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체 핵 보유론 뜨자…미국 '핵태세보고서' 한글판 냈다

입력
2023.02.01 17:55
수정
2023.02.0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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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본 아닌 전체 번역본 공개에
국내 핵무장 여론 '달래기' 분석도

미국 국방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 전문의 한국어 번역본. 미 국방부 제공

미국 국방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 전문의 한국어 번역본. 미 국방부 제공

미국이 2022 핵태세검토보고서(NPR) 전문을 한국어로 번역해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 자체 핵무장' 시사 발언 등 독자 핵무장 지지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행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NPR 원문과 함께 한국어 번역본이 게시됐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NPR 번역본 공개와 관련, "투명성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2022 NPR을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한국어, 러시아어 등 5개 언어로 추가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NPR은 안전하고 확실하며 효과적인 핵 억제와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확장억제를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직전 보고서가 나왔던 2018년에는 한국어로 된 21쪽 분량의 요약본만 올라왔다. 전문(42쪽) 번역본이 제공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NPR은 북한, 중국, 러시아 등 미국과 동맹을 핵으로 위협하는 세력과 이들을 억제하기 위한 핵전략 등을 소개한다. 2022년 NPR에는 한국 등 핵무기가 없는 동맹국에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NPR 번역본에서는 "미국과 우방국·협력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허용할 수 없으며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미국은 핵 및 미사일 개발에 관한 우려가 증대하는 사실을 인식, 역내 안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식으로 억제를 강화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했다. 핵무기의 역할도 △전략적 공격 억제 △우방국과 협력국에 확신 제공 등을 꼽았다.

이번 번역본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의 불안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발간됐다. 국내에서는 최근 국민 10명 중 7명(최종현학술원·한국갤럽)이 한국의 핵개발 필요성에 동의하는 등 자체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북한을 겨냥해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은 한국의 불안 여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NPR 한글판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보고서 공개 당시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이 이번 NPR로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보장해 동맹국의 우려 해소는 물론 핵무장 노력이나 전술핵 배치 요구 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기제로 활용할 수 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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