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이세희 "2부 강등에 그만둘까 고민도...마음 바꾸고 약 됐다"

입력
2023.01.31 05:5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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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시즌 KLGA 정규 투어 복귀
2부 투어서 1부 투어 환경 감사함 알게 돼
경기 과몰입 방지 위해 심리 공부도 매진

2023시즌 1부 투어에 복귀하는 이세희. 브리온 컴퍼니 제공

2023시즌 1부 투어에 복귀하는 이세희. 브리온 컴퍼니 제공

프로골퍼 이세희(26)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오뚝이’다. 몇 번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이 있다.

201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입회한 이세희는 2019년 드림(2부) 투어 최종전에서 스코어를 잘못 적는 실수로 다잡은 정규(1부) 투어 티켓을 아깝게 놓쳤지만 2020년 상금 순위 4위에 올라 기어코 2021시즌 1부 투어에 진입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2021시즌 25개 대회에서 딱 한 번 ‘톱10’에 들었을 뿐, 저조한 성적으로 다시 2022시즌 드림 투어로 내려갔다. 또 한 번 찾아온 좌절에 골프를 그만둘까도 고민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2023시즌 제자리(1부 투어)로 돌아왔다.

2년 만에 정규 투어에 복귀한 이세희는 미국으로 훈련을 떠나기 전 한국일보와 만나 “2부 투어로 내려갈 당시 별로 골프를 하고 싶지 않았다”며 “가족이 사는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할까, 다른 방향으로 길을 알아볼까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쉽게 풀리지 않는 프로 활동에 지쳐갈 때 의지가 됐던 건 박창준 프로였다. 이세희는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태에서 처음 프로님을 만났는데, ‘해외로 가는 건 도망가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해 줬다”며 “경기 때 과몰입하거나, 잘하려는 마음이 커서 스스로에게 부담감을 줬는데 프로님과 상담을 통해 심리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꿈에 그리던 1부 투어에서 1년 만에 내려가게 된 것도 강한 승부욕 때문이었다. 이세희는 “2021년 1부 투어를 뛸 때 성적이 아쉬운 나머지 더 잘하려고 했던 게 독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듬해 2부 투어에 있다 보니 1부 투어는 정말 좋은 환경에서 경기를 한다는 걸 느꼈다”며 “성적 스트레스에 빠져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1부 투어에 가면 감사한 마음으로, 오래 투어 시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2022시즌 드림 투어를 뛰다 보니 첫 드림 투어 우승을 비롯해 2023시즌 정규 투어 티켓 결과물도 따라왔다.

'밥 로텔라의 쇼트 게임 심리학'으로 심리 공부에 매진한 이세희. 브리온 컴퍼니 제공

'밥 로텔라의 쇼트 게임 심리학'으로 심리 공부에 매진한 이세희. 브리온 컴퍼니 제공

이세희의 심리 공부는 멈출 줄 모른다. 지금도 지인에게 추천받은 책 ‘밥 로텔라의 쇼트 게임 심리학’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이세희는 “경기 중 혼자 느껴졌던 상황들이 책에 너무 생생하게 묘사돼 손발에 땀날 정도로 읽고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사람이 늘 하던 일은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실행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내용이다. 그는 “일을 할 때 40% 정도 집중력으로 해야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는데, 난 80~90% 상태로 했다”며 “과몰입을 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안하고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고 밝혔다.

이세희가 이토록 심리적인 부분에 신경 쓰는 이유는 타고난 ‘운동 DNA’가 있어서다. 운동 능력은 탁월한 만큼 경기 외적인 요소만 잘 통제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태권도 집안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이세희의 아버지는 1985년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인 이선장 계명대 태권도학과 교수, 어머니는 선수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 태권도 교관을 지낸 박영숙씨다. 이세희는 “어렸을 때부터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이 좋았다. 좋은 몸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며 웃었다. 그의 부모는 딸에게 ‘골프 연습은 안 해도 운동은 계속 해야 한다’며 꾸준한 몸 관리를 강조했다.

어깨에 짊어진 짐을 내려놓는 방법을 알게 된 이세희는 2023시즌을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편해졌다. 그는 “루키 시즌이었던 2021년보다는 잘 준비된 상태로 새 시즌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정적인 출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만에 다시 올라온 만큼 주변 환경을 신경 쓰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세희의 아이언샷 모습. KLPGA 제공

이세희의 아이언샷 모습. KLPGA 제공

그렇다고 우승 꿈이 없는 건 아니다. 이세희는 “인디언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 ‘인디언 기우제’처럼 우승할 때까지 기원하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라며 “그 순간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를 위해 미국 전지훈련 기간 동안 쇼트게임과 퍼팅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빼어난 외모로도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던 그는 “운동선수니까 성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새 시즌 악착같은 마음가짐을 거듭 되새겼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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