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바우처 '사각지대' 커진다... 1년에 5.5만가구 못받아

입력
2023.0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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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구 연간 38만원 지원... 내달 말까지 신청

지난달 6일 서울 노원구의 한 노후 주택 단지. 이한호 기자.

지난달 6일 서울 노원구의 한 노후 주택 단지. 이한호 기자.

정부가 취약계층의 냉난방비 부담을 덜고자 지원하는 에너지이용권(바우처)을 지급 받지 못한 대상자가 2021년 한 해에만 5만 5,000 가구 이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5년 간 에너지바우처 미발급 가구 수는 2019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 쓰지 못하고 남는 금액도 해마다 증가했다. 에너지 복지의 '사각지대'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 2배 늘었지만 미발급 가구 꾸준히 늘어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의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자 83만2,014 가구 중 5만5,323가구(6.6%)는 바우처 미발급으로 냉난방비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우처 대상임에도 받지 못한 가구는 △2017년 3만1,213 가구 △2018년 4만1,917가구 △2019년 2만8,533가구 △2020년 4만7,180가구 등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에너지바우처 관련 예산이 511억 원에서 1,123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지만, 지급 대상자에게 가지 못한 미사용액은 2017년 50억 원에서 2021년 317억 원으로 6배 증가했다. 이로 인해 바우처 집행률은 90.1%에서 해마다 낮아져 2021년엔 71.1%에 그쳤다.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의 한 주택가 전기계량기의 모습. 뉴시스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의 한 주택가 전기계량기의 모습. 뉴시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에너지바우처가 신청자에겐 모두 지급되고 있으나 시스템 개선을 통해 연내엔 미발급 가구를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바우처를 받은 가구의 에너지 소비행태에 따라 비용 지원을 받아도 미사용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앙정부 뿐 아니라 각 지자체가 취약계층에게 에너지 비용 지원을 매년 늘리는 중이고, 공공기관의 에너지비 할인혜택도 많아지고 있어 미사용액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예산은 효율성 추구보다 언제든 지급할 여력을 갖춰야 하기에 (미사용액 증가 때문에) 에너지바우처 예산을 줄일 계획은 없다"며 "미사용분은 국고로 귀속돼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된다”고 덧붙였다.

김용민 의원은 에너지바우처 미집행 금액 증가가 미발급 가구 증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미발급 가구에 대한 사후관리도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산업부는 바우처 미발급 가구가 왜 바우처를 받지 못했는지 사유 파악도 못하고 있다"며 "이런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바우처 사각 해소, 장관이 나서야”

김 의원은 “복지사업은 예산 확대 못지 않게 사각지대 해소 노력도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에너지법 일부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해당 법에 산업부 장관으로 하여금 에너지바우처 수급권자를 적극 발굴해 바우처 지급 누락을 막도록 하는 의무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에너지바우처의 발급 및 관련 절차를 산업부가 진행하는 만큼, 수급권자 누락 방지 또한 소관부처 장관이 신경써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서울 노원구의 한 노후 주택 앞에 사용된 연탄들이 쌓여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달 6일 서울 노원구의 한 노후 주택 앞에 사용된 연탄들이 쌓여있다. 이한호 기자

이에 대해 산업부는 관련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손보겠다고 설명했다. 미발급 해소를 위해 바우처 지급 대상자에 관련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게 하는 ‘통지비용’ 예산을 2021년 2억 원에서 올해는 3억 원 이상으로 늘렸다. 이에 더해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는 최초 단계부터 에너지바우처까지 동시에 신청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실무 협의를 마쳤고, 연내에는 여건을 정비해 미발급 가구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바우처란

에너지바우처는 에너지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해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액화석유가스(LPG), 연탄 등 구입을 지원하는 제도다. 생계급여·의료급여·주거급여·교육급여 수급자 가운데, 수급자 본인이나 세대원이 △고령층(1957년 이전 출생자) △영유아(2016년 이후 출생자) △장애인 △임산부 △중증질환자, 희귀질환자, 중증난치질환자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바우처 지원 금액은 여름과 겨울을 합쳐 △1인 세대 15만3,700원 △2인 세대 21만1,600원 △3인 세대 28만8,200원 △4인 세대 385,300원이다. 대상자는 다음달 말까지 주민등록상 거주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하면 된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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