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와 고양이, 그리고 아이들 [HI★인터뷰]

입력
2023.02.03 15:32

배두나, '다음 소희'로 스크린 복귀
"필모그래피는 스스로를 예뻐해 줄 수 있는 동기"

배두나가 '다음 소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배두나가 '다음 소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배우 배두나는 고양이를 키웠다. 고양이가 아픈 티를 내지 않고 그저 참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유심히 살피곤 했다. 배두나가 바라본 아이들도 본인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하는 존재들이었다. 자연스레 아이들의 입장을 대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들의 이야기에 깊은 끌림을 느꼈다.

배두나는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다음 소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음 소희'는 고등학생 소희(김시은)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이들 이야기에 끌림 느끼는 배두나

배두나가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배두나가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배두나는 그간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 영화를 선택해왔다. SF 장르로 대중을 만나기도, 사회고발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으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한 쪽에 치우쳐서 작품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은 끌려서 확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 소희' 역시 고등학생 소희의 이야기를 통해 아픈 현실을 꼬집는다. 작품에는 배두나의 진심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배두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키웠던 고양이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고양이가 아픈 티를 안 내서 유심히 봐줘야 했다. 아이들도 고양이처럼 참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씩 봐 주고 우리가 대신 얘기해 줘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배두나는 여전히 스스로가 철없게 느껴진다고 말했지만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그에게서는 '좋은 어른'의 모습이 보였다. "저보다 젊은 사람들은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경험하지 않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보호받고 행복해야 하거든요."

촬영 현장에서 만난 후배들

배두나가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내비쳤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배두나가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내비쳤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배두나는 김시은과 함께 '다음 소희'를 이끌었다. 전작 '브로커'에는 아이유와 함께 출연했다. 김시은도, 아이유도 배두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후배들이다. 두 사람을 보며 '한국 영화의 미래는 밝다'고 느꼈단다. "시은씨도, 지은(아이유 본명)씨도 내가 어렸을 때 어리바리하고 잘 모르고 맨날 울고 헤맸던 것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똑똑하고 당차다. 그래서 놀랐다"는 게 배두나의 설명이다. 배두나는 두 사람의 당찬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보호해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배두나는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평가가 박한 편이다. 그러나 후배들과 함께하는 현장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배두나는 "시은이처럼 어린 배우랑 할 때는 현장에서 좋은 기를 주기 위해 내 연기를 보면서 '죽이지 않냐'고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스태프, 배우들이 '내가 괜찮은 영화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다시 호흡 맞춘 감독들

배두나가 정주리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배두나가 정주리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배두나는 정주리 감독과 영화 '도희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배두나는 "감독님의 연락이 너무 반가웠다"며 웃었다. 오랜만에 선보이게 된 새 작품의 출연을 자신에게 제안해 줬다는 사실에 기뻤다고도 했다. 배두나는 정 감독에 대해 "내가 하는 걸 지지해 주신다. '어떻게 할까요'라고 여쭤봐도 일단 해보라는 식이었다. 느끼는 대로 해볼 수 있게 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배두나의 말에서는 정 감독을 향한 깊은 신뢰가 느껴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역시 '공기인형'과 '브로커'로 재차 배두나의 손을 잡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배두나는 자신을 다시 찾아준 감독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다고 했다. "'내가 연기하는 스타일을 좋아하셨구나' '현장에서 날 좋은 배우로 생각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칭찬 같은 느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배두나가 바라본 '다음 소희'

배두나가 지난날을 돌아봤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배두나가 지난날을 돌아봤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다음 소희'를 통해 배두나의 필모그래피는 더욱 화려해졌다. 그러나 그는 "어떤 작품이든 큰 의미를 두려고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괴물'이 개봉했을 때도 그냥 제 10번째 영화라고 당차게 말했다. 작업할 때 열심히 하고 나중에는 놔 주는 스타일이다.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깊이 생각하면 상처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의미를 부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음 소희'가 자신에게 자랑스러운 작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배두나에게 필모그래피는 자신이 열심히 살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존재다. '성공하고 싶다' '배우로서 더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보다 필모그래피를 아름답게 가꿔가고자 하는 마음이 크단다. "필모그래피는 스스로를 예뻐해 줄 수 있는 동기에요. '열심히 살았어'라고 칭찬해 주게 되거든요. 그동안 차곡차곡 잘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배두나의 활약이 담긴 '다음 소희'는 오는 8일부터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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