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입력
2023.01.26 18:00
수정
2023.01.26 20:5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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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5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 폭증이 기대됨에 따라 최근 기본 연봉의 50%를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GS칼텍스 제공

GS칼텍스는 지난해 5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 폭증이 기대됨에 따라 최근 기본 연봉의 50%를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GS칼텍스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횡재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로 관심을 끌었다. ‘횡재’란 뜻밖에 재물을 얻거나, 그렇게 얻은 재물을 뜻한다. 영·미에선 ‘windfall (profit) tax’ 등으로 표현되며, 넓게는 상속세나 복권 당첨금 소득세 등에도 횡재세 개념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대표의 횡재세는 당장은 지난 1년여 동안 에너지 가격 급등기를 맞아 영업이익이 폭증한 정유사 등을 겨냥한 것이다.

▦ 이 대표가 정유사들을 겨냥한 계기는 국내 정유사들의 ‘대박 성과급’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5조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둔 GS칼텍스는 27일 기본 연봉의 5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고,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지난해 말 월 기본급의 1,000%를 지급했다. 이런 뉴스는 가뜩이나 불황 중에 고유가에 시달리고 최근엔 난방비 폭탄까지 얻어맞은 다수 네티즌들의 부러움 섞인 비판을 샀다. 그런 정서의 한 흐름을 이 대표가 재빨리 포착하고 반응한 셈이다.

▦ 횡재세는 아직 낯설게 느껴지지만, 국제적으론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 논의되고 도입돼왔다. 영국에선 석유회사 BP와 셸 등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한 각각 80억~90억 달러(약 10조~1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자, 석유회사와 가스회사 등의 법인세에 추가부담금을 매기는 횡재세를 도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앙등하면서 평년에 비해 폭증한 이익을 경영 외적인 ‘횡재’로 본 셈이다.

▦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도 유사 세금을 도입했다. 유럽연합(EU)에선 폭증 이익을 중소기업 등과 나누자는 취지의 ‘연대기여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선뜻 공감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 대표 말이라면 즉각 포퓰리즘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운빨’도 사업성과로 인정하는 오랜 통념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횡재세는 좋게 보면 정유사 외에, 금리 인상기의 은행 등에도 적용될 만한 첨단 세제로 개발될 여지가 있다. 진지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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