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전셋값' 전세보증 안된다…6년 만에 '무자본 갭투자' 차단

'집값=전셋값' 전세보증 안 된다…6년 만에 무갭투자 차단

입력
2023.02.02 12:00
수정
2023.02.02 16: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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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종합 대책]
6년 만에 전세보증 기준 강화
감정가 부풀리기 관행도 차단
전세사기 특별단속 6개월 연장

지난달 9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뉴스1

정부가 전세보증 대상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춰 전세사기 핵심 고리인 '무자본 갭투자'를 차단한다. 부득이 전셋집을 낙찰받은 전세사기 피해자는 추후 청약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무주택자로 인정한다. '안심전세앱'도 선보인다. 전세사기가 판치자 내놓은 종합대책이다.

무자본 갭투자 원천 차단

HUG 전세가율 기준 변경 추이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지금은 제도가 허술해 합법적으로 '무자본 갭투자'가 가능한데, 이 구조를 깨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5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대상을 6년 만에 기존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춘다. 아파트(기존 90%)는 2015년 5월, 빌라(80%)는 2017년 2월부터 HUG의 전세가율 기준이 100%로 상향됐다. 이 때문에 전셋값과 매맷값이 같아도 전세보증 가입이 허용됐다. 심지어 감정평가를 통해 시세를 부풀리면 매맷값보다 더 비싸게 놓은 전세도 보증에 들 수 있었다.

세입자 보호를 두껍게 한다는 취지였지만, 이는 전세사기를 부른 씨앗이 됐다. 전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매맷값 전부를 치르는 무자본 갭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본보 '파멸의 덫 전세사기' 시리즈 참조).

지난 3~4년간 이어진 집값 급등은 무자본 갭투자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분양대행업체를 비롯해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같은 전문가 집단까지 가담하면서 전세사기는 판을 키웠고, 개인에겐 치명적 덫이 됐다. 튼튼한 보증제도가 역설적으로 사기조직의 불로소득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 셈이다.

전세사기 예방대책 주요 내용


2.6억 집, 전세 2.3억 맞춰야 보증 가입

무자본 갭투자를 막기 위한 카드는 두 가지다. ①전세가율을 90%로 하향하고 ②감정가는 실거래가와 공시가가 없을 때만 활용할 수 있게 했다. ②는 전세사기의 주 타깃이 된 빌라의 시세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지금도 빌라 시세를 산정할 땐 '공시가 140%' 기준을 우선 사용하라고 돼 있지만, 집주인이 원하면 감정가로 대체할 수 있게 한 예외 규정이 문제다.

전세보증 제도 어떻게 바뀌나

정부 조치가 시행되면 무자본 갭투자는 일단 불가능해진다. 가령 지난해 말 입주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B빌라(방 두 칸)의 전셋값은 2억6,000만 원이다. 공시가격이 1억8,600만 원인데, 집주인이 '공시가 140%'에 맞춰 시세를 산정한 뒤 최대(전세가율 100%)로 전셋값을 높인 것이다. 5월부터는 이런 경우에 전세보증 가입이 불가능해진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2억6,000만 원의 90%(전세가율)인 2억3,400만 원 수준으로 낮춰야 전세보증 가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만약 신축 빌라여서 공시가와 실거래가 둘다 없는 경우엔 HUG가 지정한 40개 감정평가 회사에서 받은 감정가만 인정된다. 집주인과 감정평가사가 입을 맞춰 감정가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전세가율 90% 초과 구간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기준을 80%까지 낮추면 전세보증 기준이 시세를 밑돌아 오히려 건전한 전세 매물까지 보증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유예기간을 거쳐 5월부터 바뀐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셋값이 시세의 90%를 넘길 경우엔 그 수준만큼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면 보증 가입이 된다"며 "집주인도 자기자본을 보태게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집주인 보증 가입 안 하면 등록임대 취소

원희룡(왼쪽 두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 대책 관련 부동산관계장관회의 결과에 대해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원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홍인기 기자

업계는 이번 조치가 무자본 갭투자를 막는 효과를 낼 거라고 판단했다. 한 신축 빌라 사업자는 "그간 정부가 전세가율 100%까지 전세보증을 허용해 무자본 갭투자를 합법적으로 허용한 거나 다름없었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전세가율 기준을 강화해도 최근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라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이 공시가 140%를 밑돌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업자는 "최근 빌라값이 급락하는 추세라 공시가 140%로 하면 일부는 실거래가보다 높을 수 있다"며 "정부가 시장 점검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밖에 관련 법을 고쳐 등록임대사업자 규제 수위도 높일 방침이다. 임차인이 살고 있는 주택에 대해 임대인이 전세보증을 먼저 가입하지 않으면 임대주택 등록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이런 사실을 임차인에게 바로 통보하고, 임차인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집주인은 이를 반드시 따르되 위약금까지 물어줘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기 위한 대출액 한도는 2억4,000만 원(기존 1억6,000만 원)으로 올린다. 당장 갈 곳이 사라진 피해자에겐 원하는 지역의 공공임대 입주를 지원한다. 또 정부는 전세사기 배후 세력 등을 세세히 파헤치기 위해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6개월 연장키로 했다.

**한국일보 파멸의 덫 전세사기 시리즈 기사 링크

https://www.hankookilbo.com/Collect/7787

김동욱 기자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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