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MBTI 이전에 '간지'가 있었다? 운명과 복의 세계관...'띠'

입력
2023.01.10 20:37
수정
2023.01.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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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의 상징...올해 노인된 '58년 개띠'
기가 세다는 편견에 여아 낙태 '90년 백말띠'
3만명이나 아이들 더 태어난 '07년 황금돼지띠'

편집자주

뉴스는 끊임없이 쏟아지고, 이슈는 시시각각 변합니다. ‘h알파’는 단편적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들 사이의 맥락을 짚어주는 한국일보의 영상 콘텐츠입니다. 활자로 된 기사가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때, 한국일보 유튜브에서 ‘h알파’를 꺼내보세요.


"똘기, 떵이, 호치, 새초미 자축인묘. 드라고, 요롱이, 마초, 미미 진사오미. 뭉치, 키키, 강다리, 찡찡이 신유술해."

이 가사에 나도 모르게 음률을 붙여서 불렀다면? 당신은 1990년대 방영된 애니메이션 ‘꾸러기 수비대’를 본 적이 있다는 뜻입니다. 십이지 동물을 소재로 만든 이 애니메이션으로 ‘띠’를 외운 분들 많을텐데요.

갑을, 병정, 무기, 경신, 임계, 이렇게 십간과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이렇게 열두 동물(십이지)을 합쳐 '간지' 혹은 '육십갑자'라고 하죠. 이 '간지'는 띠를 비롯해 인간의 삶과 운명을 설명하는 수단으로 쓰입니다.

태어난 시기에 따라 우연히 정해지는 것이긴 하지만, 띠는 우리의 삶과 사회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쳐 왔습니다. 올해가 무슨 띠인지는 새해 마케팅의 단골 소재고, 12살 차이가 나면 띠동갑이라고 부릅니다. 혈액형과 MBTI 이전엔 띠로 운세를 봤고, 어느 띠가 좋다 안 좋다는 속설 때문에 출생률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계묘년 검은 토끼해를 맞아 준비한 오늘의 알파, 열 두 동물로 만든 운명과 복의 세계관, '띠'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상징 '58년 개띠'

58년 개띠는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띠입니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1958년 출생 인구는 92만 17명으로, 1956년 출생과 비교해 10만 명이나 더 많습니다. 58년 개띠들의 인생은 고교 평준화, 유신정권 몰락, 1기 신도시, IMF 등 한국 사회의 격변기와 궤를 같이 합니다. 올해는 58년 개띠가 만 65세, 즉 노인 인구로 편입되는 해입니다. 이들이 앞으로 노인으로 어떻게 살아갈지가 앞으로의 한국 사회를 짐작하는 지표가 되는 이유입니다.

'백말띠' 여자는 기가 세고 사납다?

1990년 태어난 신생아의 성비는 116.5입니다. 여아 100명이 태어날 때 남아 116.5명이 태어났다는 뜻인데, 자연 성비가 105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성비였습니다. 그해 유독 여자 아이들이 적게 태어난 것은 1990년이 백말띠 해였기 때문입니다. 백말띠 여자는 기가 세고 팔자가 사납다는 속설 때문에 여아일 경우 낙태를 한 것이죠. 특히 경북, 대구, 경남 지역은 신생아 성비가 120이 넘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아직도 남아있는 건 '띠'가 아니라 한국의 문제겠죠?

기왕 낳을 거라면 '황금돼지띠'

백말띠처럼 띠 때문에 출생률이 낮았던 해가 있는 반면, 2007년 황금돼지해처럼 출생률이 올랐던 해도 있습니다. 풍요와 다복의 상징인 돼지해에 태어난 아이들은 부자가 될 거라는 속설이 있는데, 여기에 황금까지 더해지다보니 2007년에 출생한 아기의 수는 앞뒤 해보다 3만 명 이상 많았습니다. 2007년생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2014년에는 교실 부족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대학입시와 취업에서도 다른 년생들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58년 개띠가 만 65세가 되고, 90년 백말띠 여자가 서른 네살이 되고, 2007년 황금돼지해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3년. 올해 태어날 토끼띠 아이들은 앞으로 "토끼띠는 똑똑하지"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갈 것입니다. 이처럼 열두 동물로 이뤄진 이 운명과 복의 세계관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이 세계관을 고치거나 새롭게 만드는 건 결국 우리의 몫이겠죠? 띠와 관련한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h알파 유튜브 영상 보러 가기(https://bit.ly/3RrDmye)

연출 최희정/ 구성 제선영/ 진행·취재 한소범/ 촬영 안재용·김용식/ 영상편집 최희정/ CG 한금조/ 인턴PD 김예원·이상찬


한소범 기자
최희정 PD
제선영 작가
한금조 모션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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