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정정보도 소송 낸 외교부, 무슨 실익 있나

입력
2023.01.17 04:30
27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 방문 때 비속어를 썼다는 논란과 관련해 외교부가 해당 발언을 처음 보도한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MBC의 영상 자막 보도 가운데 '바이든'은 '날리면'의 오기라는 대통령실 주장을 근거로, 외교부는 지난해 10월 말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가 조정이 이뤄지지 않자 지난달 소송을 걸었다.

이번 송사로 정부가 무슨 실익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만약 '바이든' 표현이 허위사실인지 아닌지가 소송의 쟁점이 될 경우 해당 보도를 두고 불붙었던 소모적 논쟁과 갈등만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영상 속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조차 해석이 분분하지만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사실관계를 밝힐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 상황이라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논란을 해소하긴 어려워 보인다.

외교부가 소송 당사자로 적격성을 갖췄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법조계 일부에선 윤 대통령 발언을 보도한 것이니 소송을 할 거면 대통령 본인이나 대통령실이 직접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한미관계를 총괄하는 부처로서 큰 피해를 입은 만큼 소송 자격이 있다"고 반론하고 있다. MBC 보도로 한미동맹이 훼손됐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인데, 주지하다시피 미국 정부가 이미 양해한 사안 아닌가.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언론 자유의 위축이다. 대통령실은 해당 보도 이후 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지 않거나 MBC 기자의 질문 태도를 문제 삼아 대통령 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국민의힘은 MBC 사장 등을 형사 고발했다. 보도에 앞서 당사자 입장을 확인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대응은 '언론 길들이기' 논란이 일 만큼 이미 수위가 높았다. 이번 소송에 딱 들어맞진 않지만, 대법원이 2011년 언론의 권력 감시·비판 보장 차원에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결한 점을 외교부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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