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로 외면... 서울 브랜드 아파트도 '선착순 계약' 돌입

입력
2023.01.26 18: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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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자이 레디언트 40%가 미계약
두 차례 무순위 청약에도 소진 못 해
"2013년 이후 처음" 서울서 이례적
브랜드 아파트 연이어 미계약 발생

장위자이 레디언트 조감도. GS건설 제공

장위자이 레디언트 조감도. GS건설 제공

분양시장 한파가 이어지면서 서울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마저 선착순 계약에 돌입했다. 두 차례의 무순위 청약에도 끝내 계약자를 찾지 못해서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고분양가 단지들이 외면받고 있다.

GS건설은 26일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에 대한 선착순 계약 공고를 냈다. 이 단지는 '강북 분양 최대어'로 주목받았지만, 일반분양 물량(1,330가구) 중 40%(537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나왔다. 이달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두 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나 2번째 무순위 청약에선 경쟁률이 1대 1도 안 돼 결국 선착순 계약에 들어가게 됐다.

GS건설과 조합은 이날부터 신청금 300만 원을 입금한 순으로 계약 구매 우선권을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28일부터는 먼저 입금한 순서대로 원하는 동호수를 지정해 계약할 수 있다. 당첨됐지만 계약을 포기하는 '허수'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선착순 계약은 주택 소유 여부나 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전국에서 신청 가능하다.

선착순 공급 안내문. 장위자이 레디언트 홈페이지 캡처

선착순 공급 안내문. 장위자이 레디언트 홈페이지 캡처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에서 이 정도 입지에 대규모 브랜드 아파트가 증거금을 받고, 선착순 계약까지 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도 "서울에서 선착순 계약을 진행한 사례는 시장 침체기였던 2012~2013년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원인은 분양가 부담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상황에, 인근 단지 시세마저 떨어지면서 수요자들이 고분양가 아파트를 택하지 않는 것이다. 장위자이 레디언트의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9억~10억 원대다. 인근 '래미안 포레카운티' 전용면적 84㎡가 이달 7억 원(25층)에 계약된 것과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다.

최근 서울에서 분양된 다른 브랜드 아파트들도 고분양가 논란에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는 53가구 중 절반이 넘는 27가구가 계약에 실패했다. 분양가는 3.3㎡당 4,013만 원으로 강북 지역에서 가장 높다. 인근 단지 시세가 계속 떨어지는 데다 후분양인 탓에 중도금과 잔금을 계약 60일 내 모두 납부해야 해 입주자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강동구 '더샵 파크솔레이유'도 무순위 청약에서 물량을 해소하지 못해 11일 선착순 분양을 진행했다.

윤 팀장은 "현재 청약시장에서 입지나 브랜드는 후순위로 밀리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분양가"라며 "특히 서민이 실거주하는 비(非)강남 지역들은 여전히 가격이나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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