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감독 목표 '위험성평가' 안착...고용부, 올해 1만 곳 특화점검

입력
2023.01.31 18:14
수정
2023.01.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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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율형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
강제성 없어 실효성에 의문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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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올해 산업안전보건감독 방향을 '위험성평가' 안착으로 설정했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판단, 사고 감소대책을 수립해 실천하게 하는 과정이자 현 정부가 내놓은 '기업 자율형'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이다. 고위험군 사업장 8만 곳 중 1만 곳을 특별 점검할 계획인데, 미이행 시 처벌·과태료 부과 등 강제성이 없다 보니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고용부는 31일 '2023년 산업안전보건감독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전 산업안전보건감독은 위법사항 적발·처벌에 방점을 둬 적발한 것만 개선되는 등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면서 "이번에는 노사가 함께 위험요인을 진단·개선하는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노력에 따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갖출 수 있게 뒷받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빅데이터로 고른 '고위험 8만 곳'...1만 곳은 위험성평가 점검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 발족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 발족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산업안전보건 관련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위험사업장 8만 곳(초고위험사업장 2만 곳)을 선별한 뒤 집중 관리한다. 해당 사업장에 대해서는 △위험경보서 교부 등 특별관리 대상 통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위험성평가 컨설팅 △산업안전보건법령 등 교육 △연계 불시감독·'현장점검의 날(월 2회)' 점검 대상 선정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고위험사업장 중에 선정한 1만 곳은 종전의 정기감독이 아닌 위험성평가 특화점검을 실시한다. 적발 시 사법 조치나 과태료 부과가 이뤄지는 감독과 달리 점검은 개선의 기회를 제공한다. 감독관들은 위험성평가 이행·절차가 적합한지(근로자 참여, 기존 아차사고·산업재해 반영 여부 등), 재발방지대책은 적절하고 효과적인지 등을 확인한다.

또 다른 1만 곳에 대해서는 기존처럼 화학사고 예방·근로자 건강권 보호·취약계층 보호·건설현장 관리를 위해 일반감독을 실시하는데, 위험요인을 발굴해 바로 개선할 수 있도록 사전예방에 주안점을 둔다. 이때 위험성평가는 점검 항목으로 포함돼 심층 점검보다는 현장 위험요인 개선에 집중한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해서는 3단계 감독을 실시한다. 수사 단계에서는 근로감독관이 작업장이나 작업에 대해 직접 위험성평가를 하고, 안전주체들의 역할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이후 자율개선이 종료되면 확인·이행 감독 등을 연이어 진행한다. 동시에 2명 이상 사망하거나 최근 1년간 3명 이상이 사망한 사업장에 대한 특별감독에는 본사가 포함되고, 필요시 타 지역 사업장까지 확대 감독한다.

"위험성평가 안 해도 그만"... 실효성 지적도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지난해 12월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SPC그룹 계열사 등에 대한 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스1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지난해 12월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SPC그룹 계열사 등에 대한 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스1

정부는 고위험사업장뿐만 아니라 올해 모든 점검·감독 시 위험성평가를 필수로 확인하게 하는 등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전이라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등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고용부도 개선점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개선을 권고하고, 미이행 시 '불시감독'을 실시하겠다는 대책만 내놓은 상태다.

민주노총은 "위험성평가 처벌조항이 없어 실시 비율이 낮은데 시정명령이나 개선권고만 내리는 사업이 실효성이 있겠는가"라며 "대상으로 통보된 기업이 미리 준비한 서류를 감독관이 '약속대련'처럼 점검하고 처벌 없이 권고에만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처벌보다 제도의 정착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점검·감독은 법 개정 전 단계에서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며 "올해 고위험 1만 곳에 대해서만 특화점검을 하는 것처럼, 재해 없던 사업장에는 개입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도 위험성평가를 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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