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타 시장교란'… 금융당국, 시타델증권에 과징금 118억 원

입력
2023.01.26 20:08
수정
2023.01.2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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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매매' 과징금 부과 첫 사례
60초 만에 34회 주문… 주가 3.5%↑
"시장질서 훼손 알고리즘 매매 적극 대응"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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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알고리즘 주식 매매를 통해 시세를 왜곡시킨 미국 시타델증권에 대해 과징금 118억 원을 부과했다. 알고리즘 매매로 과징금이 부과된 국내 첫 사례다.

26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시타델증권의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를 인정해 과징금 118억8,00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시타델증권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총 264개 종목, 총 6,796개 매매 구간에 대해 위반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했다.

시타델은 알고리즘 매매 시스템을 이용해 시세를 상승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알고리즘 매매 시스템은 금융상품에 대한 주문의 생성·가격·시점, 주문 제출 후 관리방법 등을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적으로 결정하는 거래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시타델증권은 최우선 매도호가 전량을 반복적으로 소진하고, 호가 공백이 발생한 곳에 지정가 매수 주문을 제출해 신규 최우선 매수호가를 생성하는 동시에 이를 취소하는 주문행위를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반복했다.

예를 들어 가장 낮은 매도호가 물량을 싹쓸이한다. 그다음 해당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넣는다. 이러면 종전의 가장 낮은 매도호가는 가장 비싼 매수호가로 바뀌면서 시세가 상승한다. 시타델증권은 이런 방식을 단기간에 수차례 반복했다. 실제 특정 종목을 60초 만에 34회나 매수 주문을 제출해 3.5% 상승시키기도 했다.

증선위는 "시타델증권의 행위는 정상적 수요 공급에 따라 자유경쟁시장에서 형성될 시세 및 거래량을 시장 요인에 의하지 아니한 다른 요인으로 인위적으로 변동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일반투자자에게 해당 주식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오해를 유발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에 대한 시장위험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는 4월부터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 투자자의 사전 등록을 의무화하고 식별코드를 부여해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증선위는 "시장 참여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적극 독려하되,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에 대해서는 엄중한 제재 조치를 부과하는 등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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