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말아? "책임 지우려 지침이 누더기" 노마스크 권고안 헷갈리는 이유

써? 말아? "책임 지우려 지침이 누더기" 노마스크 권고안 헷갈리는 이유

입력
2023.01.30 11:00
수정
2023.01.30 11:04
구독

약 27개월 만에 '의무'에서 '권고'로
전문가 "자율도 좋지만 시민 갈등 생길 수도"
마트에선 벗는데 마트 안 약국에선 써라?
전문의 "책임 지우려다 지침이 누더기 돼"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뀐다. 다만, 의료기관과 약국, 감염취약시설, 대중교통 등에서는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하루 앞둔 2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마스크를 벗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상윤 기자

"쓸까? 말까?"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다. 착용 '의무'를 '권고'로 바꿔 자율에 맡긴다는 취지다. 다만 병원, 대중교통 등 일부 시설에선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이에 따른 상세한 '권고' 지침이 마련되다 보니, 일부 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를테면 대형마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데 마트 내 약국에선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지침 등이 헷갈린다는 것이다. 마트 내부 약국은 대부분 별도 매장이 아닌 한쪽의 코너나 선반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침이 지나치게 경직되거나 상세하면 시민의 심적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을 지낸 박건희 예방의학과 전문의는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헷갈리는 마트 안 약국 지침 등에 대한 질문에 "공직에 있을 때 많이 들었던 질문이 '너희들이 책임질 수 있냐'라는 질문"이라며 "마스크를 계속 쓰게 해서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이 있으면 책임질 수 있냐, 혹은 마스크를 벗어서 감염병이 걸리면 너희들이 책임질 수 있냐를 물어보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좀 더 유연하게 혹은 솔로몬처럼 지혜로운 답을 주고 싶지만 대개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 지침에 따라서 답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까 지침이 점점 더 두꺼워지고 자세해지고 경직되고, 어쩌다 보면 누더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치가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는 것으로 한 발짝 옮겨갔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렇게 개인의 자유도나 자율성이 증대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고자 하는 시민들과 또 그렇지 않은 시민들 간 갈등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만약 직장에서 제 옆에 앉은 사람이 기침을 하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가 제가 며칠 뒤에 감기에 걸리게 되면 어떻게 되겠냐"며 "아마 예전에는 그냥 넘어갔겠지만 지금같이 이런 과정을 거쳤을 때는 그 동료에게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라며 책임 소재를 둘러싼 시민 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고 했다. 개인의 선택이 중요해진 만큼 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에 대한 숙의, 숙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전문의는 또 '마스크를 어디에서 쓰냐 안 쓰냐'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스크 착용보다 더 중요한 건 각 공간의 밀집도를 줄이거나 환기를 잘할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만드는 것에 대한 논의가 더 충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일인 30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의 한 카페에서 마스크를 벗은 직원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0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원칙적으로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지난해 9월 해제됐고, 이날 실내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뀌면서 2020년 10월 도입된 마스크 착용 의무는 27개월여 만에 사라졌다.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권고되는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거나 의심증상자와 접촉한 경우 △고위험군이거나 고위험군과 접촉한 경우 △최근 2주 사이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 △환기가 어려운 3밀(밀접·밀집·밀폐) 실내 환경에 있는 경우 △다수가 밀집한 상황에서 함성·합창·대화 등 비말 생성행위가 많은 경우 등이다.

의료기관과 약국, 감염취약시설, 대중교통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장소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감염취약시설엔 요양병원과 장기요양기관, 정신건강증진시설, 장애인복지시설이 포함된다. 대중교통에는 노선버스, 철도, 도시철도, 여객선, 전세버스, 택시, 항공기 등이 해당된다. 그 외 각 지방자치단체나 시설이 자체적으로 지침을 마련하면 이를 따라야 한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하루 앞둔 29일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은 감염취약시설과 병원·약국, 대중교통·통학버스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개인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뉴스1



[Q&A] 헷갈리는 실내 마스크 권고안

Q. 실내 마스크 '해제'가 아니라 '권고'인 이유는?
A. 각자 스스로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이라고 생각되면 마스크를 쓰라는 뜻이다.

Q. 여전히 꼭 써야 하는 곳은?
A. 병원과 약국 등 의료기관, 입소형 감염취약시설, 대중교통 등이다.

Q. 백화점과 대형마트 안에서는 벗어도 되나?
A. 기본적으로 벗어도 된다. 하지만 백화점, 마트, 쇼핑몰 내 약국에서는 써야 한다.

Q. 헬스장은 어떤가?
A. 일반 헬스장에서는 벗을 수 있다. 하지만 병원이나 감염취약시설 내 헬스장과 탈의실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Q. 병원은 건물 안에서 항상 쓰란 얘기인가?
A. 아니다. 1인 병실에서는 벗어도 된다. 사무동, 연구동 등 외부인 출입 없는 곳에서도 벗을 수 있다. 복도, 휴게실 등 공용공간에서는 써야 한다.

Q. 교육시설은 어떤가?
A. 학교, 학원, 어린이집에서는 벗어도 된다. 대중교통에 해당하는 통학차량에서는 써야 한다.

Q. 대중교통에서는 항상 쓰나?
A. 버스와 철도, 여객선, 택시, 항공기, 전세버스 등을 탑승 중일 때만 쓰면 된다. 승강장, 승하차장, 역이나 공항 내부 등에서는 벗어도 된다.

*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권고안 등 참조


김혜영 기자

관련 이슈태그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