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임인년. 계묘년은 대체 언제 시작되는 걸까?

입력
2023.01.19 19:00
25면
장 시몽 베르텔레미 '고르디우스의 매듭'

장 시몽 베르텔레미 '고르디우스의 매듭'


음력설과 동지, 입춘....나이와 띠를 정하는 다양한 방법들
환갑 되고 자기 띠 확인하고, 환갑 두 번 하는 경우도 예상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아쉬움 남는 획일적 만 나이 조정

6월 28일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 전 국민은 일제히 어려지게 된다. 모든 국민이 젊어지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나이는 태어날 때 한 살을 먹는 '세는 나이'와 0세부터 시작되는 '만 나이', 그리고 1월 1일을 기준점으로 하는 '연 나이'의 세 가지가 있다. 여기에 2009년에 사라진 7세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빠른년생'까지 더해지면, 문제가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그러나 나는 만 나이로의 통일을 찬성하지만은 않는다. 왜냐면 동아시아 전통에서 탄생 의례는 사망 의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례에서 3일장은 만 3일이 아닌 날 3일이며, 이는 3년상도 마찬가지다. 즉 세는 나이는 전통과 연관된 것이므로 보다 세심한 조율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다양한 기준의 문제는 비단 나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양력 1월 1일 0시가 되면, 일제히 '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라는 멘트가 전 방송사에서 울려 퍼진다. 그러나 양력 1월 1일은 당연히 계묘년이 될 수 없다. 그럼 전통적으로 우리는 음력을 썼으니, 설날이 돼야 간지(띠)가 바뀌는 것일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띠를 바꾸는 것은 음력 1월 1일이 아니라 입춘이다. 더 흥미로운 건 입춘은 음력이 아닌 양력이라는 말씀. 그래서 입춘은 동지와 마찬가지로 양력 달력에서는 하루나 이틀의 차이로만 움직일 뿐 언제나 붙박여 있다. 올해를 기준으로 입춘은 2월 4일이다. 즉 2월 4일부터 계묘년이 시작되는 셈이다. 모든 언론에서 양력 1월 1일 0시에 계묘년이 시작됐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무려 2달이 지나서야 비로소 계묘년이 시작되는 것이다.

또 입춘이 양력이다 보니, 올해의 입춘은 설날(1월 22일)보다도 12일이 늦다. 때문에 음력설을 기준으로 띠가 바뀐다고 생각하는 분 중에는 자기 띠를 평생 모르는 경우도 존재하게 된다. 즉 2023년 1월 22일부터 2월 3일까지의 출생자는 토끼띠가 아니라 호랑이띠라는 말이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이쯤 되면 슬슬 머리가 아파져 오기 시작한다. 실제로 나는 예전에 환갑된 분의 띠를 수정해 준 적이 있다. 이때 그분 왈, "그러면 스님, 같은 띠 계모임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참으로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근데 생각해보면, 환갑이 돼서야 자기 띠를 처음 안다는 게,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올해는 반대로, 작년에 세는 나이로 환갑을 한 분 중에 만 나이로 환갑을 다시 하는 재밌는 분도 나타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세 가지만으로도 혼란스러운데, 한 해의 시작과 관련해서는 동지를 기점으로 하는 방식도 있다. 오늘날까지 '동지 팥죽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말은 이를 나타낸다. 이 정도면 진짜 나이 계산법만큼이나 복잡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어떤 분들은 '왜 이런 복잡한 방식을 사용하냐?'고 묻는다. 이는 오랜 역사 속에서 다양한 기준들이 층층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설적인 왕조인 하(夏)나라는 입춘을 한 해의 기준으로 삼았다. 또 공자가 좋아한 주(周)나라는 동지를 설날로 정했다. 이런 오랜 문화가 오늘날까지 일정 부분 잔존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12진법이나 60진법이 시계 속에는 12시와 60초·60분으로 남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오랜 문화의 축적은 그에 따른 역사의 지문을 켜켜이 쌓아 놓게 마련이다. 알렉산더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베어버린 것처럼, 문제를 단순화시키는 것 역시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면, 충분한 검토와 다양한 설명에 따른 계몽 역시 필연적인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는 젊어지는 동시에 아쉬움이 남는 한 해가 아닌가 한다.

자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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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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