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설명문에 빠진 설명들

입력
2023.01.10 00:00
27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하면서 산업부 장관 명의로 '대국민 설명문'을 내놓았다. 통상적인 담화문 대신에 설명문이라는 이례적인 제목을 내세운 만큼, 전기요금과 전력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과 오해를 해소할 수 있는 소상하고 정확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으리라 기대되었다. 한전의 엄청난 적자의 최대 요인이 국제적인 연료비 상승이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최근 전기요금에 대한 기사에 달리는 수많은 댓글을 보면 일반 국민들은 우리나라 전기요금과 전력산업에 대해서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정부와 한전이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을 제대로 효율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지, 그리고 전기요금이 적절하고 공평하게 책정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들이다.

대표적인 논란거리는 지난 정부에서 진행되었던 원자력 발전 축소의 영향이다. 많은 사람이 연료비가 싼 원자력을 줄이고 가스의 비중을 늘린 것 때문에 연료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설명문도 원전 축소가 한전 적자 '심화'의 원인이라고 특정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원전 축소로 인해 적자가 얼마나 심화되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원전을 축소하지 않았으면 심각한 적자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오해를 유발하고 있다. 지난 정부 동안 원전발전 비중 감소가 3% 정도이고 가스발전과의 정산단가 차이가 200원 내외라고 하면 이로 인한 추가비용이 4조 원을 넘지 않는다. 물론 큰 숫자이지만 전체 적자 30조 원에 비하면 절대적인 비중은 아니다. 장관 발표문에 미주알고주알 숫자까지 포함할 수 없었다면 굳이 원전 축소를 주원인으로 지목함으로써 오해와 논란을 부추기지는 말았어야 한다.

또 다른 이슈는 한전의 방만 경영 문제이다. 많은 사람이 한전의 높은 급여 수준이나 한전공대를 거론하며 한전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질타한다. 이런 비용들을 절감해서 개선할 수 있는 적자 폭이 미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적자의 당사자인 한전이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설명문에는 한전이 고강도 자구노력을 통하여 14조 원 규모의 재무개선을 달성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의 대부분은 자산 매각이나 신규투자 연기를 통하여 현금을 확보하고 토지가치 재평가를 통하여 장부상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임시변통 방안들로서 뼈를 깎는 비용절감 노력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은 생략되었다.

한전의 적자를 멈추려면 전기요금을 50원/㎾h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하는 바이다. 그런데 이번에 13.1원을 올리면서 향후 추가적인 인상 여부는 다시 검토하겠다는 여운을 남기고 있다. 올해 한전 적자를 멈추고 2026년까지 누적 적자를 모두 해소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확고하다면 이런 미온적인 태도보다는 향후 전기요금 인상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미리 준비를 하고 합리적으로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발생한 적자로 인한 막대한 한전 부채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나아가 앞으로 수십조 원이 소요되는 에너지전환 대비 계통투자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지만 언급이 없다. 설명문이라는 제목을 붙이기에는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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