행하며 아래 방향으로 사진을 찍었다. 합참은 이튿날 이 사진을 비공개로 보여주며 북한 무인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원주기지에서 서울 상공까지는 대략 20분이 소요된다. 군 당국이 왜 두루미 발령에 늑장을 부렸는지 유추할 만한 대목이다.

군은 이틀 뒤인 28일 새벽 인천 등 수도권에서 미상 항적이 발견되자 전투기를 띄웠다. 이후 조종사가 해당 항적이 무인기가 아닌 풍선임을 확인하고 기수를 돌렸다. 사건 당일 군이 무인기를 육안식별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방증한 셈이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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