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됐던 '혐오 계정' 2만개, 트위터로 돌아왔다

입력
2023.01.1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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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혐오와 폭력·차별로 정지 계정 복원
'인권' '안보' '가짜뉴스' 담당 직원들도 해고

트위터 로고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트위터 로고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반(反) 이슬람 운동가 파멜라 겔러, 극우 음모론자 민디 로빈슨, 여성 혐오자 앤드류 테이트….'

모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후 '계정 정지'가 풀려 돌아온 인물들이다. 혐오 발언이나 폭력, 인종차별 등을 이유로 접속이 차단됐던 계정들이 다수 복원되면서 트위터가 공론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FP통신은 9일(현지시간)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약 2만7,000개 이상의 차단 계정이 복구됐다고 진보 성향 언론 감시단체인 미디어 매터스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위터는 지난달 "(계정) 영구 정지는 부당한 조치"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플랫폼 규정 위반으로 정지된 계정을 복구하기 시작했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에서였다. 트위터 측에서는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으나 미디어 매터스는 "2만개보다 많은 계정의 차단이 풀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스웨덴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미국계 영국인 전직 킥복싱 선수 앤드류 테이트가 트위터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나는 33대의 차량이 있다"라면서 기후 운동을 조롱한 앤드류는 트위터에 올린 영상과 사진으로 덜미를 잡혀 인신매매와 강간 혐의로 루마니아 경찰에 체포됐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스웨덴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미국계 영국인 전직 킥복싱 선수 앤드류 테이트가 트위터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나는 33대의 차량이 있다"라면서 기후 운동을 조롱한 앤드류는 트위터에 올린 영상과 사진으로 덜미를 잡혀 인신매매와 강간 혐의로 루마니아 경찰에 체포됐다. AFP=연합뉴스

트위터의 '돌아온 탕아들'은 온갖 음모론과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냈다.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트위터 계정에 시비를 건 전 프로 킥복싱 선수 앤드류 테이트가 대표적이다. 성범죄와 인신매매 혐의로 도주 중이던 그는 툰베리를 조롱할 목적으로 올린 영상으로 위치가 발각되면서 루마니아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세상에 무고한 무슬림은 없다"라고 주장하는 파멜라 겔러는 트위터 계정 정지가 풀리자 총을 든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배우이자 트럼프 지지자인 민디 로빈슨도 복귀하자마자 지난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가짜뉴스도 일파만파 퍼졌다. 트위터에서는 2일 미국프로풋볼(NFL) 경기에서 한 선수가 의식불명에 빠진 원인이 코로나19 백신이라는 주장이 난무했다. 에머럴드 로빈슨 전 뉴스맥스 기자는 관련 영상과 함께 "스포츠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요구되며 전 세계 선수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라고 썼다. 해당 게시물은 트위터에서 200만 회 이상 읽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코로나 관련 근거 없는 주장이 트위터 전체로 아무런 저항 없이 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로그인 페이지에 뜬 오류 알림. AFP=연합뉴스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로그인 페이지에 뜬 오류 알림. AFP=연합뉴스

고삐 풀린 트위터는 머스크가 인수 후 직원 7,500명 중 절반 이상을 해고한 일과 무관하지 않다. 인원을 감축하며 인권 문제와 안보 등을 담당하던 조직이 사라지거나 축소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또 트위터가 아일랜드 더블린과 싱가포르 근무 직원 중 최소 12명을 추가로 해고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트위터의 콘텐츠 안전성과 법적 준수 여부를 심사하는 신뢰·안전팀 소속 직원들이었다. 가짜뉴스 대응 정책 담당 직원 등도 일부 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일방적인 경영 행보는 주요 수입원인 광고주 이탈로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리서치업체 패트매틱스는 지난달 18일 기준 머스크 인수 전 트위터 광고 비중 상위 100위 기업 가운데 약 70%가 이탈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결국 "CEO을 맡을 만큼 어리석은 사람"을 찾으면 즉시 사임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다만 구체적인 인선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의 언론 관련 시민단체 프리프레스의 노라 베나비데즈는 "트위터를 다시 바로잡으려면 머스크 교체 이상의 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머스크의 정책을 뒤집고, 콘텐츠 조정 및 집행에 재투자하고 플랫폼을 재구성하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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