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발언 나비효과? WBC 베테랑들의 '역대급 사명감'

입력
2023.02.03 16: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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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2023 WBC 대표팀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김현수. 뉴시스

지난달 16일 2023 WBC 대표팀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한 김현수. 뉴시스

추신수(41·SSG)가 쏘아 올린 공일까.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준비하는 베테랑들이 여느 때보다 더 비장해졌다. 대표팀에 선발되면 으레 뒤따르던 책임감이었지만,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강조한 추신수의 소신 발언 이후 관련 질문이 쏟아지면서 태극마크에 대한 의미를 공개적으로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 투수조 조장을 맡은 양현종(35·KIA)은 “대표팀에 뽑힐 때마다 설렌다”며 “WBC라는 대회를 떠나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순간은 항상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생긴다”고 밝혔다. 양현종과 함께 투수 최고참인 김광현(35·SSG)도 “(대표팀에 가면) 항상 전승을 목표로 한다”면서 “어느 경기든지 다 이겨낼 자신이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둘은 2008 베이징 올림픽,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10년 넘게 대표팀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핵심 투수들이다. 이를 두고 추신수는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이냐”며 문동주 등 재능 있는 ‘젊은 피’의 발굴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예상보다 팬들의 공감은 얻지 못했다. WBC는 '경험을 하는 대회'가 아닌 최정예 선수들이 모여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대회라는 이유 때문이다. 나이 제한이 있는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에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표팀 주장 김현수(35·LG)도 실력이 우선시 되는 선발을 강조했다. 그는 “대표팀은 ‘(선수가) 나갈게요, 안 나갈게요’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뽑히는 것”이라며 “세대교체는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실력 있는 선수가 못 나가는 것보다 실력 있는 선수가 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침체된 국내프로야구 ‘붐업’을 위해서라도 이번 WBC 성적은 중요하다. 한국 야구는 2006년 WBC 초대 대회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 2009년 WBC 2회 대회 준우승 등 굵직한 성과를 내며 KBO리그 흥행에 일조했다. 그러나 2013년과 2017년 두 대회 연속 WBC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했고,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판 속에 야구 인기도 차갑게 식었다.

양현종은 “팬 서비스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하면 팬들이 또 등을 돌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떠나간 팬들이 다시 야구장에 돌아올 수 있도록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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