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균형발전과 그린벨트의 새로운 역할

입력
2023.01.11 04:30
25면
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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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제한구역은 대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50년 전에 도입되었다. 지난 세월 도시연담화(都市連擔化)를 방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였으며, 부족한 주택을 공급하였고, 새로운 일자리 거점을 조성하는 등의 공이 크다. 한편으로 사유재산권 행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 구역을 뛰어넘는 시가지의 확산, 훼손지의 확산, 부정형한 해제구역 양산 등의 문제점도 작지 않다.

어떤 정책이든, 시간이 흘러 여건이 바뀌면 새로운 수요가 생기고, 정책전환의 필요성이 커진다. 처음 도입된 이후, 20년 전에는 광역도시계획에 따라 총량의 범위 안에서 환경등급기준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최근 들어서는 아래와 같은 새로운 여건변화가 이어지고 있어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새로운 요구가 등장한다.

첫째, 대도시권 중심으로 인구와 산업이 집중하고 도시는 광역화한다. 특히 광역철도와 광역버스 등 광역교통의 비약적 발달로 30~40㎞권에서 장거리를 통근하는 인구가 늘어난다. 탄소배출을 억제하는 일이 중차대한 정책목표로 대두되고 있어, 보다 압축적인(compact) 대도시권 공간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둘째, 친환경적 관리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녹지축과 녹지면적을 유지하는 일 못지않게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흡수원을 설치하고 탄소배출과 흡수량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일률적인 환경등급기준만으로, 또 녹지 면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탄소중립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

셋째, 수도권에서는 주택공급의 요구가 절실하였고, 비수도권은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지역이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경제동력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이 중차대한 과제로 대두된다. 균형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

넷째, 구역의 역할에 대해 수도권과 지방이 다르고, 또 비수도권 간에도 이를 활용하는 방향이 각기 다르다. 지역의 수요에 부응하는 '지역맞춤형'으로, 또 지역이 책임을 가지고 관리해가는 분권적 구역관리가 필요한 시대다. 물론 과도한 개발, 잘못된 이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두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겠다.

50년 전에 도입되고, 20년 전 광역도시계획에 의한 관리로 전환된 개발제한구역제도에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 탄소중립시대의 요구, 국가균형발전의 필요성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광역화되어가는 대도시권을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관리수단도 강구돼야 한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비수도권 지자체의 개발제한구역 해제권한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변화가 지방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집중함에 따라 지방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지방 대도시권의 경쟁력을 키우고, 지방분권시대에도 부응할 수 있는 '개발제한구역의 새로운 역할'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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