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노조' 겨눈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대기업 노조' 겨눈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입력
2023.01.13 00:00
27면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연두 업무보고(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연두 업무보고(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율이 낮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시장 보호의 정도가 차이가 있을 때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강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는 라틴 유럽과 한국(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중첩)에 뚜렷하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통해서 임시고용(temporary employment: 기간제, 계절노동자, 일용직 등)의 비율을 보면, 스페인 25.1%, 이탈리아 16.4%, 프랑스 15.1%, 한국 28.3%이다. 기간제의 1년 뒤 정규직 전환율을 보면, 프랑스, 스페인, 한국이 10%를 약간 넘고, 이탈리아가 10%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노동시장 보호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고용보호 정도, 복지수급권 정도에서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이러한 격차 때문에 흔히 사용자들은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채용하려 한다. 그 때문에 이중구조성이 강한 나라는 예외 없이 청년고용의 문제가 심각하다. 2022년 10월 기준으로 15~24세 사이의 청년실업률은 스페인 32.3%, 이탈리아 23.9%, 프랑스 18.2%에 달한다. 한국은 청년고용률이 아주 낮다.

그 때문에 이중구조성을 개혁하려는 정부들은 정규직 고용관계의 경직성을 고쳐 실업률을 낮추거나 정규직 비율을 높이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들은 대체로 이러한 노동시장 개혁에 저항해 왔으므로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들은 흔히 노동조합을 이중구조성의 유지에서 이득을 보는 세력으로 보고 노조와 청년 일자리 사이의 대립 구도를 강조한다.

스페인의 우파 정부는 2012년 노동시장 개혁에서 '노동조합 대신 청년에게 일자리를'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프랑스의 중도우파 마크롱 정부도 2017년 청년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노조가 반대하는 노동법 개정을 하겠다고 공언했고 실행에 옮겼다.

이탈리아 중도좌파 민주당 정부 역시 2014년 노조보다는 청년 실업자와 비정규직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렌치 총리는 결혼했지만 비정규직이라 출산할 조건이 안 되는 28세의 '마르타'라는 가공의 여성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탈리아는 노조의 핵심 조합원으로 구성된 1부 리그의 시민과 비정규직이 속해 있는 2부 리그의 시민 사이에 균열되어 있으며, 이것에 노조가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렌치 총리의 이런 공격에 대해 민주당의 오랜 동맹세력이고 최대 노조인 CGIL은 '나는 마르타다'라는 붉은 티셔츠를 조합원들이 입고 다니게 하여 노조와 비정규직 사이의 연대를 강조하였다. CGIL은 100만 명이 참여한 로마 시내 행진을 조직하여 저항했지만 결국 여론은 렌치 총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노동시장 개혁법안인 'Jobs Act'는 의회에서 통과되고 실행되었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민주당과 대기업 정규직 노조 사이의 이해연합을 의미하는 '내부자 연합'을 통해서 정규직 고용관계의 개혁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추진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기득권을 옹호하느라 청년 세대의 일자리 진입을 막는 귀족노조"라는 표현을 새해에도 사용하면서 대기업 정규직 고용관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승국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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