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예대마진 상한도 정해야" 역대급 성과급에 돌아온 횡재세 논란

"이럴 거면 예대마진 상한도 정해야" 역대급 성과급에 돌아온 횡재세 논란

입력
2023.01.23 19:00
수정
2023.01.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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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가 쏘아 올린 정유사 성과급 논란
"고성과에 보상 당연" VS "양아치 기업" 팽팽
"투자에 쓰라"지만 정유사 R&D 투자 1% 안 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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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기술혁신이나 특별한 노력 없이 막대한 이윤을 낸 기업에 보통소득세 외에 추가로 징수하는 소득세를 말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일부 산업이 급성장하며 횡재세를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실제 몇몇 나라들은 이미 거두고 있죠. 영국이 석유·가스 기업 이윤의 25%를 횡재세로 부과했고, 이탈리아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500만 유로(약 67억 원) 이상 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에 25%의 횡재세를 내도록 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고요.

횡재세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해 연말 현대오일뱅크가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죠. 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기본급의 6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는데, 같은 해 정유 3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가 기본급의 1,000~1,400%를 성과급으로 준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정유 3사가 준비한 성과급은 기본급의 1,000%를 넘지 않겠냐는 전망이 많습니다.

높은 연봉과 연봉 못지않은 성과급에 "역시 기름집 보수가 후하다"는 찬사가 있는가 하면, 정유사들 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정유사들의 높은 성과급을 두고 설문조사도 시작됐습니다. 16일~20일 기준으로 돈 벌었으니 그럴 만하다(35%)는 의견이 가장 많지만 배 아프다(28%), 양아치 기업(19%) 같은 부정적 반응도 만만치 않네요. 이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정유사에 횡재세 도입할 거면 은행도 예대마진 상한 정하자"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곱지 않은 시선에 정유사들도 할 말이 많습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성과급은 임금단체협상 규정을 따른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사 수익에 맞춰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준을 임단협에서 세세하게 정했는데, 지난해 회사 수익이 급증해 성과급이 기본급의 1,000%에 달했다는 겁니다. 실제 현대오일뱅크의 2022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규모인 2조7,770억 원이었습니다. 2021년 같은 기간의 8,516억 원보다 226% 늘어난 수치입니다. 지난해 고유가와 정제 마진이 강세를 보여 국내 정유업체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000%를 지급했다고 알려진 SK이노베이션도 올해는 더 높은 성과급 지급을 검토 중이고, GS칼텍스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이 예상됩니다.



정유사들 "공정 중요한 MZ세대 잡으려면..."

15일 서울 시내의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15일 서울 시내의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정유사들의 높은 성과급에는 인재 유치에 관한 고민도 깔려있습니다. 전기차 시대, 친환경 산업이 대세를 이루는 마당에 정유업계로 인재를 모으기 위해서는 확실한 보상이 필요했다는 말입니다. 성과급을 많이 줘도, 계열사별, 직군별로 다르게 나가면서 적자 부서는 인재 유출을 고민하고 성과가 좋은 부서는 "적자 부서 때문에 우리 성과급이 줄어들었다"는 핀잔을 듣는다고 고충을 털어놓습니다.

정유사 직원들의 연봉에서 기본급 비율이 낮아 실제 올해 지급된 성과급은 연봉의 40~50%라는 '해명'도 나옵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을 때는 성과급이 연봉의 40% 선이지만 불황에는 성과급이 없어 평균 수준은 연봉의 20% 내외"라고 하더군요. 2021년 삼성전자의 성과급이 연봉의 50%였는데, 정유사 성과급이 이보다 결코 높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정유사들의 높은 수익이 무슨 특별한 기술이나 혁신이 아니라 유가 급등과 대기업 독점에서 이뤄졌는데, 삼성전자와 비교가 되냐는 말도 있습니다. 정유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건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조차 "신고제로 풀렸을 때는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말했는데요. 국가가 정유업 독점 환경을 만들어준 덕에 지난해 천문학적 수익이 가능했다는 말입니다.

횡재세가 우리나라에 적용되는 '사태'를 막으려면, 정유사들이 신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번 만큼 투자하면, 세금 더 걷으라는 여론이 가라앉을 거란 거죠. 이왕이면 수소, 바이오 같은 저탄소 연료 생산에 투자해 신산업 분야로 진출하라고 '방향'도 정해줍니다. 정유사들, 분발해야겠네요. 정유사들의 수익 대비 연구개발(R&D) 비율은 꾸준히 1%가 안 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인 걸 감안해도, 낮아도 너무 낮네요.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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