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당 1000만원 강도 알바" 텔레그램으로 지시…일본 신종 범죄

입력
2023.01.27 18:37
수정
2023.01.27 18: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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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보수' 미끼로 범죄 끌어들여
텔레그램 메신저로 범행 세세히 지시
지시자는 '루피' 등 만화 주인공 별명 사용

일본 경찰청이 있는 도쿄 지요다구 소재 중앙합동청사 제2호관 전경. 구글 스트리트뷰 캡처

일본 경찰청이 있는 도쿄 지요다구 소재 중앙합동청사 제2호관 전경. 구글 스트리트뷰 캡처


일당 100만~150만 엔(950만~1,425만 원)의 고액 보수를 주겠다는 구인 광고를 낸 후 연락한 사람에게 원격으로 ‘강도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신흥 범죄가 일본에 등장했다. 3년 전 보이스피싱 혐의로 체포돼 필리핀의 외국인 수용소에 갇혀 있던 일본인들이 용의자로 지목됐다. 이들이 텔레그램 메신저로 수십 건의 범죄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열도가 경악하고 있다.

27일 오후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시청은 2019년 특수 사기(보이스피싱) 등 혐의로 필리핀 입국관리시설에 수용돼 있는 일본인 4명에 대한 신병 인도를 필리핀 정부에 요청했다. 이들 중에는 원격으로 강도·절도를 지시한 '루피'라는 인물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일본에선 고액 알바비를 미끼로 내건 강도·절도 사건이 20건 이상 발생했다. 10~30대 용의자 30여 명이 검거됐으며, 일부는 강도살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체포된 이들은 범행 지시자가 '루피' '한마 유지로' 등 일본 유명 만화 주인공 이름을 별명으로 사용한다고 진술했다. '김'이란 이름을 쓰는 사람도 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액 보수를 준다는 광고를 낸 뒤,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연락하는 사람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을 지시한다. '강도 알바생'의 신분증 사진 등 개인정보를 받아 두었다가 범행을 포기하면 "경찰에 신고하고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하는 수법이다.

주모자 '루피' 등이 수용돼 있는 곳은 불법체류자나 외국인 범죄자를 수용하는 필리핀 마닐라 소재 '빅탄 수용소'다. 뇌물을 주면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일본 경찰은 4명의 신병이 인도되면 과거 보이스피싱 범죄 및 원격 강도 범죄에 대해 함께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2019년 보이스피싱 범죄로 이들을 필리핀에서 체포하고도 빠르게 송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악성 추가 범죄를 초래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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