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서울인지 시베리아인지..." '한파·폭설·강풍' 3중고에 전국 비상

"여기가 서울인지 시베리아인지..." '한파·폭설·강풍' 3중고에 전국 비상

입력
2023.01.24 17:41
수정
2023.01.24 18:24
2면

서울 영하 16.7도, 전국 한파 특보
강풍 겹친 제주 항공기 전편 결항
폭설 호남에선 눈길 사고도 속출

서울의 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떨어진 24일 서울역 승강장에서 내린 귀경객들이 서둘러 발길을 옮기고 있다. 하상윤 기자

“자취방 계량기가 동파됐을까 봐 서둘러 귀경하는 길입니다.”

설을 맞아 경북 의성군 고향집을 찾았다가 24일 오후 서울역에 도착한 이모(25)씨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16.7도까지 떨어졌다. 올겨울 최강 한파다. 전국에 한파특보가 발효되고 폭설과 강풍 등 기상 악화까지 겹쳐 귀경객들의 애를 태웠다. 동파 사고도 잇따랐다.

전국이 '꽁꽁'… 제주 4만 명 발 묶여

폭설과 강풍 여파로 제주발 항공기가 모두 결항된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이 귀경객들로 붐비고 있다. 제주=뉴스1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강원 철원의 기온이 영하 17.8도까지 내려가는 등 대부분 지역에서 영하 10도를 밑돌았다. 전남ㆍ북, 서해안에는 대설 특보가 발효됐으며, 충남과 제주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한파와 강풍, 폭설 ‘3중고’에 처한 시민들은 명절 연휴 마지막 날을 어수선하게 보냈다. 이날 서울역을 찾은 이들은 모두 옷깃을 바싹 여미고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늦게 고향을 방문한다는 백민서(20)씨는 “여기가 서울인지 시베리아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며 꽁꽁 언 손에 연신 입김을 불었다. 전북 전주시에서 상경한 고모(55)씨도 “전주와 달리 서울에서는 밖에서 잠깐만 걸어도 얼굴이 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연휴를 보낸 관광객과 귀성객들은 강풍과 폭설에 발이 묶였다. 이날 제주공항에 강풍특보와 급변풍 특보가 발효되면서 제주 기점 항공편 476편(출발 233편, 도착 234편)이 전부 결항됐고, 4만여 명이 귀경길에 오르지 못했다. 바닷길도 막혀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8개 항로 여객선 10척과 마라도ㆍ가파도 여객선, 우도 도항선 등의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한파·강풍·폭설 피해 속출

24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한 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하자 119구급대가 출동해 조처를 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폭설 사고 역시 속출했다. 광주소방본부에는 이날 5건의 눈길 사고가 접수됐다. 오전 8시 20분 광주 광산구에서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운전자 등 2명이 다쳤다. 제주에서도 오전 빙판 사고로 버스가 신호등과 부딪혀 승객 2명이 부상하는 등 30건의 눈길 사고가 접수됐다.

미끄러짐 사고는 주요 고속도로에서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8시 8분쯤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함평나들목 인근에서 승용차 한 대가 눈길에 미끄러졌다. 오후 2시 14분쯤에는 남해안고속도로 영암에서 순천 방향 강진 인근에서 승용차 2대가 눈길에 추돌하기도 했다. 전남 지역은 강풍 피해도 컸다. 전남 여수와 무안 등에서는 강풍에 신호등과 간판, 창문 등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보성군 벌교읍에서도 강풍에 구조물이 날아와 지붕이 파손되는 신고가 들어왔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광주광역시 송정역 앞에서 열차를 타려는 귀경객들이 눈을 맞으며 이동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또 이날에만 서울 44건, 경기 14건 등 총 68건의 계량기 동파 피해가 발생했는데, 당분간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보돼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총 3,920명을 투입해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국토교통부와 도로교통공사는 충남 논산과 천안, 전북 전주 등 주요 도로에서 긴급 제설 작업을 실시했고, 제주도는 이날 오전 5시부터 24시간 비상 근무체제를 가동했다.

비상 1단계를 가동 중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대설ㆍ한파로 귀경길 교통 혼란 및 각종 시설 피해가 예상된다”며 “기상정보를 수시로 파악하면서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서현 기자
제주=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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