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해리스 나와야 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두고 갈라진 민주당

입력
2023.02.07 15:46
수정
2023.02.07 16:4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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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도전 바이든 러닝메이트 관측에
민주당서 "존재감 없어" 부정적 기류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6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열린 북중미 이주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EPA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6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열린 북중미 이주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EPA 연합뉴스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이자 첫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라는 역사를 쓴 카멀라 해리스. "역대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계자로 불리기도 했지만 바이든 정부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당에서 그의 자질을 문제 삼으며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면 필패할 것이라고 회의하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리가 취재한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해리스 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이기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한다면서 해리스 부통령은 언급하지 않았다.

'실세' 예상됐지만… 빗나간 기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 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의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손을 잡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 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의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손을 잡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발탁됐을 때 해리스 부통령은 '최고령 대통령의 약점을 보완하는 백악관의 젊은 실세'가 되리란 기대를 모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22세 차이로 바이든 대통령이 아낀 장남 고(故) 보 바이든의 친구였다. 2017년 상원의원이 된 검사 출신 새내기 정치인이기도 했다.

기대는 빗나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민 정책, 투표법 개정 등 여러 현안에 나섰다가 소득 없이 물러나기를 반복했다. 부통령실 참모들이 잇따라 사임하는 등 불안한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구설을 자초했다.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점령 당시 기자를 만나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고, 같은 해 6월 과테말라 방문 때는 불법 이민자 관련 질문에 "미국에 오지 말라"고 대답했다.

NYT는 해리스의 지난 2년을 "최초의 여성, 흑인, 아시아계 부통령이라는 역사를 썼으나 그 이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대중적 인기라는 자산도 상당 부분 잃었다.

반론도 있다. 미국 부통령은 '눈에 띄지 않는 직업'으로 불릴 정도로 사실상 실권이 없는 자리다. 이민 등 당장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맡았다는 점, 민주당과 공화당이 양분한 연방상원의 캐스팅보트로서 워싱턴을 좀처럼 떠날 수 없었다는 점 등이 해리스 부통령의 존재감을 축소했다는 평가도 있다.

'해리스의 시간'은 이제부터?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한 교회에서 거행된 경찰의 폭행으로 숨진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의 장례식에서 연설에 나섰다. 멤피스=AP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한 교회에서 거행된 경찰의 폭행으로 숨진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의 장례식에서 연설에 나섰다. 멤피스=AP

공화당은 해리스 부통령을 집중 공격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를 흔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바이든 정권은 해리스 부통령을 일단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뿌리 깊은 성·인종 차별이 그를 부당한 비판대에 올렸다고 반격했다. 커스틴 앨런 부통령 대변인은 임신중단(낙태)권, 인프라법 등의 논의에서 부통령의 활약을 담은 기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익명에 숨어 부통령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바로 눈앞의 사실은 외면한다"고 썼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질 시비 차단을 위해 보폭을 보다 넓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8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한 만큼 보다 자유로워졌다. 그는 최근 경찰의 집단구타로 숨진 타이어 니컬스의 장례식에 바이든 대통령 대신 참석해 연설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처음 열리는 독일 뮌헨안보회의(이달 17~19일)에도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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