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너무 안전함만 추구했다" 빅테크의 후회...'챗GPT 대항마' 속도 낸다

입력
2023.02.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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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우려해 공개 머뭇댔던 빅테크들
앞다퉈 챗GPT와 비슷한 서비스 출시 계획
"빅테크 가세, 혼란 키울 것" 우려도

지난해 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가 선보인 ‘챗GPT’가 최근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오픈AI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가 선보인 ‘챗GPT’가 최근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오픈AI 홈페이지 캡처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3일(현지시간). 실적 이상으로 시장의 관심을 끈 발표가 있었다. 이르면 몇 주 안에 구글 검색에 인공지능(AI) 기반의 챗봇 기능을 추가할 것이란 소식이었다. 순다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사람들은 조만간 우리의 가장 강력하고 새로운 언어 모델을 검색의 동반자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AI 스타트업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 포고였다.

그동안 구글 같은 빅테크(주요 기술기업)들은 자신들의 AI 서비스를 공개하는 데 신중했다. 서비스가 결함을 노출할 땐 기업 평판에 심각한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직원 수 400명도 채 되지 않는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신드롬급 돌풍을 일으킨 뒤 서비스 공개에 속도를 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AI가 스마트폰을 이을 테크업계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 가운데 지금 밀리면 경쟁에서 아예 낙오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메타 AI 과학자 "우리 챗봇은 지루했다... 안전했기 때문"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구글 임원진은 AI 서비스를 공개할 때 나타날 부작용을 더 걱정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글 직원들은 임원진과 간담회에서 챗GPT의 부상을 언급하며 구글의 AI 경쟁력을 걱정했다고 한다. 구글도 이미 람다(LaMDA)라는 AI 기반 언어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는데, 외부에 알리는 것을 머뭇거려 시장을 이끌 기회를 챗GPT에 뺏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를 두고 제프 딘 구글 AI 총괄은 "구글은 스타트업보다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람다는 능력이 챗GPT와 비슷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메타는 챗GPT 데뷔 석 달 전이었던 지난해 8월 AI 챗봇 서비스 '블렌더봇 3'(Blenderbot 3)을 선보였으나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얀 르쿤 메타 수석 AI 과학자는 지난달 말 한 포럼에서 "기술 측면에서 챗GPT는 특별히 혁신적이지 않다"면서도 "(챗GPT와 달리) 블렌더봇은 지루했다. 안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블렌더봇은 가령 이용자가 종교를 물으면 대답하는 대신 주제를 바꾸도록 이끌었는데 이처럼 콘텐츠 내용 조정에 너무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정작 이용자들의 흥미를 놓쳤단 뜻이다.



구글, 최신 데이터까지 학습한 챗봇 테스트

순다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순다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전함을 우선하던 빅테크들의 태세는 최근 확 바뀌었다. 특히 2016년 알파고 대국 이후 줄곧 AI 분야 선두주자로 꼽혀 온 구글의 변신이 가장 눈에 띈다. 구글은 이미 람다를 적용한 AI 챗봇 '수습 음유시인'(Apprentice Bard)을 테스트하고 있다. 대화하듯 질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검색 결과를 찾아주는 서비스도 테스트 중이라고 한다. 수습 음유시인은 전반적으로 챗GPT와 비슷하다. 하지만 2021년까지 정보만을 바탕으로 한 챗GPT와 달리 최신 데이터까지 학습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챗GPT처럼 '한국 대통령'을 물어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름을 대는 실수는 하지 않는단 얘기다.

구글은 또 AI 챗봇 '클로드'를 개발한 스타트업 앤스로픽(Anthropic)에 최근 4억 달러(약 5,000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스로픽은 오픈AI의 공동 창업자 일부가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여기에 지분 투자를 한 건 오픈AI에 지금까지 약 30억 달러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100억 달러(12조5,000억 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한 데 대한 맞불로 읽힌다. MS는 3월 중 검색 엔진 '빙'(Bing)에 챗GPT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일각에선 AI의 표절, 거짓 정보 유포나 AI 생성물의 저작권 이슈 등에 대한 해법을 찾지 않은 상태에서 빅테크들까지 시장에 뛰어들면 혼란이 커질 것이란 걱정이 많다. 단적으로 챗GPT는 이용자가 최근 월 1억 명을 돌파했지만 구글 검색은 전 세계에서 매일 수십억 명이 쓴다. 충격파의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오픈AI의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조차 5일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AI 도구들은 잘못 쓰이거나 나쁜 행위자들이 이를 쓸 수 있다"며 "AI를 규제하는 것은 지금도 이르지 않다"며 규제 논의를 촉구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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